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모르겠습니다. 나아지는 것인지 나이가 드는 것인지. 나이가 들면서 나아지는 것인지 나아지는 과정은 시간을 동반하기에 당연하다는 것인지. 예, 새해가 밝았으니까요. 이런 생각도 해보는 것이지요. 맨날 똑같은 것 같은데 이렇게 한 해가 가고 되돌아보고 다시 시선을 안으로 거두어 보면 느끼게 됩니다.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시선을 좀 더 멀리 두고 되돌아보면 어느 정도 운 동감을 느끼게 되는 데요. 느리긴 하지만 가고 있구나라고 느낍니다. 제겐 방향보다는 넓게 퍼지는 것이 중요한데(이것은 추후에 더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빙빙 돌긴 도는데 돌면서 조금씩 넓혀가는 나선의 이미지를 상상하고 있죠. 하고 싶은 일들이 늘어가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넓혀가는 중이겠죠. 저는 직진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진작에 이렇게 될 것이었다는 생각도 합니다. 실망을 하지 않기 위해 기대도 하지 않았죠. MJ처럼요. 그렇군요, 스파이더맨을 봤는데요. 재밌게 봤어요 중간중간 눈물을 찔금하기도 했고요. 근데 그 전 날, 드라이브 마이 카를 봤거든요? 근 몇 년간 본 영화 중에 가장 좋았단 말입니다. 근 몇 년간 본 영화가 많지도 않지만요. 그래서 스파이더맨을 봤을 때 감흥이 조금 덜하긴 했습니다. 이젠 마블 영화를 따라가기가 귀찮아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재밌게 봤어요. 극장에서 본다면 대부분의 영화는 재밌게 보는 편입니다. 극장에서 나온 뒤 평가는 박해질 수 있어요. 극장에서 보는 체험이 중요한 것이니까요. 올해는 극장에 부지런히 다녀볼 계획입니다. 그런 계획들을 추리고 있어요. 계획을 세우고 설렘을 채우기에 가장 좋은 시기니까요. 31일에 새해를 맞기 전 그 날에 다이어리를 사려고 문구점에 갔는데 끌리는 게 없더라고요 마땅히. 그래서 인터넷으로 맘에 드는 걸 찾아 주문을 하니 1월 4일에 도착 예정 이래서 사실 오늘까지 좀 놀 계획이었습니다. 최대한 생각하기를 미루면서요. 마침 휴무일이라 종일 누워서 넷플릭스를 보고 있는데 아뿔싸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가 오지 않겠어요? 그래서 오후 늦게 겨우 일어나 씻고 방 정리를 하고 이렇게 앉아있습니다. 일단 쓰다 보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겠지 라며 쓰고 있습니다. 시작은 초라하게 하는 게 좋죠. 일단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이 기록하고 더 많이 해보는 게 목표입니다 넓게는. 실질적으로 눈앞에 보이는 결과물들을 내어 보는 것. 작년보다 크게 앞서 나갈 필요도 부담도 없이. 넓고 얕고 길게 간다는 것을 받아들인 이상 세상에 저를 훔쳐갈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한 곳에 쌓아 숨겨두지 않을 것이기에. 도처에 널어 둘 것이기에. 여기에도 널어둘 생각이라 앞으로는 구분 없이 글을 쓰고 올리려 합니다. 계획은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지만 아무쪼록. 올해도 각자의 페이지를 채워나가시기를 바라며 고운 종이 일부러 꾸깃꾸깃 접어 보냅니다. 초라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