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관극 후기
해피엔딩이 좋은데.. 끝나고 나서 이게 해피엔딩이 맞나 갸웃했다. 여운이 남는 엔딩이다.
공연 외적인 이야기를 먼저 하고, 스포가 담긴 공연 내적인 이야기를 뒤에 적겠다.
<공연 외적인 이야기>
시야는 어딜 가든 괜찮다. 정말 완전 끝(...)에 앉았는데도, 거리가 좀 먼 것 빼고는 보는데 문제없다. 공연이 전반적으로 무대 중앙에서 이루어져서 시야 사각이 없다. 오페라글라스는 굳이 안 챙겨도 되지 싶은데, 표정 연기 자세히 보고 싶으면 챙겨도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1층 구석보다, 2층이 낫다고 본다.
MD로는 프로그램북, 손수건, 그립톡, 유리컵(매진)을 팔고 있다. 초연, 재연 때는 티켓북이나 배지 같은 거도 있었으니, 아마 시간 지나면 종류가 추가될 것 같다.
원래부터 인기가 많은 작품이었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배우님들 인지도가 확 높아져서 티켓팅이 피켓팅(피가 튀는 티켓팅)이 돼버렸다. 6회 관람 시 ‘스페셜 영상집’을 줘서 오? 싶은데(통상은 8-9회 이상), ‘6번이나 볼 수 있으면 봐라’ 였다는 악명(?)이 높다.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뮤지컬에도 ‘티켓 파워’가 있다. 통상은 아이돌 배우들이나 ‘조승우’, ‘옥주현’ 등 정상급 배우님들의 경우인데, 미도 배우님도 그렇다. 미도 배우님 회차가 티켓 오픈하면 10초면 매진이고, 문성 배우님도 좋은 자리가 금방 나간다. 일명 ‘문도성(정문성, 전미도, 성종완)’ 페어는 정말 피켓팅이다.
배우님들이 돈 많이 버시는 건 기쁘지만, 티켓팅이 힘들어... 여러모로 티켓팅 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한재아, 강혜인, 양희준 등 다른 배우님들도 연기 참 잘하시니, 공연을 보고 싶은 거면 어느 회차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2020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아쉬운 건 공연 외적인 부분이다. 마케팅 측면? 어차피 홍보 안 해도 볼 거라는 걸까. 사전 예매나 재관람 할인율도 낮고, md상품, 스케줄표 등 공식 정보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씨뮤 인스타그램계정 하나 운영하기는 하는데... 이렇게 불평해도 나는 또 표를 잡고 있겠지.
그리고 공연장이 춥다. 꼭 가디건 등 겉옷을 챙겨가자.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2020은 9월 13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열린다.
올리버 #정문성 #전성우 #양희준
클레어 #전미도 #강혜인 #한재아
제임스 #성종완 #이선근
아래부터는 스포가 담겨있다.
<공연 내적인 이야기>
극에서 크게 세 가지 생각거리를 뽑아봤다. 인간과 로봇의 관계, 로봇과 로봇의 관계, 남은 수명을 안다는 것.
인간은 도움을 받을 가치가 있을까?
극에서 올리버는 헬퍼봇5, 클레어는 헬퍼봇6이다. 말마따나 인간을 돕기 위한 로봇이다. 둘 간에 버전을 가지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이폰5와 아이폰6가 싸우는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더 보고 있으면 그들은 로봇이라기보다는 반려동물에 가깝다. 올리버는 강아지, 클레어는 고양이. 특히 올리버는 크기나 색상, 성격이 골든리트리버같다.
“고맙다, 올리버.” 올리버의 주인이자 친구인 제임스는, 죽기 전에 올리버에게 LP판을 남긴다. 그걸로 어느 정도의 유대관계를 볼 수 있다만... 죽기 전까지 찾지 않은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사실상 유기하고 지낸 것 아닌가. 인간이 과연 도움을 받을 가치가 있을까?
“두려움과 불안이 뒤섞인 기분이야.”
제임스를 만나러, 반딧불이를 보러. 여행을 떠날 때의 목적은 달랐지만, 클레어와 올리버는 과정에서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며 사랑에 빠진다. 스스로 사랑을 할 수 없게 설계되어 있었는데, 왜일까.
사랑이라는, 기쁘면서도 두려운 감정을 알아가며 서로에게 빠져드는 둘을 보고 있으면, 과연 ‘인간과 로봇의 차이가 뭘까’싶은 생각이 든다. 둘은 꽤 행복해 보인다. 여기서 끝났으면 해피엔딩이었을까.
“우리 바보 같은 짓 하고 있는 것 아닐까?”
300일에서 500일, 900일에서 1200일. 어쩌면 남은 수명을 알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은 아니지 싶다. 사랑하는 이들이 서로의 남은 수명을 알고 있고, 그것이 다르다는 것은 그 자체로 비극이지 않을까. 이것은 인간에게도 닥칠 미래이지 싶다.
사랑을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한때, 결국 예정된 파국이 닥친다. 어떻게든 이어 가보려고도 하지만, 자신이 떠나고 상대방을 혼자 남겨두는 것이 더 두렵다. 결국 둘은 서로를 만나기 전으로 메모리를 초기화하기로 한다.
"문을 열어줘서 고마웠어"
"문을 두드려줘서 고마웠어"
과연 둘은 메모리를 지웠을까? 그건 공연장에서 확인해 보자.
<극의 배경 TMI>
헬퍼봇이 있는 사회는, 몇 년도쯤의 어떤 사회일까? 극을 이루는 작은 설정들이 재밌다. 몇 가지만 뽑아보자.
극의 시간 배경은 서기 2059년이다. 프로그램북에서는 21세기 후반이라고 하고, 모텔에서 터미네이터2를 보면서 나오는 대화에 시간대가 나온다.
서울 메트로폴리탄 - 목포 - 제주도. 올리버와 클레어는, 친구의 차를 빌려 타고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다. 목포-제주 해저터널이 있어서 차량으로 서울에서 제주도에 갈 수 있다.
헬퍼봇은 혼자서 주인의 15km 반경을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올리버와 클레어는 헬퍼봇아파트에 방치되어 있다. 유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심지어 제임스의 자식은 올리버가 "가출"했다고 표현한다.
로봇은 돈을 모을 수 없다. 하지만 올리버는 매번 재즈 관련한 도서를 받아본다. 사유재산은 있으되, 일자리 차원의 방지일까? 주택, 전기 등이 무상이나 복지 차원으로 제공됨을 알 수 있다. 로봇인권법 같은 것도 있을까. 사실 올리버 방이 내 방보다 크다.
우편배달부와 모텔 종업원은 인간이다. 인간을 돕는 로봇이 있는 시대에, 인간의 일자리가 대체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끄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