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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좋은 조직문화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1장 2절]

by 장석류

조직마다 가지고 있는 정착된 일의 방식과 태도

변화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당신에게 연락이 한 통 왔습니다. 어떤 문화예술조직의 리더 자리를 맡아줄 수 있느냐는 연락입니다. 부담되시나요? 그럼, 한두 단계 낮춰 본부장이나 팀장급 직위를 제안받았습니다. 나는 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먼저 이 조직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 나에게 주어진 책무, 다시 말해 지금부터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변화를 위해 때로는 앞장서야 하고, 때로는 뒤에서 밀어주기도 해야 합니다. 변화는 결국 현 지점에서 목표 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변화는 어느 정도 측정할 수도 있습니다. 정량적이든 정성적이든 말이죠.

변화는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입니다. 제도와 시스템은 도와주고, 거들 뿐이지 그 자체가 변화를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조직에서 A에서 B로 가기 위해서는 전략과 방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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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전 감독이었던 위르겐 클린스만의 경우 많은 축구팬에게 비난을 받고 중도 하차했습니다. 한국 축구에 맞는 전술적 방법론은 없었고, 소위 ‘해줘’ 축구를 했다는 것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A에서 B로 가라는 것인지 전술적 측면에서 지도력이 없었다는 이유입니다. A에서 B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전략이 통하려면 전략을 실행하는 방법, 태도, 동기부여, 팀워크, 조직 품성이 함께 가야 합니다. 현실의 조직에서는 리더의 지시를 받은 전략을 다루는 팀, 혹은 비싼 돈을 주고 데려온 외부 컨설팅 전문가가 조직이 중장기적으로 A에서 B로 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냅니다. 하지만 해당 중장기 전략을 구성원에게 교육하고 공유한다고 제대로 실행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안 되거나, 행동하는 조직문화와 협력하는 팀워크가 없는 경우, 일을 대하는 태도와 품성이 좋지 못한 구성원이 대다수라면 비전과 전략은 문서에만 있게 됩니다.


그래서 변화가 어려운 조직은 조직문화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조직문화는 이 조직에 정착된 일하는 방식과 태도(A Settled Ways Of Working And Attitudes)에 관한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리더가 구성원들과 만나는 방식과 언어의 태도, 팀장과 팀원의 관계와 일하는 방식, 서로 간 호칭, 점심시간 문화, 회의하는 방식과 다른 팀이나 직급 간 소통하는 태도, 메일과 통화에서 사용하는 언어습관, 이견을 조정하는 방식, 입사자와 퇴사자를 대하는 조직의 품성, 외부 관계자들과 만나는 방식과 상대를 인식하는 관점 등입니다. 공공 문화예술 조직이라고 하면 멀리서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그동안 쌓아온 고유한 정착된 일의 방식과 태도가 있습니다. 조직문화는 빠르게 전염되고 동형화됩니다. 신입이든 경력자든 처음은 낯설고 “여기는 왜 이렇게 일할까?” 의아한 마음이 들어도 6개월 정도가 지나면 나도 모르게 이 조직이 일하는 방식에 적응하며 익숙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개인이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보다, 조직문화가 개인을 바꾸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좋은 조직문화를 가진 곳은 역량이 다소 부족한 사람도 잠재력을 발휘하며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만들지만, 좋지 않은 조직문화를 가진 곳은 역량이 뛰어난 사람도 제대로 일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어떤 학생이 최근 1년 동안 가파르게 성적이 오르는 변화가 있었다면, 그 이면에는 이 학생의 공부 방법에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동기부여, 공부하는 방법과 습관, 선생님과의 관계 등에서 변화가 있었다는 가정입니다. 조직도 비슷합니다. 어떤 조직이 꾸준하게 좋은 사업과 결과를 내고 있다면, 그 이면에는 좋은 조직문화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직에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만큼, 비전으로 갈 수 있게 행동하는 조직문화의 ‘전술적 힘’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직심리학의 거장 에드거 샤인 (Edger H. Schein)은 저서 <조직문화 Organizational Culture>에서 “조직심리학에서 문화는 관행, 가치, 저변에 깔린 가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떤 가정은 가치를 형성하게 하고, 조직에서 형성된 가치는 다시 관행의 원동력이 된다.”라고 했습니다.

스크린샷 2025-05-26 122522.png <그림1> 에드가 샤인(Edger Shein)의 문화모델에서 착안한 조직문화 예시

좋은 관행, 다시 말해 좋게 정착된 일의 방식과 태도는 조직에서 형성한 가치를 품고 있고, 이 가치는 어떤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반대로 나쁜 관행, 나쁘게 정착된 일의 방식과 태도 역시 어떤 가치를 품고 있고, 이 가치는 어떤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레임덕에 들어가면 공무원이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어떤 가정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지금 열심히 하면, 정권이 바뀌었을 때, 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거라는 가정이 있는 것입니다. <그림1>은 공공 문화조직에서 가장 많이 충돌하는 수직과 수평 가치 이면의 가정과 이로 인한 관행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가정이 굳어지면 관행이 되고, 관행은 조직의 일하는 방식으로 굳어집니다. 또한, 조직에서는 서로 다른 가정과 가치가 충돌하기도 합니다. 어떤 시점에서 이 가치가 더 강하게 작동할 때도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반대 가치가 강조되기도 합니다. A에서 B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가진 어떤 가정과 전제를 바꿔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야 일을 할 때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저의 이전 저서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에서는 행정인, 기획인, 예술인 부족(Tribe)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충돌을 주로 다루었습니다. 부족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전제와 가정이 다르다는 것에서 출발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조직은 어떤 가정(전제)을 가지고,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만들어진 관행과 조직의 관성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어야, 우리가 바라는 비전으로 향하는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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