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케.
사실은 크로켓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 표현이지만 일본식 발음으로 고로케가 되었다. 우리에게는 만두의...빵버전? 이라고 접근하면 좋을 것 같은 이 고로케는 바삭바삭한 식감에 고로케 안에 들어 있는 속 재료가 어떤지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내준다. 영양만점 간식인데다가 빵집을 지나갈 때면 앞에서 주저하게 만드는 음식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서촌 거리 음식으로 유명한 #금상고로케 는 밀가루로 제작되는 일반적인 고로케가 아니라 감자를 이용해서 만드는 감자 고로케로 특별하고 건강까지 잡은 먹거리다. 7년, 많은 사람들이 지나쳤고 또다시 찾는 서촌의 명물 금상고로케.
이 금상고로케를 운영하고 계신 이양옥 대표와 금상고로케의 역사, 그리고 지금의 금상고로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서촌 금상고로케의 이양옥 대표님을 만나 보도록 하자.
이양옥 대표가 이곳 서촌에 자리 잡은 지 어언 25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녀는 처음부터 음식장사를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시골 출신으로 서울에 꿈을 가지고 상경해 먼저는 화장품 매장을 오픈했다. 나름 사업 수완도 좋았고 단골 고객들도 많았다고 했다. 그렇게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화장품 매장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변해가는 서촌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서촌이 개발되면서 점점 관광지의 면모를 띄게 되었다. 원주민들이 이탈해가기 시작하자 고정 손님들이 줄어들었다. 관광을 하러 온 사람들이 그녀의 매장에서 화장품까지 사 가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업종 전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정한 것이 금상고로케였다.
서촌은 근처에 통인시장이 들어서 있고 몇 걸음 나가면 광화문 거리가 펼쳐진다. 통인시장은 특유의 엽전 이벤트로 한동안 떠들썩했다. 외부에서의 유입이 많아지자 이양옥 대표는 길거리 음식 중에서 퀄리티가 있는 고로케를 팔아보기로 생각한 것이었다. 누구나 어디서든 편안하게 먹고 자리를 떠날 수 있는 음식. 포장도 가능하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일반적인 고로케가 아닌 감자 고로케를 말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경험이 부족했다.
매장 운영에 대해서는 꽤 오랜 기간의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음식 장사는 또 다른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당시 유명하던 금상고로케의 체인점으로 다시 한번 재기에 나섰다. 매장 위치를 바꾸지도 않았다. 그 자리에서 리모델링을 통해 음식점으로 전환했고 옆에는 커피숍도 함께 운영하면서 사람들이 앉아서 먹을 수도 있도록 서비스했다.
하지만 커피숍은 그렇게 오래 유지하지 않았다. 길거리 음식의 특성상 들고 가거나 포장해 가는 것이 가게 운영에 보다 더 도움이 되었다. 손님들이 많아질수록 그들이 앉아서 먹고 갈 수 있는 공간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커피 역시 take out 으로만 운영 방식을 바꿨고 이를 통해 더욱 고로케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앞길이 창창한 것만은 아니었다.
본점이...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금상고로케의 본점 사장은 유럽 여행에서 맛본 크로켓을 통해서 금상고로케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정말 맛있는 크로켓을 만나자 자신의 철판 볶음밥 기술과 맞바꿔 감자 고로케 레시피를 받아왔다. 일본의 유후인이라는 마을에 유명한 금상 고로케라는 맛집이 있는데 만들고 보니 그곳과 맛이 비슷하다고 해서 상호도 금상고로케로 지었단다. (일본의 금상고로케는 금상을 받아 금상 고로케라고...)
그랬던 금상 고로케의 운영이 점차 어려워지자 본점은 금상고로케 사업을 내려놓았다. 분점의 입장에서는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본점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이제까지 시스템으로 운영되던 모든 체계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양옥 대표는 선택을 해야 했다. 어떻게든 고로케를 살려 낼 것인가? 혹은 다시 다른 아이템을 찾을 것인가.
그녀는 고로케를 선택했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밀가루 반죽에 만들어지는 고로케가 아닌 감자 전분을 이용한 특별한 레시피는 여전히 시장에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거라고 믿었다. 게다가 서촌은 계속해서 관광 지역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고로케는 식사용이 아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간식류이다. 특별히 단골 고객이 필요하지도 않다.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주 들리고 순환되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입소문을 타기만 하면 승산은 있었다.
문제는 과정이었다. 본점은 주요 레시피와 유통과정을 풀어주지 않고 문을 닫았다. 이제까지 시스템을 통해 물품을 전달받아 왔던 이양옥 대표는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평소 사람들과의 관계에 진정성을 중요시했고 그 덕분에 납품 공장 담당자와 좋은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서 이양옥 대표는 금상고로케의 전반적인 조리과정과 유통라인을 다시 찾아올 수 있게 되었다. 다음은 매장만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매장에서 감자를 삶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렇게 그녀는 금상고로케를 지켜냈다.
그리고 이젠 본점이 되었다.
7년의 시간
이양옥 대표가 서촌에서 한자리, 25년의 시간 중에 7년을 금상고로케와 함께 했다. 코로나가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고로케의 특성 때문이라고 한다. 매장에 들어와서 식사를 하는 것 자체를 꺼려 하는 분위기 속에서 고로케는 선물용으로 혹은 구매해서 들고 가는 용으로 판매가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겐 오히려 좋은 한 끼 식사 대용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메뉴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고추냉이 맛이 가미된 고로케까지 있을 만큼 트렌드에 민감하게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끝까지 한결같이, 지속적으로 오늘과 내일을 보내고 있다. 체인점에 대해 물었을 때 이양옥대표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10년은 해야 체인점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한자리를 25년 동안이나 지켜왔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25년이라는 시간이 어디 짧은가? '주변 상권의 변화를 전부 지켜보셨겠네요?'라는 질문에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이양옥 대표의 얼굴이 기억난다. 그 미소 속에 25년의 희로애락이 전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무엇을 하든 내가 결정한 것을 끈기 있게 이어간다는 것의 결과는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나는 믿는다. 긴 시간 동안 누군가 쥐여 주는 일만 붙잡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향해 계속해서 정진한다면 말이다.
25년의 힘은 그런 것이다. 이양옥 대표가 가지고 있는 시간과 경험이 그녀가 앞으로 하는 모든 일들에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지표가 되어 계속해서 달려나갈 힘이 되고 있었다.
촬영을 하는 날 서울은 선선했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지금의 서울은 여지없이 뜨거울 것이다. 이 뜨거움 앞에서 고로케는 오늘도 튀겨지고 있을 것이고 그 앞에는 항상 이양옥 대표와 같은 배를 타고 순항 중인 매장의 동료들이 있을 것이다.
고객들이 찾아올 것이고 한 명 한 명과 즐거이 대화하며 금상고로케는 그렇게 이 더위를 이겨내고 있을 것이다.
금상고로케의 이양옥 대표님
그 앞길에도 오늘의 열정이 밑거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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