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더 빛나는 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 지음)
서울 근교의 캠핑장에 와서 이른 아침 일어나 보니, 바로 앞 강가에 있는 나무의 가지와 잎이 흔들리고 있다. 어김없이 작은 새들이 놀고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제목의 짧은 글을 펼치기 전에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몇 개의 답을 먼저 나열해 본다. 밥과 빵, 사랑, 신념, 열정, 건강, 관계, 소명, 사회봉사와 같이 말이다. 정답 맞히기라면 사랑이라고 답을 할 것이고 속물 근성으로는 돈이라고 말하겠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어느 하나도 빼먹을 수 없는 것들이다.
주체적인 자질과 행동일까
우리는 대개 스스로의 주체성 때문인지, 스스로 갖추게 되는 신념과 열정 그리고 타인에게 행하는 사랑과 봉사에 의해 살아간다고 여긴다. 내가 하는 것, 내가 갖추는 것, 내가 남에게 행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자기중심적이다.
톨스토이의 되돌아보기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단편 소설은 구두 제화공으로 가난하게 사는 세묜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추운 겨울날 세묜은 낡은 외투를 새로 만들기 위해 시내에서 양모피를 살 심상으로 그동안 이웃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러 갔다가 받지 못한다. 대신 술 한잔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길거리의 헐벗은 나그네를 발견하고 지나치며 자신의 길을 가다가 다시 되돌아보는 데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우리는 받은 사랑으로 살고 있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다른 면을 바라보게 한다. 사람은 내가 행하고 갖춘 것,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주는 사랑만에 의해 살 수 있는 양 착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삶이 힘들어질 때, 저도 모르게 세묜네 부인처럼 투덜거리게 된다. “우리는 주는 데, 왜 우리한테는 아무도 주는 사람이 없을까?” 이걸 어떻게 극복할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 사랑을 주기만 하는 것은 가능한가? 사실 사랑을 주기만 강요하는 것은 어렵다. 작은 실마리로 다음 날 아침 세묜네 부인은 이웃집에 빵을 구하러 길을 나서는 데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되돌아보면 나도 모르게 많은 사람에게서 받은 사랑, 그들의 헌신에 의해 우리가 살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결국 인간 피라미드와 운동회의 기마전에서 깃발을 든 작은 아이를 지탱해 주는 말과 같이,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단단하게 잡아주기 때문에 살게 되는 것이다.
주는 사랑 받는 사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사랑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이에게 사랑을 보여주지 않는 삶은 죽은 것과 같다고 전한다.
친구, 동료, 인사를 건네는 이웃 사람들,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부모님의 얼굴을 되돌아 생각하게 된다. 이른 아침이어서 아직은 곤히 잠들어 있는 사랑스러운 가족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