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에버랜드를 다녀왔다. 15살, 중학교 2학년 때 다녀온 이후 정확히 10년 만이다.
새벽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짓궂은 날씨였지만,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놀이 공원답게 그날도 많은 사람들이 각자 즐거운 마음을 품고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마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아직 대학교 시험기간이 끝나지 않아 10년 전의 나의 또래처럼 보이는 친구들이 비교적 많았다는 것이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에버랜드는 제법 많이 바뀌어 있었다. 에버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티익스프레스(T-express)는 그대로 있었지만 후룸라이드는 썬더 폴스가 되어 있었고 롤링 엑스 트레인이라는 새로운 롤러코스터도 생겨있었다. 추억에 젖어 에버랜드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는데 익숙함과 생소함이 뒤섞여 흐뭇한 웃음과 놀라움을 동시에 유발했다. '난 중학교 2학년 때의 내가 아니야'라는 마음가짐과 함께 다소 도도한 태도로 들어갔던 에버랜드에서 어느새 나는 그곳에 있었던 어떤 사람보다 그곳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티익스프레스와 썬더 폴스를 타고나서 최고조에 달했던 나의 기분은 에버랜드의 기념품 샵을 들어가는 순간 차갑게 식어버렸다. 사람에 따라 충분히 구매욕을 자극할만한 귀여운 굿즈들이 가득하긴 했지만 나는 도통 여기 있는 펭귄, 상어, 악어, 백호가 에버랜드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에버랜드의 마스코트인 '레니'를 비롯해서 로스트 밸리, 사파리 월드와 같은 어트랙션까지 에버랜드에는 동물과 관련된 요소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것들이 에버랜드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느냐 묻는다면 나는 결코 이에 동의할 수 없다.
해외에서 잘 나가는 테마파크는 저마다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콘텐츠와 스토리가 있다. 대표적으로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 그들은 자신들이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영화, 애니메이션 콘텐츠들로 테마파크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를 만들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이런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운영하는 테마파크와 삼성에서 운영하는 에버랜드를 단순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에버랜드와 함께 국내 대표적인 놀이공원으로 꼽히는 롯데월드도 하다못해 로티와 로리라는 머릿속에 곧장 떠오르는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 유니버셜 스튜디오, 레고랜드와 같은 글로벌 테마파크들의 건설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날로 심화되는 테마파크 넓게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에버랜드 역시 에버랜드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캐릭터나 이미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주변 사람들 중 우스갯소리로 '카카오'에서 테마파크를 만든다면 꼭 가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이유는 결국 '카카오프렌즈'라는 강력한 킬러 콘텐츠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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