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FW 서울패션위크 리뷰
어떤 디자이너에게 패션은 예술 가까이에 있는 어떤 것이지만, 또 어떤 디자이너에게 패션은 즐거운 비즈니스다.
랭앤루는 후자의 편에 서 있는 브랜드다. 멋진 스타일과 영리한 전략, 그래서 결국 '잘팔리는' 브랜드 랭앤루, 이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서울패션위크가 있기 며칠 전, 랭앤루는 여의도 IFC몰에 매장을 오픈했다. 그리고 이 매장에서 2019 추동 제품들을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오픈했다. 한국에선 드문 시도지만, 해외에선 최근들어 패션쇼보다 다양한 퍼포먼스를 동반하는 프리젠테이션 방식을 선호하는 디자이너들이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오픈식이 있던 날 좀처럼 붐비는 일이 없었던 IFC몰 L2는 랭앤루 샵으로 모여드는 인파로 북적였다. 처음 셔터가 터지기 시작해서 포토라인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에는 IFC몰의 관리직원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동선을 정리해주어야 할 정도였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이런 대형상업시설에 단독 스토어를 오픈하는 건 드문 일이다.
온통 핑크색 벽으로 장식된 스토어에는 랭앤루의 시그너쳐라 할 수 있는 프린트 랩가운과 지난 2019 춘하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였던 신상품들, 그리고 최근 랭앤루의 새로운 포트폴리오로 들어온 액세서리 라인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프리젠테이션으로 선보인 랭앤루의 2019 추동 컬렉션은 80년대의 디스코 글램 룩을 벽돌색과 짙은 퍼플, 네이비 등의 깊은 컬러로 가다듬은 스타일들이었다. 랭앤루는 여기에 반짝이는 텍스쳐를 다양하게 가미해 파티 걸(Party Girl) 특유의 축제 분위기를 이끌어 냈다.
나는 이 프리젠테이션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특히 누구보다 잘팔리는 브랜드인 랭앤루가 쇼 대신 프리젠테이션을 택했다는 게 고마운 선례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패션쇼는 모든 디자이너의 꿈이다.
하지만 한 번의 쇼를 위해 디자이너가 치뤄야 하는 경제적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느 정도 경력과 기반을 닦은 디자이너들에게도 때로 쇼는 지치고 힘든 여정이다. 이는 글로벌한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최근에는 다른 대안의 퍼포먼스들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현재 디자이너들 중에는 패션위크에 참여하지 않고도 앤디앤뎁이나 고엔제이처럼 성공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거나 해외에 큰 단위로 수출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많다. 모두 오랜 경력과 탄탄한 기반을 이룬 브랜드들이다.
그러나 아직 자리잡지 못한 신인 디자이너의 경우, 주변의 자연스러운 시선과 기대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때로 어려운 일이다. 랭앤루의 경우, 확고하게 성장하는 비즈니스의 자신감이 도리어 새로운 시도를 가능케 했다.
쇼는 한 시즌 정도 쉬어도 된다. 때로 한 번은 쇼로, 또 한 번은 개성 가득한 색다른 퍼포먼스로 고객을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변혜정, 박민선 듀오가 보여주는 이런 스마트한 행보는 다른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던져준다.
이 날은 하루 종일 IFC몰이 북적거렸다.
랭앤루 스토어 덕에 근처의 커피숍들 까지 방문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날이었다.
한국 금융의 중심가인 여의도 한복판에 포문을 연 랭앤루 스토어는 또 어떤 행보를 그려가게 될까. 어쩌면 다음 시즌에는 서패위에서 런웨이를 하는 랭앤루를 보게 될 수도 있고, 어쩌면 홍대나 성수동 어느 까페에서 달콤한 디저트가 함께는 새로운 프리젠테이션 파티를 볼 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은 디자이너의 선택이다. 다음 시즌 이 듀오가 보여 줄 또 다른 선택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