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자들>보고 식욕이 더 폭발했는데 어떡하죠?
최근 쏟아지는 파일럿 예능, 신규 프로그램들 속 눈에 띄는 제목은 단연 '공복자들'이었다.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일지 감이 오는 점이 좋았다. '음식 예능' 포화상태를 파고든 새로운 콘셉트일 것이라는 추측 하에 오랜만에 신예능에 대한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공복자들은 일요일 오후 MBC에서 방송되는 3부작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콘셉트는 '쏟아지는 먹거리와 맛집 속에서 한 끼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아줄 리얼 관찰 예능 프로그램'. 노홍철과 김숙을 메인 MC로 하여 건강, 스포츠, 다이어트와 관련된 사람들이 출연진으로 등장한다. 프로그램 소개에 따르면 24시간 동안 공복에 성공한 자에게는 스페셜 한 진미가 주어진다. 달고, 짜고, 맵고, 끊임없이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 현대인들의 미각에 휴식을 준다. 이를 통해 극대화된 미각을 되찾고, 최상의 진미를 섬세하게 느끼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복의 효과는 제대로 된 맛의 음미뿐 아니라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고 느낄 만큼 지루한 감은 없었다. 보는 재미가 있는 노홍철의 라이프스타일은 역시나 신선함과 재미에 큰 몫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다른 관찰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출연진들이 24시간 동안 굶긴 굶는데...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무엇을 얘기하는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는 당최 감이 오질 않았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았을 때 정규 편성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메시지가 분명하고 내용이 다양하지 않는다면 오래 살아남지 못하는 법. 프로그램을 보면서 든 3가지 의문을 정리해보았다.
건강을 위함인가요? 잃어버린 미각을 찾자는 것인지요? 둘 다 인 듯하다. 굳이 따진다면 '되찾은 미각으로 진미 맛보기'를 제 1의 목표로, 다이어트나 건강 되찾기는 그에 따른 부차적인 효과로 간주한다. 나는 이것이 반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복을 실천하는 충분한 이유로 '자극적인 음식으로부터 미각 본연의 능력 찾기'는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목표는 시청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이때, 어떤 메시지는 공감되는 주제가 되어 시청자를 위로하거나, 바람직한 주제가 되어 실천을 유도하거나, 새로운 정보가 되어 효과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공복자들>의 경우는 '공복'의 참된 의미와 효과를 시청자에게 알리는 것을 시작으로 공복에 도전하는 출연진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고 '공복'을 직접 실천하는 데에 있지 않을까.
프로그램 도입부에는 '삼시 세 끼를 꼭 챙겨 먹어야 하는 것은 고정관념'이라며 공복이 건강에 도움된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한다. 최근 한 프로그램에서 '간헐적 단식'의 효과를 소개하며 다이어트 방법으로 이를 시도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다양한 실험과 학문적 연구들이 '단식이 건강에 효과적이다'는 것을 뒷받침하지만 정말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이 많다. 부작용에 대한 결과도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단식보다 '식사 주기를 늘리는 것이 장수와 건강에 도움된다'는 새로운 해석이 나오기도 하였다.
'공복'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방법보다 주어진 기간 동안 섭취 가능한 칼로리를 제한하는 것은 어떨까. 2000년대 유명 연예인들이 필수로 출연하던 <만원의 행복>에서 콘셉트를 착안해보자. 당시 만원의 행복은 과소비를 줄이고 만원의 가치를 재평가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만원으로 살아보기'를 콘셉트로 하였다. 이처럼 과잉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소(少)식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3일에 2000칼로리로 살기'는 어떠한가.
프로그램 말미에는 결국 먹방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프로그램의 전개는 크게 '공복 전', '공복 중', '공복 후'로 나뉜다. 그런데 '공복 중'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라든가, 배고픔을 이겨내는 노하우 등 중요한 공복 도전 중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공복 전후의 먹방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직 1회밖에 방영되지 않아 남은 회에에서도 이럴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1회에 등장한 노홍철과 운동선수 배명호의 평소 좋아하는 음식, 음식을 맛있게 먹는 노하우 등을 담은 먹방은 침샘을 자극하는 그림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노홍철이 공복 도전을 끝낸 후 먹은 '호두과자 먹방' 까지. 결국 시청자들의 식욕을 폭발시키는 다른 종류의 먹방을 노린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런 먹방이 반복된다면 다른 프로와의 차별성도 잃을뿐더러 '공복자들'이라는 타이틀의 의미도 무색해진다. 출연자들은 다양하더라도 그림은 지루해진다. <만원의 행복>이 꾸준히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연예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흥미로움 뿐 아니라, 만원으로 일주일을 버티는 각자만의 전략이 달랐기에 서로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각자 공복을 성공하기 위한 전략에 집중하여 시청자들에게 '공복' 또는 '단식'의 효과적인 방법을 소개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콘셉트에는 아쉬움이 남지만 소재나 동기는 매우 참신하다. 필요 이상의 칼로리를 섭취하는 현대인들에게 소식의 미덕을 전하고, 균형 있는 음식 섭취를 권하는 프로그램이 현재 필요한 '음식 예능', '건강 예능'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공복' 또는 '단식' 규칙을 세운다면 출연진들에 따라 다양한 볼거리, 느낄 거리가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