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건강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일리 Sep 25. 2020

산후조리원비 아껴서 집안행사에 쓰라는 시어머니

산후조리원 들어갈 돈 아껴 집안 대소사에 쓰라는 시어머니 말씀


결혼 다음은 출산. 우리는 마치 공식처럼 여겨온 이 과정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여성에게 임신이 끼치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와 고통이 상당하고, 산후조리를 잘못하면 어쩌면 죽을 때까지 그 후유증에 시달려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직접 출산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자세히 알기 어려웠다. 시대가 변하면서 점차 산후조리의 중요성이 강조됐고, 산후조리원의 수요가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산모와 산모가 아닌 주변인들 사이 생각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을 빚는 사례가 많다. 현재 임신 중인 A씨의 고민도 이 갈등에서부터 출발한다.


임신 15주 차인 A씨는 3주에 800만 원 정도 하는 산후조리원을 예약했다. 다른 산후조리원보다 비싼 편에 속하긴 하지만 산모들 사이에서 깔끔하고, 꼼꼼하게 관리해 준다고 소문난 곳이었다. 워낙 인기가 좋아 14주 안에 예약을 해야 대기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는 말에 서둘러 결제했고, 돈은 A씨 부모님께서 산후조리가 중요하다며 2,000만 원을 주셔서 무리하지 않고 여유 있게 예약할 수 있었다.  A씨는 남편과 함께 산후조리원 예약을 마무리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부모님, 시누이와 함께 외식을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친정에서 산후조리하라고 2,000만 원 정도 챙겨주셔서 800만 원짜리 산후조리원을 예약했다’라고 하니, 시아버지는 ‘비싸긴 하지만 비싼 값을 하겠지’라고 말씀하셨고, 미혼인 시누이는 ‘우와, 언니 부러워요’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시어머니의 반응은 달랐다는 A씨. 시어머니는 대뜸 ‘옛날에는 산후조리 같은 건 없었다’며 ‘애 낳자마자 밭 매고, 미역국 혼자 끓여 먹고, 다음날 또 밭 매러 나가고 그랬다’라고 언성을 높이셨다. 이에 ‘쓸데없는 데 돈 쓸 생각하지 말고 저렴한 산후조리원을 찾든가, 집에서 산후조리해라. 그 돈은 아껴서 저축했다가 집안 대소사 있을 때 비상금처럼 썼으면 한다’라고 덧붙이셨다.


A씨는 출산하는 것을 가볍게 여기는 것 같은 시어머니의 말씀에 순간 화가 나 ‘친정 부모님께서 순수하게 아이 낳는 데에만 쓰라고 주신 돈이라 다른 데 쓸 생각은 전혀 없다. 오로지 제 아이와 제 몸 건사하는 데 쓰겠다’라고 단호하게 말씀드렸다. 이에 시누이는 A씨의 마음을 읽었는지 눈치를 보며 난처해하고, 시아버지도 ‘그래, 사돈어른이 챙겨주셨으니 얼마나 감사하느냐’라고 하셨다. 시어머니는 예상외로 단호한 반응에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지만, 갑자기 식당의 음식들을 타박하면서 노골적으로 기분 나쁜 티를 내셨다.


서로 기분만 상한 채 밥만 먹고 바로 식당에서 헤어져 집으로 돌아간 A씨와 남편. A씨는 ‘시어머니가 친정에서 마련해 주신 돈, 시댁 대소사에나 쓰라는 뜻 아니냐’라며 남편에게 속상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남편은 워낙 큰 돈이기도 하고, 어머니 입장에서는 자신의 옛날 처지랑 비교되니 그랬을 거라고, 이렇게 화낼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이해를 못 하는 눈치다.


A씨는 친정 부모님이 마련해주신 돈을 집안 대소사가 있을 때 비상금처럼 썼으면 한다는 시어머니의 말씀이 내내 서운하다. 출산도 집안의 대소사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시어머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남편 말처럼 ‘너무 예민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는 A씨. 혹시 산후조리 후 나중에라도 이를 문제 삼아 뒷말이 나올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한다. 정말 시어머니 말씀대로 비교적 저렴한 산후조리원으로 바꿔 이 돈을 아껴야 하는 걸까? 본인과 아기를 위해 비싼 돈을 들여 투자한 산후조리원인데 오히려 산후조리원 때문에 더 신경이 쓰인다는 A씨의 고민은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까.


저작권자 ⓒ 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