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출장 가선 일부러 하루 더 시간을 뺏다. 매달 서울을 가지만 출장 일정이 길어야 2박 3일이라 저녁 일정을 거래처 분들과 하루 그리고 톡방 멤버들이랑 하루 이렇게 시간을 배분을 한다. 그러다 보니 다른 지인들을 거의 볼 수가 없다. 내 업무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서울에서 하나 부산에서 하나 차이가 없으니 한 번씩 지인들과의 교류를 위해 출장시간을 늘릴 예정이다.
지난달은 오랜만에 찌질이 3인방과의 시간을 가졌다. 3년 만의 만남인데 승훈이는 엄청난 운동으로 훨씬 건강한 모습이었고 화중이는 은행 전산에서 필드로 옮겨 적응을 한다고 바쁜듯하다. 여하튼 오랜만에 만남 그리고 오랜만에 이 친구들의 단골인 명동의 숨은 파스타 명소 다 파비오(Da Fabio)를 방문을 했다. 화중이 같은 경우는 마음에 드는 음식점이 있으면 일주일에 2~3번씩 다니며 단골을 만든다. 뭐 기본이 음식이 맛나야 하고 그다음은 와인을 편히 마실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가성비 정도 일 듯한데 찾아내는 식당들이 솔직히 웬만한 맛집 블로거들이 추천하는 집들보다 훨씬 퀼리티 있고 만족도가 높다.
다 파비오 대표는 와인 수입사 출신이고 파스타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 이 집을 차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고로 내가 블로그에 여러 번 언급했듯이 나 같은 경우는 파스타 외부에서 사 먹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직접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해서 집에 언제나 내가 직접 만든 파스타 소스들이 있다. 그래서 외부에서 파스타를 먹는 경우는 코스에 따라 나오던 아니면 와인 사이드 디쉬, 마지막으로 파스타가 정말 맛난 집 정도이다.
간단한 카나페, 화중이가 이집 워낙 찐단골이라 음식을 주인장에서 맡기는 경우가 많다. 나 같은 경우도 단골집에 가면 그냥 내어주고 싶은 음식 내어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은 오랜만에 모여서 와인을 편하게 마시는 날이라 알아서 주인장이 음식을 내어 줬다. 가격은? 모르겠다. 그냥 다음날 정산할 때 일반 미들급 레스토랑에서 먹는 금액의 70% 정도 수준이었던 것 같다.
참고로 이집 점심은 가성비가 아주 훌륭해 인근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파스타에 대한 나의 생각은 금방 위에 언급했듯이 방향성이 상당히 개방적인 음식이다. 다양한 면에 정형화된 레시피만 있는 게 아니고 조리를 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부재료와 소스 등으로 제한 없는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개방성이 넓은 음식을 접하다 보면 음식이 상당히 친근하게 접근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집 파스타가 전문이니 음식들을 주로 다양한 파스타 위주로 즐긴다. 이건 까넬노니면을 이용한 크림 파스타다. 아시다시피 파스타 면 종류는 수백 종이다. 이 까넬로니의 경우는 속을 채워 요리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묵직한 크림에 위에 시즈닝으로 간단히 만들어 낸 아주 캐주얼한 파스타다. 면적이 넓고 식감이 두툼해서 개방성이 강한 파스타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기 좋은 면이다.
위에 언급한 개방성이 돋보이는 파스타의 형태가 이런 멸치 파스타에서 보인다. 엔초비 대신 생멸치를 염장을 하던 다른 형태로 절여서 사용을 하면 또 색다른 음식이 나온다. 그리고 이 집은 시즈닝 사용이 돋보이는데 시즈닝과 생으로 된 향신료를 잘 이해만 하면 다채로운 음식들이 나온다.
명란 파스타 많이들 맛나다 이야기하는데 예전부터 명란 대신 식감을 위해 날치알을 사용을 하던 파스타들이 제법 있었다. 이 날치알을 그냥 넣는 경우도 많지만 조미를 좀 하면 또 다른 파스타를 경험할 수 있다.
페투치네면을 이용한 라구소스 파스타는 상당히 정형화된 파스타고 한국사람들이 참 좋아하는 파스타다. 역시 고기는 진리다.
고기가 진리라 했으니 고기도 따로 먹어줘야지. 사실 예약을 미리 했어야 하는데 예약하는 걸 깜빡했다고 한다. 그래서 주인장이 급하게 있는 고기를 이용을 해서 내어 놓은 음식. 소고기는 뭔들...
소도 먹었으니 닭도 먹어줘야 한다. 이런 훈제 닭에 와인 사이드 디쉬로 좋은 재료를 뿌려 간단히 토핑을 한 디쉬는 만들기도 쉽고 와인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음식들이다. 이집 음식들은 경쾌하다. 어설프게 묵직한 흉내를 내는 돈 아까운 정통 레스토랑보단 이런 캐주얼한 식당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