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정이 같은 선택지와 필요의 부재
볼펜을 샀다. 검정색으로 디자인과 장식이 다른 걸로 여러게.
문제는 2일 전에 갖고 싶어하는 볼펜을 검정색, 파란색, 빨간색으로 샀다는 거다. 이 볼펜으로 지금 읽고 있는 에쿠리 가오리의 '홀릭 가든'의 몇몇 문구를 필사하고 싶었다.
아직 책을 읽고 있는 중이고, 책을 다 읽은 뒤 필사를 할 생각이지만, 책을 읽으며 어떤 볼펜으로 필사할지 난감한 마음이 든다. 새 볼펜과 새것같은 헌 볼펜.
그리고 필통을 뒤적거리다, 아끼던 샤프 두 개를 잃어버린 걸 알아차렸다.
선택지가 많아진 삶은 오히려 난감함을 가져왔고, 정작 필요한 삶의 일부는 사라졌다.
쓸데 없는 소비를 하고, 다시 쓸데 없는 소비를 해야한다.
마음이 묵직해진다. 갑갑하고 공허하다.
이런걸 처량하다고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