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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관 Aug 19. 2016

길에서 만난 여름 그리고 눈과 마음에 담은 서촌

효자동으로 이사온 지 5년이 흘렀다. 그 사이 효자동을 포함한 경복궁 인근에 서촌이라는 지명이 생겼다. 난 이 곳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나서 내내 동네만 맴돌았다. 동네의 카페와 식당을 오가고, 글을 쓰거나 산책하는 시간을 보내고, 영화를 찍지 못한 시간 동안 창작에 대한 중압감 혹은 근심으로 동네를 서성거렸다. 

 난 벽들에 관심이 많다. 서로를 막고 보호하는 벽들의 세계는 다양한 생김새가 있다. 벽들을 타고 골목이 흐른다. 어떤 골목은 안에서 쉬는 사람의 숨결이 들릴 만큼 집과 골목이 가깝다. 고단한 삶이 흐르는 골목을 산책하자면 다양한 기억과 만날 수 있다. 골목의 낮은 노인들과 아이들이 머문다. 골목은 큰 길과 속도를 달리 한다. 이곳의 벽들은 적지 않은 시간을 버티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모여들며 바뀌기 시작했다. 벽들로 아름다워진 공간은 그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무너지기 시작한다. 변화의 공간을 산책하며 어느날 그 골목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려 보았다. 글을 썼고 사진을 찍었고 결국은 이 공간에서 영화를 만들었다. 



 나의 영화에는 경복궁 등지의 골목길과 남산 산책로가 주요 배경지로 나온다. 배우들은 단 그 두 장소에서만 등장하며 하루 동안 몇 가지 사건들을 만나게 된다.  영화 속 공간들은 생동감이 비껴간 공간들이다. 서울 안에 있지만 바쁜 도시와 다른 흐름이 존재하는 조용한 골목길과 산책로 안에서  등장인물들은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치졸하고 이기적이고 솔직하지 못한 연애담이 펼쳐지고 허구 속에서 갈피를 잡으려는 소설가가 자신이 만든 등장인물과 닮은 이를 만난다.   

 

 영화는 작은 소품이지만 작은 영화라고 작은 수고가 들지는 않았다. 영화는 개봉을 앞두고 있고 난 두려움이 앞선다. 저예산의 영화를 개봉하자면 연출자가 능동적으로 감당해야 할 것들이 많다. 열 명의 관객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손을 내밀어 한 명과 악수를 하는 기분이 든다.  세상의 소수만이 이 영화가 있는 것을 알고 또 그 중의 소수만이 내가 만든 영화를 볼 것이다. 무관심 속에서 내가 만들어 낸 존재의 미미함을 확인할 수도 있다. 몇년간 동네에만 머물다가 모를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운동화 끈을 고쳐매는 기분이 드는 요즘이다. 

 내가 살고 영화를 찍은 서촌에서는 내가 만든 영화의 포스터를 어렵지 않게 구경할 수 있다. 영화를 찍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었지만 오고가던 카페와 식당, 스쳐지나며 인사하던 주민들이 스스럼없이 자신의 가게와 벽에 포스터를 붙여주었다. 동네에 사는 지인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포스터를 사진으로 찍고 나에게 보내준다. 닻을 올리고 돛을 내리며 난 울타리 바깥의 먼 여행을 하기를 바라지만 돛에 바람을 실어주는 울타리 안의 사람들에게 감사를 느낀다. 



 한번으로는 아쉬운 제작과정의 사연들을 몇회 더 연재 해 볼 생각입니다. 여름에서 가을의 길목까지 <최악의 하루>에 관한 이야기들과 함께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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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일정: 8/26(금), 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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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모 기간: 8/19(금)~8/24(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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