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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루스 Mar 21. 2023

목사 아들이 본, '나는 신이다'

교회가 더 잘하겠습니다.

개인사를 밝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글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나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나의 아버지는 목사님이다. 지금도 지방에서 목사로 열심히 사역하고 계신다. 목사인 아버지 덕분에 나는 어린 시절부터 모태신앙으로 자랐다.


대학교 역시 신학대학을 제외하면 기독교 문화가 가장 강한 경북 지역의 사립대학교를 졸업한 덕분에 25년 정도 되는 시간을 기독교 문화에서 자랐다. 기독교 문화에서 자랐다는 말은 가치 판단의 기준부터 모든 것이 종교적 가치에 기준을 두고 진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번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라는 다큐멘터리가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PD가 제가 졸업한 학교 선배였다)


미션 스쿨이었던 대학교 시절, 다양한 교양 수업 그리고 채플 시간에 이단 예방 세미나를 많이 들었다.

당시 개신교계에서는 신천지가 급부상하고 있어서 학교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단 예방 세미나를 개최해 학생들을 이단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들었던 이단 중에 다큐에 소개된 JMS나 만민중앙교회도 있었다.


다큐멘터리가 피해자를 다루는 방식, 다큐멘터리의 선정성 등도 큰 논란이 되었지만 다큐멘터리를 처음 기획했을 때 기획자인 PD가 생각했던 목표 중 하나인 화제성과 경각심 전달은 이미 달성했다.


다큐멘터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언론과 커뮤니티 등에서 지속적으로 회자됐고, 그 결과 JMS 등 이단에 대한 경각심이 사회 전체에 확산되었다. 유명인들 중 JMS에 가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은 탈퇴 인증을 하기도 했다.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이 다큐가 이 정도 파급력을 가지진 못했을 것이다. 시리즈 형태로 제작되는 콘텐츠 형태의 특성상 1~3회에 가장 자극적인 JMS 회차를 배치한 것 역시 결과를 기대하고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 다큐에서 아쉬운 점은 선정성 논란이 아니라, 왜 이단에 빠지는가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점이다. 정명석도, 박순자도, 김기순도, 이재록도 다큐에서 다룬 것처럼 한낱 아무 특별한 것 없는, 오히려 일반 사람들보다도 못한 사람인데 그 사람들에게 왜 현혹될까?라는 점을 다큐에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현혹된 결과에서만 조명하고 설명하는 식의 연출이 아쉬웠다.


다큐에서는 아주 짤막하게 다뤘지만, 각각의 이단들의 흥행 요인(?)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개신교를 모방한 이단이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공동체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인간 근원에 있는 외로움과 슬픔,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 하는 욕구를 교묘하게 이용해 적극적으로 포교해 나갔다. 처음부터 교주들이 신이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밝히지 않고, 사람들의 어려운 곳을 긁어주고 사람들의 마음을 산 다음에 자연스럽게 이단의 논리에 스며들도록 만든 것이다.


목사의 아들로, 또 개신교 교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참 안타까운 결과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사실 사람들의 외롭고 힘든 곳을 돌봐야 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인데, 교회가 그러지 못해서 사람들이 안타까운 길로 빠져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교회의 본질이 공동체성이고 그 공동체가 우리가 부르는 '교회'인데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지 못해서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신자들에게는 우리가 정통이고 교리가 이렇기 때문에 현혹되면 안 된다는 말이 통하지만,

대중들에게는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다가가고 바라보는 관점이 교회, 그리고 크리스천들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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