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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묭 Oct 08. 2021

길치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무엇일까. 나 자신의 특성을 바탕으로 두고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 거기다 더해 해롭지 않은 방향은 어디일까. 일단 내가 나를 모르겠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비슷해 보이는 사람이 가는 길도 결국엔 나와 달라서 결국엔 내 갈길 내가 알아서 가야 한다는 것에 생각이 이르면 암담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또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이 가는 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 암담해지는 것이 그저 움츠려 들고 싶어서 그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에 까지 생각이 이르면 이놈! 하고 일갈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제발 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

더듬어 나아갈 수밖에 없다. 하나씩 차근차근. 여기서 일단 새로운 패러다임을 깔고 들어간다. 전부터 품고는 있었지만 아직 드러낼 수는 없었던 것. 특별한 문제는 없었기 때문에 뒤로 미루어 두었던 것. 건강.

건강에 관해서 생각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상충된 의견이 안에서 충돌을 한다.

그냥 많은 부분들을 제쳐두고 좀 더 좁은 부분에 집중한 채 살아가고 싶은 마음. 생각하고자 하면 끝이 없다. 돈, 미래, 먹을 것들, 위생, 건강, 사회, 올바름, 양심. 그리고 너무나 많은 세상에서. 세상에 정보가 너무 많다 너무나 많아서 귀를 닫고 어느 한 곳에 마음을 위탁한 채 고집스럽게 살아내고 싶다는 마음이 하나. 그 마음에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 그림, 글 여타 예술이라고 포장할 수 있는 것들이 들어가면 용인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벼려내기 위해선 버려야만 한다고.

그러나 그런 마음도 잠시, 좁았던 시야가 금세 옆으로 향하고 넓어지는 걸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는 조금 멀다고 해도 되겠지. 그렇게 넓어진 시야가 향하는 것은 어느 방향. 분명히 어느 방향이긴 한데 나는 높은 곳에 올라 조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를 주변으로 넓게 펼쳐진 광야의 한 복판이라 그만 방향감각을 잃어버린다. 분명히 위에서 올려다보면 어딘가로 향하는 방향이 보일 텐데 시야엔 그저 넓은 평야뿐이다.

이놈! 다시 길을 잃고 있다. 좀 더 간단히 후려쳐 보자. 막살고 싶은 마음과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다는 마음이 다투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다는 마음이 이기게 된다. 인생 뭐 있어? 욜로지. 라는 마음이 있다고 한다면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이다. 사실 어느 한쪽을 정답이라고 두고 거기에 마음을 의탁하고 사는 행태가 문제를 만들어 내는 것일 수 도 있겠다. 질릴 것이기 때문에.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 거야.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마음은 하늘을 날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땅에 매여 있기에. 물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런 상황이라도 나는 괜찮아 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초월한 사람이거나 술에 취한 사람이겠지. 초월한 사람은 몇 있지도 않을 테니 내가 마주칠 확률도 희박하기에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런 얘기는 그냥 주정이라고 여기는 편이 확률적으로도 가장 합리적일 듯하다.

반대는 어떨까. 반대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매일 규칙적으로 밥을 먹는다. 매주 식단은 미리 짜여 있고 균형 잡힌 영양소 배분과 건강한 유기농 식재료. 매우 이상적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돈이 아주 많다면 내 전담 팀을 꾸려서 먹는 것이나 운동, 건강과 관련된 것들을 위임하고 정해진 스케줄대로 따르기만 하는 상상을. 귀찮기 때문이다. 머리로 생각은 들기 때문에 더 귀찮다. 해야 하고 한다면 이런 것들을 고려하고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 먼저 받아들이기 때문에 찰나에 순간 생각들이 해야만 하는 것들을 눈앞에 빽빽하게 세우고 나는 그것에 압도되어 그냥 눈을 감아버린다. 휴대폰을 보며 하루 종일 누워있다. 그것이 쉬는 날의 나의 모습이다. 그래서 차라리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예전엔 일이 바빠서 휴일에도 출근을 자주 했는데 차라리 그때가 좋았지 라고 되뇌이게 되는 것이다. 마주하기 싫어서. 집중력을 잃어버렸다. 명상을 배워야겠다고 여기서 또 다짐을 한다.

<염증 없는 식사>라는 책을 구입했다. 다 읽진 못하고 쓱 훑어만 봤다. 현대인들의 식습관은 염증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사람마다 개인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음식이 몸에 맞는지는 개개인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각각 염증테스트를 한 뒤 필요한 과정을 밟아 하나씩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목록들을 제거하면서 경과를 지켜본다. 그리고 깨끗한 상태에서 원래 먹던 음식들을 하나씩 추가하면서 체크해보는 것이다. 내 몸에 어떤 음식이 맞는지.

다시 머릿속에서 생각이 팽창해 나간다. 이걸 하면 뭘 사야 하고 이걸 하면 뭘 해야 하고 머리가 슬슬 복잡해지면서 다 필요 없고 풀떼기만 먹고살면 되겠지 라고 하지만 채식도 몸에 맞는지 고려해야 하고 머리로는 쉽게 생각하지만 또 막상 실천하는 것은 다르고 무엇보다 아무튼 계획을 세우고 무언가 평소에 비해 해야 할 것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피로감이 벌써부터 몰려와 이내 책을 덮는다.

며칠 묵혀두고 머리를 좀 식힌 후에 다시 책을 꺼내 들었다. 차가운 머리로 생각해본다.

일단은 바로 손 닿는 거리에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바꿔도 되는 목록들. 조금 더 비싸지만 조리할 때 쓰는 기름을 바꾸는 것이다. 마냥 싼 것에서부터 이제는 올리브유나 아보카도 오일로. 그리고 일단 곡물류를 가능한 멀리 한다. 가까이한다고 하더라도 평소 잘 안 먹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겠다. 밀가루가 관건. 채소를 하루에 가능한 4컵? 이상 먹으려 하고, 과일도 매일 먹는 방향으로. 유산균을 구입해야 하고, 식사는 12시~6시 사이로 가능한 맞춰본다. 야식은 금지. 술은 애인이나 지인을 만날 때, 혼자서는 금술. 당장에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유지하면서 체득시키고 거기서 <더 푸드랩>을 참고하면서 조리법을 익히며 재료를 내게 맞추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될 것 같다는 방향성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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