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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석류 Oct 13. 2024

함께 일할 수 있는
전문가를 당기는 힘

[장석류의 예술로(路)] 2024.10.10

사람을 당기는 호명(呼名)의 태도 

저는 대학에서 본업을 하면서도 다양한 공공 문화예술 조직과 협업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먼저 일을 제안할 때도 있지만, 1주일에 최소 두세 번은 어떤 일을 같이 해보고 싶다는 전화나 메일을 받게 됩니다. 제안받는 일은 대체로 해당 조직이 해야 하는 특정 과업을 이끌거나 함께 협력하거나, 구성원들의 성장이나 조직문화 개선에 조력하는 일입니다. 때때로 어떤 사안의 의사결정에 조언을 구하는 연락을 받기도 합니다.


여기서 각각의 조직마다 일을 제안하는 태도와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누군가 시켰는지 저에 대한 사전 리서치가 없는 상태에서 앞뒤 맥락 없이, 어떤 일을 해줄 수 있냐고 묻는 담당자도 있습니다. 한식 기반 요리사에게 대뜸 중식을 주문하기도 합니다. 이에 반해 저의 이름을 검색하거나 다른 이를 통해 알아본 정보를 기반으로 안부를 묻고 무엇이, 왜 필요한지 마음을 노크하는 담당자를 만날 때도 있습니다. K 과장은 많은 지역에서 벤치마킹하는 <도시가 살롱>이라는 이웃 연결망을 쏘아 올린 담당자입니다. 몸담은 조직에서 다양한 전문가를 당길 수 있었던 일의 방법이 무엇이었는지 질문해보았습니다. 


“메일을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다들 메일에서 감동하시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사업을 하고 있고, 왜, 당신을 부르고 싶은지 대한 정리, 그래서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이곳에 오셔서 나눠달라는 마음을 최대한 담아서 쓰려고 해요.” 


어떤 조직이 저의 이름을 어떤 태도로 부르는지에 따라, 내 일처럼 여기며 꽃씨가 되어 날아가기도 하고, 똥이 되어 완곡하게 거절하기도 합니다. 저로서는 스트라이크에는 방망이를 내지만, 볼은 그냥 두는 게 좋기 때문입니다. 송길영의 <시대예보:호명사회>에서 언급한 개념을 가져오면, 서로의 본진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호명할 때, 협업과 연대가 시작됩니다. 


사람을 달려오게 하는 일의 태도

그럼, 내가 필요한 전문가 혹은 파트너의 역량과 마음을 당기는 힘은 무엇일까요? 돈을 주면 다 온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영역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보상은 한계가 있습니다. 다른 곳과 보상과 차이가 없는 상태에서 이들의 전문성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일의 태도와 방법은 무엇일까요? 공공 문화조직 리더 S와 “외부 전문가, 파트너들이 왜 이 조직과 일하는 것에 매력을 느낄까요?”라는 질문을 놓고 연구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때 인상적인 대답이 하나 있었어요. S는 이런 얘기를 종종 들을 때가 있다고 했습니다. “너는 같이 일할 사람이 많아서 좋겠다.”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이렇게 대답한다고 합니다.


“네 주변에도 많아. 네가 못 보는 거지.”


나의 일을 잘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필요하고 중요한 정보가 네트워크를 통해 나에게 흘러와야 합니다. 정보를 쫓아다니려면 힘이 듭니다. 그러려면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네트워크의 허브에 있거나, 실력이 좋고 정보가 많은 전문가는 이미 많은 사람, 조직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대접을 더 잘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여기서 나를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미션과 비전, 그리고 고객과 연결된 진정성입니다. 진정성 있는 태도는 힘이 셉니다. 그 힘이 진짜 전문가를 당기게 합니다. 어떤 조직을 기억하는데, 사람만큼 강력한 게 있을까요? 태도의 힘이 강한 조직에 방문할 때는 일 때문에 간다는 마음보다 사람이 보고 싶어 가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 보고 싶다고 생각되는 조직은 함께 일할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에너지는 주고받는 것입니다. 외부 전문가들이 동료의 마음을 가지고 평소 자신의 힘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하는 공공 문화조직의 리더 S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올 때, 형식적으로 내가 너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가 있다는 걸 인지하게 해주는 거. 그걸 상대는 다 느껴요. 내가 필요한 것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도 알아야 해요.”


환대의 마음으로 안부 물어보는 힘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알려면 에너지가 듭니다. 그 사람이 쓴 글과 했던 말도 찾아봐야 하고, 주변을 통해 어떤 사람인지 의견을 들어둘 수도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에게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좋은 질문은 서로를 이어주는 시작점이 됩니다. 상대에게 좋은 질문을 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 관해 관심과 호기심, 그리고 애정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이 우리 조직과 나에게 달려올 수 있게 하는 ‘일의 태도’는 환대의 마음으로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고, 나의 진정성을 더해 좋은 질문을 보내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상대의 마음에 내 자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관계는 나에게 어떤 도움을 줄까요? 귀찮고 굳이 그렇게까지 만나야 하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 혼자, 우리 조직만의 경험과 역량은 한계가 있습니다. 어떤 일은 폐쇄적 네트워크에서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낑낑거리면 100일이라는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전문가와 관계를 쌓아두면, 하루면 끝날 수도 있었습니다. 조직도 개인도 전문가 그룹과의 네트워크가 바뀌면, 일의 방향과 속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업계 네트워크에서 허브에 있는 사람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조직 구성원을 동료라고 생각하는 외부 전문가 그룹이 많아지려면 어떤 힘에서 시작해야 할까요? 이웃 커뮤니티 연결망을 잘 쏘아 올렸던 K 과장에게 물었습니다. 


“안부를 잘 물어봐요. 안부를 물어보는 태도가 조직에 있어요. 사람에 대한 리서치도 어떻게 보면 안부이고, 사람에 관한 관심이기도 하고요. 그 존재 자체가 다가오는 것에 대해 안부를 궁금해하고, 그렇게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보니, 뭔가 필요한 게 있었을 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그러면서 관계가 쌓여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익어가는 연결에는 서로에 대한 안부가 흐르고, 안부가 흐르는 연결에는 필요한 협력과 연대가 흐릅니다. 적절하게 호명하며, 안부를 물어보세요. 그러면 함께 일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을 당길 수 있습니다.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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