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signDainn Apr 06. 2017

이 과장의 스타트업 생존기 8

제6편 _스타트업과 조직문화

스타트업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자유, 수평적 구조, 성장 등등 여러 가지 키워드로 인해 스타트업은 이럴 것이다 라는 막연한 환상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자 한다. 물론 개중에는 정말 특이한 문화도 많겠지만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아직은 더 많다는 가정하에 글을 쓰고자 한다. 오늘은 디자인 실무 이야기가 아닌 스타트업에서 과장이란 직책에서 오는 스토리와 생각을 풀고자 한다.





과장 아무나 다는 거 아닌가?

처음에 과장 자리로 입사했을 때 나는 이 회사에서 처음으로 뽑은 관리직이었다. 기존 직원은 몇 있었지만 

모두 사회 초년생 신입사원들이었으니, 관리직으로 뽑힌 나에 대한 리더십, 조직관리에 대한 기준이 

높았으리라 본다. 


하지만 나에게 기존 회사에서의 과장이란 차장을 잘 보필하는 실무 잘하는 직책 중에 하나였고, 

관리는 팀장(부장)급에서, 보조 관리는 차장급, 실무는 과장급이었기 때문에 실무만 잘 하면 과장으로의 승진은 자연스러운 순서였기에 과장이란 직책은 그냥 연차 쌓이면 받게 되는 직책이 나의 인식이었고 

물론 관리에 대한 부담 또한 없었다.


하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 과장급이란 신입들만 데리고 일을 하는 업무환경에서 커다란 존재로 인식되어있고, 무엇이든 잘 할 것 같고 잘 알 것 같은. 그만큼 무한한 기대감이 있다는 것을 여기 와서... 조직을 경험해 보면서 

느끼게 되었다. 


입사 후 첫 달은 기존 회사 문화에 젖어있어 조직, 관리, 문화, 복지면에서 낯설었던 시기

둘째 달은 기존 회사와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혼돈이 오던 시기

셋째 달은 여기의 조직문화에 적응하기 시기였다. 

지금은 물론 잘 적응하고 있지만 적어도 처음의 나는 그랬다. 





실무도 관리도 미숙

내가 다니는 케이앤컴퍼니는 부동산 빅데이터 회사이다. 

임원분들도 금융권에 종사하는 분들이었고 대기업에 있다가 나오신 분들이었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금융 쪽은 승진이 어렵다는 것. 과장 다는 게 하늘의 별따기이며, 대리로 업을 마무리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이런 환경에 익숙했던 임원과 전혀 반대의 환경에서 지내왔던 나. 

임원분들이 겪어온 기존 환경을 기준으로 나를 보았으니 과장에 대한 기대가 더 컸으리라. 


나와 지내온 환경이... 그리고 시스템이 전혀 다른 회사를 접하고 온 경력직들이 임원 네 분과 나하나 

그리고는 전~~ 부 다 신입. 

신입들은 이유도 모르는 업무 퇴짜와 사수 없이 혼자 터득해야 하는 삽질에 지쳐있었고 

임원분들은 사업 확장을 위해 바꾸게 돌아다니느라 미쳐 아랫사람들을 디테일하게 신경 쓸 시간이 부족했으며, 돌아와서 업무 보고를 받더라도 업무의 미숙함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 

각각 생각의 갭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 중간에서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 컸지만 초반의 나는 적응기였기에 많이 헤매어왔다. 

실무도 편집디자인에서 브랜드&웹디자인으로 넘어가는 중이라 헤매는데 관리는 오죽하랴. 

그때의 나는 말 그대로 실무도 관리도 미숙기. 말 그대로 총. 체. 적. 난. 국!! 





내가 뭘 해야... 

실무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던 과장 직책. 

이젠 관리자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과장 1년 차인 나의 고비이자 숙제였다. 


“첫 관리자로써 사원들의 생각이나 임원들의 생각이 잘 전달될 수 있게 중간관리자 역할을 잘 해주세요. 

기대가 큽니다!”

‘아.. 직책이란 이런 거구나. 부담되네. 업무도 헤매고 있는데 아 클났다..’ 


하루하루 무거운 마음이었다. 내가 뭘 해야 할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당최 감이 오질 않았다. 

그러던 중 끼게 된 첫 사원회의. 


이 곳에서는 한 달에 한번 사원들만 모여서 회사에 대한 이야기도 자유롭게 나누고 문화를 개선해 나가자는 

취지의 자리가 있었다. 

기존엔 사원들의 이야기가 묵살당하고 오너의 뜻대로 진행해야 해서 직원들의 불평을 많이 받아왔는데 

나에게 이런 제도는 회사에 마인드가 열려있구나. 참신하다. 대표님이 사원들의 얘기를 잘 들어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굉장히 좋은 문화라고 인식됐었다. 


