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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을 자극하는 곳 [제주 조천 숙소 | 조차]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찰나의 빛과

풍광이 일렁이는 곳


글ㆍ사진  고서우


바닷가 마을에 인접한 숙소는 많이 다녀보았지만, 이처럼 바다와 육지 경계선에 돌담을 쌓아 올린 곳은 처음이었다. 지역의 특성상 당연스럽게도 오션뷰 숙소가 차고 넘치는 제주에서 그야말로 식상하지 않은 오션뷰였다.



조천읍에 새로 생긴 숙소 '조차'의 이야기다.


내가 이곳에 도착한 날 하늘은 몹시 흐렸다. 어두운색 구름만 조용히 떠다니는 하늘엔 빛 한 점 없었기에, 겨울이라는 계절의 민낯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아래로 만난 '조차'는 이 날씨가 자기 옷인 양 늠름히 자태를 보이고 있었기에 비교적 아쉬움이 크게 느껴지지도 않았던 것 같다.



'조차'의 정원을 밟기 전에 나는 바닷가를 바라보고 섰다.


'조차'와 맞닿은 바다는 썰물이 한창때였는데, 물이 빠져나가며 잔잔해진 물 흐름에 몸을 맡긴 갈매기와 청둥오리 때가 눈 즐거운 풍경이 되어 주기도 했다.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는데, 사람의 기척을 느끼면 날아가 버렸다 다시 돌아오는 것이, 이쯤 발치에서만 보라는 듯하여 더 이상 거리를 좁히지 않았다.



그렇게 '조차' 주변을 두어 바퀴 돌며 시간을 보내다가, 합류하기로 한 친구들은 조금 늦어진다기에, 나 먼저 대문을 열었다. 낮은 돌담을 사이에 두고 동네 사람들과 나란히 걸어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는 모양새였다.


정원 디딤돌을 밟으며 시선을 발치에 두니, 내부 분위기 정도나마 느낄 수 있는 긴 창이 있었다. 고개를 훨씬 더 아래로 숙여, 창이 난 자리를 살펴보다가 잰걸음으로 얼른 들어갔다.



어두운 날씨에 어두운 내부.


조명 조차도 밝게 쓰지 않은 이곳에서 고요히 홀로 마주한 저 바닷가는 단색의 수묵화만큼이나 깊이 있었고, 얼마 안 있어 창문에 빗방울이 번지며 차츰 운치가 짙어졌다.


날씨가 좋았으면 이 안에 황홀한 노을빛을 담아볼 수도 있었겠지만, 바깥 자태에서부터 담담히 날씨를 받아들이게 만든 스테이 '조차'는, 투정하는 나를 토닥이는 어른스러움이기도 했다.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진 가구들이 선명히 드러내는 질감도 '조차'를 만나는 방법이었다. 눈으로 본 뒤엔 손으로 한 번 만져보게 만드는 나무 질감이 나한테만 그런 것은 아니었나 보다. 이후 들어온 친구들도 가구를 향해 손을 뻗곤 했으니까 말이다.



느지막이 합류한 우리는 가장 먼저 여기 준비된 말차라떼 스틱과 우유, 다도 키트를 이용해서 말차라떼를 만들었다. 나는 평소 말차라떼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카페에서도 자주 사 먹고, 집에서 또한 말차라떼 스틱을 써서 종종 책상 앞에 두고 마시는데, 이곳에서 맛 본 말차라떼의 맛이 좋아 사진 한 장으로 기록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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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잔 세 개에 말차라떼를 나눠 담고 '조차'라는 공간 안에서 흩어져 돌아다녔다. 나보다 숙소 구경하기를 좋아하는 친구 한 명이, 이 공간이 가진 특징의 다양함을 늘어놓는 소리가 쉴 새도 없었다.



'조차'는 1층 거실에 침실이 하나 있고, 또 다락 구조로 된 2층 공간에도 침실이 있다. 다락 침대 바로 옆에는 난간이 설치돼 있는데, 나는 이곳을 보자마자 배를 타고 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특히나 밤에 이곳을 침실로 택한 나로서는, 내리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난간 너머 창문으로 보이고 있을 바닷가가 자꾸만 떠올라, 상상을 멈출 수 없었다.



밤사이 거세게 떨어지고 있는 빗방울과 함께 넘실대고 있을 파도, 창문, 난간, 침대. 어릴 때 침대방 객실에 누워 목포로 향하던 생각이 났다. 침대에 누워 이렇게 재밌어 보기도 덕분에 처음이었다.



그 침실을 뒤로 하고 내려오면, 다락까지 천장고가 높은 작은 서재가 있다. 의자는 하나인 게 꼭 한 번은 조용한 고독을 즐겨보라는 것만 같았다. 여러모로 다락 침실이 있는 이곳이 마음에 들어가던 나였다. 그곳에 앉아서 넉넉한 크기로 트인 창문과 눈싸움이라도 하듯이 바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책도, 대화도 필요 없었다.



그리고 그 방을 나오자마자 짧은 복도 옆으로 자쿠지를 만날 수 있는데, 여기서 우린 동그란 인센스 홀더 안에 향부터 피웠다. 어두운 공간 안에 하얀색 향 줄기가 퍼져가는 것이 정말 멋스러웠다.


짙은 향기를 맡으며, 자쿠지를 채워줄 물 온도를 손으로 가늠했다. 적당한 온도가 되었을 때, 약간 더 뜨겁게 하여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얼른 물이 채워지기를 바랐다. 재촉도 했다. '조차'는 어느 공간에서도 섭섭하지 않을 바깥 풍경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뜨거운 물에 몸 담가 보는 풍경은 어떨지 그 극대화 됌을 새롭게 체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을 틀어놓고 그저 공간 곳곳을 돌아다녔다. 각 방으로 연결이 되는 복도 가운데에서는 손바닥에 쥘 수 있을 작은 돌 오브제도 보았다.



이런 가운데 '조차'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쇠사슬이었다. 여러 개의 쇠사슬을 만났기 때문이다.


감히 예상컨대, 바닷가와 맞닿은 이곳에 매단 쇠사슬이 녹슬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했다. 세월의 흔적은 어설픈 흉내로는 만들어낼 수 없다고, '조차'에 칠해진 검은색의 위엄과 파도의 거침을 쇠사슬이라는 열쇳말에 담아내면서 시간이라는 섭리를 참여하게 유도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봤다.


각자가 해석하기 나름이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게 될 지도 궁금하던 부분이다.



비가 주륵주륵 내리던 저녁의 식사는 니은(ㄴ)자형 식탁에 모여 앉아서 먹었다. 공평하게 밤바다가 보이는 창문을 나눠 갖고서.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올려다본 비스듬한 빛 우물, 거기에는 빗방울이 부서지고 있어 더욱 좋았던 거다.



사방이 좋았던 곳.


나는 '조차'를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시선 닿는 모든 곳이 '조차'의 얼굴이었고, 어느 한 면만을 부각해 자랑하듯이 보여주는 그런 공간이 아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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