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텅잔 Sep 19. 2016

공간과 공허



니가 내 공간에 있을 때는, 이 작은 공간이 이다지도 너로 꽉 차 내 눈길이 닿는 곳에 니가 있었다. 눈길을 따라 손을 뻗은 곳엔 당연한 듯 마주 잡는 니 손이 있었고 해사하게 웃는 너의 눈꼬리에 나는 사뿐히 머리를 내 밀어 오르락 내리락 하는 니 숨결을 느꼈다.



너와 내 사이가 안 좋던 겨울날, 차가운 벽과 마주한 등이 시려워 눈을 떴고 여느날과 똑같던 나의 공간은 소름끼치는 공허로 가득했다. 불편함을 무릅쓰고 건 전화에 너는 괜찮으니 얼른 자- 하고 말했다. 반만 담긴 진심에도 나는 어줍짢은 안심을 느꼈지.



공허는 이별로 자리를 대신했고, 우습게도 이별 뒤에도 내 공간은 너로 꽉 차 온종일 나는 너를 그렸다. 눈길, 손끝, 머리를 뉘인 어느 곳에도 니가 있었어. 내 공간에서 자격을 박탈당한 나는, 더 이상 설 곳 없어 애달파진 마음이 참으로 슬퍼 눈물을 흘렸다.


작가의 이전글 부모-자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