사원들끼리 모여서 의논을 하다 보니 항상 무언가의 개선사항이나 제안이 나오게 되었고, 

스터디를 운영하자. 문화 데이엔 뭐를 하자. 직무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 

새로운 신입이 오면 이런 오티 어떨까.. 등 이런 식의 주제가 많이 던져졌었다. 말 그대로 ‘사원’ 회의였다.


하지만 그곳에 오점이 있었을 줄이야.. 

단 한 명뿐인 과장은 순식간에 사원들의 분위기에 동요됐었고, 어느 순간 그들을 대변하는 입장이 되어있었다. 중간 완충제 역할을 했어야 했는데 그 역할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역할은요...

어느 날 이사님과 함께 한 티타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번에는 윗분들의 진솔한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회사 사업성 확장하려고 pt준비도 하고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사원들은 동상이몽 같네요. 다른 곳을 보는 것 같아요.”


그랬다. 윗분들은 그렇게 열심히 사업 확장을 위해 회사 존폐를 위해 목숨 걸고 움직이고 있었는데 

아래에서는 자기들의 편의만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난 왜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을까. 나의 직책과 역할은 그게 아니었을 텐데.. 

과장이란 직급에 책임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그 역할을 잘 하고 있었나. 부끄러웠다. 반성이 되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중립을 잘 지켜 위와 아래의 완충제 역할이 되겠다고!!

(잘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도 그 역할에 대해서는 미숙하긴 하나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 

그래도 그나마 기존보다 나아진 점이라면, 이제는 아래와 위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 

업무도 좀 익숙해졌고, 문화도 익숙해졌다. 기존의 관습과 몸에 배어있던 문화습관 등은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으며 무엇보다 중간 관리자로서의 사명감을 확실히 알았다는 것.





스타트업은 이렇습니다.

스타트업. 말 그대로 사업 초창기 단계이다. 초창기다 보니 직원들보다 임원분들이 더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초창기 단계에서의 직원의 역할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서포트 아닐까? 그리고 그분들이 힘을 내서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돼야 하지 않을까?

바쁘게 뛰어다니는 임원분들과 함께 바쁘게 움직여주는 사원들이 있어야 

그 스타트업은 번창할 수 있다고 본다. 


함께 미래를 꿈꾸고 한 곳을 바라보며 달려 나가야 한다. 

물론 말로는 이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고 현실은 다르다는 것도 잘 안다. 


예전에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을 볼 때 각기 다른 사회생활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좌충우돌로 부딪히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고도 치고 혼나고 군기받고 울고 그런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렇게 각각의 사람들은 교육과 훈련과 우정과 신뢰를 통해 하나가 되어 갔다. 

그렇게 몇 달 함께 생활하면서 행군도 발맞추어 걷게 되었으며, 

커다란 탱크 안에서의 분담 업무도 착착 진행이 되었고, 

주변 동료의 응원에 힘입어 두려움과 맞서 싸우는 용기도 보였다. 주변의 환경과 동료가 나를 바꾼 것이다. 


‘진짜 사나이’에 참여한 연예인들도 한 두 달의 과정을 통해 하나가 되어가는데, 

왜 하루의 절반을 보내는 직장에서는 그런 단합이 되지 않는 걸까? 

이미 오래된 회사들은 자신들의 부서 이익을 따지고 책임은 타 부서에 넘기는 등의 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스타트업은 두 개의 층으로 분리되어 다른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는 언제나 생기기 마련인 것 같다. 아니 꼭 생긴다. 


각각의 비전이 다르고 회사를 다니는 이유도 다르며, 추구하는 바도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돈이 목적. 어떤 이는 성공이 목적. 어떤 이는 삶의 질이 목적. 각각의 목적이 다를 것이다. 

그런 목적을 뒤로 미뤄두고 하나의 비전을 세워 꿈꾸고 달려 나가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단합대회도 하고 체육대회, 동아리 등등의 활동을 하는 것일 것이다. 

조금이라도 단합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스타트업은 다행히도 조직의 덩치가 작기 때문에 빠르게 조직 변화가 가능하다. 

새로운 문화로의 적응도 빠른 편이다. 그건 정말 장점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현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과감한 조직개편을 시도했다. 


부서단위로 업무가 떨어지는 것을 과감히 없애고 프로젝트 단위로 쪼개서 전 직원이 여러 가지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경험을 쌓는 것을 추구했고, 조직단위의 폐쇄적인 업무환경에서 오는 문제점들을 노출시켜 

공유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아직 초반 도입이라 미숙함도 있고 적응기간도 필요한 편인데 스타트업은 이런 과감한 시도의 도입이 

쉬운 편이라 여러 가지 문화와 조직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런 환경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고 좀 더 조직적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사원들의 과제도 있다.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배운 나로서는 셀 단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조직원을 챙겨야 하는 막중한 책임도 따르지만 이런 시도는 굉장히 설레고 즐겁다. 


이 과장의 스타트업 적응기! 쓸 주제가 많아질지도 모르겠다.

기대하시랏!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