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삶이 고이는 방,호수" 리뷰
2009년부터 지금까지, 군 생활을 차치하고라도 자취한 지 어언 10년이 되었다. 하숙으로 시작해서 고시원, 옥탑방, 반지하. 쉐어도 했다가, 2층으로 올라도 갔다가, 다시 반지하. 보증금이 늘어나며 주거환경이 나아지면서도, 고시원의 소음, 곰팡이 폈던 반지하 생활은 인생에 꽤 큰 자국으로 남아있다.
함수린 작가님의 ‘삶이 고이는 방, 호수’는 호숫가에 이는 물결처럼 주거 경험이 삶에 남긴 자국을 정리한 책이다. 쉼표를 넣음으로써 ‘방 호수’와 ‘방, 호수’를 중의적으로 표현한 게 인상 깊다. 원룸텔 514호에서, 친구와의 투룸 301호까지의 여정이 담겨있다. 저자의 말마따나 “글로 쓴 앨범 같은 책”이다.
“20대를 되돌아보며 그 시기의 반짝임이 꼭 깨진 유리 같았다고 블로그에 쓴 적이 있습니다. 이제 깨진 유리 같은 반짝임 따윈 싫다며 마음 한편에 묻어 뒀었는데, (...) 깨진 유리를 함부로 만지면 다치지만, 조심조심 집어서 옮겨두면 아무도 다치지 않습니다. 미워했던 만큼 사랑했던 시간들을 조심조심 집어서 이 책에다 담았습니다.”
“팍팍한 일상과 감정 소비가 나를 건조한 사람으로 만들 때, 나는 쉽게 좁은 방을 탓했다. 더 넓은 곳에서 충분히 쉴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는 덜 불행했을 거라고 말이다. 그게 정답은 아니었지만 탓할 곳이 필요했다. 사람이 구겨진 기분이 들지 않을 방 크기는 최소 몇 평일까?”
책에는 아팠던 경험들이 많지만, ‘가로 세로 70센티미터 작업대에 베란다로 드는 오후 빛’처럼 그럼에도 반짝이는 기억들이 담겨있다. 마을버스를 타고 계속 돌아 본 경험, 넓은 공터의 하얀 적막을 찾아간 경험 등을 볼 때는 ‘나도 그랬었지’ 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다. 후기처럼 담긴 ‘다음 이사는 어디로 갈까’ 8편의 동네 답사기도 솔깃하다.
https://smartstore.naver.com/chaegbangyeonhui?NaPm=
전반적으로 에피소드에 담긴 감정, 파생된 감정에 공감 가면서, ‘나도 이렇게 나의 주거 경험을 정리해 볼 수 있을까’ 욕심이 드는 책이었다.최근에 처음 하숙했었던 집 근처를 우연히 들릴 일이 있었는데, 원룸이 생기면서 예전 집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억 또한 휘발되기 전에 조금씩은 정리해 두어야겠다.
독립서점 “책방연희”에서 샀는데, 온라인 판매처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https://brunch.co.kr/@snowpepper/23
함수린 작가님 브런치에서도 몇 가지 글을 볼 수 있다.
인용
함수린(2020), 삶이 고이는 방, 호수, 헬로인디북스
인스타그램에 작성했던 리뷰를 다듬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