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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on Jun 03. 2021

아무런 동기도 없이

제목 그대로 아무런 동기도 없이 글을 쓴다. 물론 이유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굳이 특별할 것 없는 이유들뿐이다. 그럼에도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분명한 이유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 ㅡ지금은 강아솔의 음악을 듣고 있다ㅡ 자주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글을 시작한다. 사실 분명한 이유라고는 했지만, 아무런 동기가 없다고 스스로 느낄 만큼, 나 조차도 이 글은 그저 충동에서 쓰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ㅡ잠시 멈춰 핸드폰을 본다ㅡ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자니, 요 며칠 계속 어떤 글이라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음표다. 그래도 따져보면 충동에 가까운 것이 맞지 싶다. 다만 실행에 시간이 걸렸을 뿐. (충동은 항상 어떤 행동을 즉발 하리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생각이 드는데, 생각해보면 그건 당연하지 싶다)


그래서 대신 무엇에 대해 쓰고 싶은지 생각해봤다. 외롭나 보다. ㅡ음악을 바꿨다ㅡ 나는 확실히 외로운 사람인데, 다 내 탓인 것만 같아, 혹은 다 내 탓이라, 아무에게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ㅡ누군가가 생각났다. 내가 진심으로 외롭지 않다고 느끼게 해 준 사람, 시간이 꽤나 지났 것만 종종 그 사람을 생각한다ㅡ 물론 그저 가볍게 외롭다고는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누구 앞에서도 울고 싶지는 않다. 물론 남들 앞에서 한 번도 울어본 적 없는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은 울어도 된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없고 같이 울어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없고, ㅡ마침 듣고 있는 음악은 강아솔 '그대에게'ㅡ 울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저 울고 싶었다고만 말하고 울고 싶기 때문이다. 그럴 수 없어 외롭다. '깊다' 따위의 말을 덧붙이고 싶지만 사실 이제 내가 얼마만큼 외로운지 잘 모르겠다. 


요즘은 햇빛이 나는 날도 드물고,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지도 않는다. 가끔 밥을 직접 해 먹고, 갑자기 치킨을 시켜 먹는다. 무엇이라도 해야겠단 생각에 멍하니 있는 시간도 거의 사라졌다. ㅡ오랜만에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했다. 눈을 뜨자니 바라볼 것이 없었고, 눈을 감자니 그저 잠에 들 것 같았다ㅡ 오늘은 보고 싶은 전시를 정리했고, 며칠간 전시를 보러 다닐 생각을 했다. 양재천을 따라 자전거도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어 공부는 더 열심히 하고 있고, 면허 시험도 빨리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놓은 책을 얼른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집에 무엇을 두고 싶은지도 생각했다. 지금 보고 있는 드라마를 빨리 보고 당분간 드라마를 그만 봐야지 생각하면서, 다음에 볼 드라마는 무엇으로 할지도 고민이었다. 커피 캡슐을 살 때가 됐는데, 이번에는 드립 커피도 사볼까 생각했다. 보고 싶은 영화들도 언제 볼 지 고민 중이다. 그다지 쓸데없는 거의 모든 일들까지 동원해도 그저 혼자 하는 것들 뿐이다. 누구와 같이 저녁 메뉴를 정한다거나, 누군가가 좋아할 만한 전시를 같이 보러 가자고 할 일도 없다. 조금 큰 집으로 이사를 했지만 누구를 초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누군가에게 요즘 가장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 말은 사실이기도 해서 더욱이 내 외로움이 억울해진다. 욕심부리는 걸까. 이보다 더 나은 걸 원해도 되는 걸까. 그냥 모든 게 충분하면 안 되는 걸까. 오히려 우울했을 적에 더욱 충만했었다. 하나의 감정에만 충실하면 됐고, 거의 포기했었으니. 가끔 엄마가 무섭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보다는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즐거운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했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도 없다. 나 혼자다. 나 분명히 좋아하는 것들이 많았고, 누군가와 함께 생각을 나눌 때 나 정말 벅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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