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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희 Oct 28. 2018

소윙바운더리스(SWBD),
가을밤 기분좋은 산책

2019 SS 서울패션위크 리뷰

소윙바운더리스의 2019년 춘하 컬렉션이 열리기 하루 전, 하동호는 인상적인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상상이 현실로 변하는 중’이란 코멘트와 함께 올라온 사진에는 가을밤 가로수 그늘 아래로 빈 객석들이 늘어서 있었다. 

마치 숲속의 오솔길처럼 꾸며진 런웨이. 

초대장을 받은 게스트라면 설레지 않을 수 없는 사진이었다. 쇼노트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이번 시즌 소윙바운더리스 컬렉션은 옷 이외에 다른 무언가에 집중해보고 그 생각들을 다시 옷으로 풀어내 만들어졌습니다


쇼 당일, 막상 눈으로 본 런웨이는 사진보다 더 아름다웠다. 바로 옆은 바쁘게 차들이 지나는 서울의 도심이지만 런웨이는 숲 속의 오솔길에 들어온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 오솔길은 까페 인디고플레이스에서 시작해서 스케이트보더들의 아지트인 건대 분수광장을 잇는, 무려 180m의 길디 긴 런웨이였다. 


가을 밤 가로수 아래 앉아 행인들과 지나는 차들을 보며 쇼를 기다리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쇼노트에는 ‘리퀴너드(Liquinerd)’가 디렉팅에 참여해, 함깨 ‘까페’라는 또 다른 영역으로의 확장을 꿈꾸었다고도 적혀 있었다. 하동호와 리퀴너드는 까페에서 이어지는 테라스처럼 런웨이를 꾸미고 서울의 풍경과 함께 소윙바운더리스의 쇼를 보도록 안내했다. 


이윽고 쇼가 시작되었다. 일전의 프리젠테이션과는 비교할 수 없는 메가컬렉션이었다. 50벌이 넘는 장대한 베리에이션의 스타일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빈틈없는 스타일링으로 무장한 채 소개되었다. 

하동호는 언제나 필굿(Feel Good) 스타일을 선보여왔다. 그의 쇼는 늘 기분좋은 재즈음악처럼 시대정신(Zeitgeist)과 즐겁게 조우해왔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소윙바운더리스는 복잡한 아방가르드나 과도한 장식, 추구하거나 예술적 크래프트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클래식 컴포트 스타일로 50벌이 넘는 착장을 베리에이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동호는 이 대목에서 관록이 무엇인지를 똑바로 보여주었다. 빼어난 소재와 컬러의 배합, 흠잡을 데 없는 테일러링, 트렌드를 관통하는 레이어링과 요소 요소 심어놓은 섬세한 디테일들이 오프닝룩부터 클로징룩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고 이어졌다. 


3-4종의 체크 수트와 트렌치, 나일론 아노락, 소윙바운더리스의 시그너쳐인 볼드 스트라이프의 니트와 럭비 티셔츠들을 주축으로, 에나멜 광택의 플라스틱 피스들과 코듀로이, 여성만을 위한 레이스 셔츠, 시스루 슬립드레스 등 다채로운 텍스쳐들이 풍부하게 어우러진 쇼였다. 

이번 시즌 가장 돋보였던 건 레이어링이었다. 립니트로 된 웨이스트벨트(Waist Belt)는 쇼 전체의 Riff(반복악절)였고, 때론 나일론 스웻셔츠 아래로 긴 후드 트렌치가 원피스처럼 빠져나오거나, 나일론 스웻셔츠 위에 브라탑이 입혀지기도 했다. 모두 80-90년대의 즐거운 레트로풍의 밝고 선명한 컬러들과 모던한 모노크롬의 배합들이었다.

소윙바운더리스를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빛나게 해준 건 디테일이었다. 디테일은 소윙바운더리스제품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하동호는 심플한 탑에 스토퍼 장식을 목걸이처럼 흔들리게 만들고, 평범한 자켓은 돌아서 걸어갈 때면 뒷판에 선명한 스트라이프 스트립이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아노락의 뒷판에는 섬세한 자수가 수놓이는가 하면, 모자는 멀리서 보면 사웨스터 햇(sou'wester hat:소방관모자) 처럼 보이지만 야구모자 트레일을 덧달아 만든 것들이었다. 

모든 아이템들이 하나 하나 사려깊은 배합과 액센트로 마무리되었다. 소윙바운더리스의 강점은 모든 피스들이 커머셜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디자이너의 색깔이 시대정신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하동호는 분명 행복한 디자이너다.

그날 밤 소윙바운더리스의 쇼는 분명 특별했다.

아마 시간이 지난 뒤에도 이번 하동호의 쇼는 이렇게 기억될 것 같다. 가을이 익어가는 능동로의 밤, 어느 테라스 카페에서 기분좋은 음악을 듣는 것처럼 펼쳐진 컬렉션이었다. 하동호는 쇼가 끝나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런 말을 적었다. 


패션쇼는 옷이 전부가 아니라. 모델, 무대, 셋트, 음악, 조명. 그 모든 것이 완벽한 합을 이뤄야만 패션쇼가 완성된다고 배웠어요. 전 그걸 정말 멋있게 내 나름대로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은 거고. 제가 멋진 패션쇼를 보며 꿈을 키우고 자랐듯 제 쇼를 보고 다른 누군가도 꿈을 키우길 바랍니다.


아마 그의 말이 맞을 것같다. 

하동호의 2019 SS 소윙바운더리스 쇼는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누군가를 꿈꾸게 만들 그런 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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