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장르로서 다른 장르와 차별되는 지점은 상상 속 현실을 여러 편을 통해 실제적인 연출로 보여 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현실을 닮았지만 '영혼 체인지', '시간 여행', '귀신 등장' 등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뻔할 것 같던 이야기가 얽히고설켜 우리의 호기심과 추리력을 증폭시킨다. 두 번째, 실제 우리가 사는 집, 가는 카페, 일하는 직장 등 구체적인 모습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인물이나 사건이 더 있을 법하게 느껴진다. 셋째, 드라마도 결국 영상물이다. 영상을 보는 것만큼 내용이 빠르게 이해되는 것이 어디 있겠나! 넷째, 하나의 스토리를 여러 편을 통해 보여준다. 시트콤처럼 에피소드 형식의 드라마가 있지만 결국 하나로 관통하는 교훈은 있기 마련이다. '스토리'를 한 편에 다 보여주는 연극이나 영화와 차별되는 지점이다.
드라마는 분명 매력 있다. '1인 미디어', '웹툰', 'sns' 등 미디어 환경이 변하고 새로운 콘텐츠가 떠오르더라도 우리는 드라마를 놓칠 수 없다.
최근 MBC 드라마는 새로운 배우들을 기용하며 신예들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기승전 사랑'이라는 한국 드라마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다양한 소재 및 장치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눈에 띈 작품은 없었다. 예전의 '드라마 왕국'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기회에 MBC 드라마에게 바라는 점 세 가지를 꼽아보았다.
로맨스물 또는 수사물로 나뉘는 드라마의 판도가 아쉽다. 2018년에 방영된 드라마(주중 밤 10 시대 미니시리즈 기준) 중 절반 가량이 추리 또는 수사물이었다. 어릴 적 일어났던 사건에 얽힌 두 남녀의 사랑과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를 다룬 <이리 와 안아줘>, 괴짜 법의학자와 초짜 검사의 공조를 다룬 <검법 남녀>, 최근 방영되고 있는 전설의 요원과 아줌마의 첩보 콜라보를 다룬 <내 뒤의 테리우스> 등 드라마에서 '경찰', '검찰', '요원' 등이 많이 등장하는 추세다.
'추리', '스릴러', '수사'는 드라마뿐 아니라 다른 방송 장르에서도 유행하는 소재이다. <크라임씬>(JTBC), <대탈출>(tvN) 등 추리를 바탕으로 한 예능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방탈출 게임'이 대중적 오락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이렇듯 연달아 '추리' 또는 '수사'물이 나오는 것에서 피곤함을 느꼈다. 추리'나 '수사물'을 접할 기회가 많았기에 또 수사물이 나온다고 했을 때, 기획의도 자체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점점 장르화 되어가는 드라마에서 다양한 장르를 볼 수 있길 바란다.
예능에서는 다양한 연령대가 골고루 시청할 만한 프로그램을 찾기 쉽다.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일상 관찰'을 콘셉트로 하지만 혼자 살지 않는 2030 세대부터 주부 세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시청하고 있다. 출연진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는 재미가 있어 굳이 혼자 살지 않아도 공감 가는 코드가 존재한다. 드라마는 전 연령층이 고루 시청하는 작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특정 연령층 및 직업의 관점에서 드라마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20대가 볼 드라마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우선 MBC 드라마들은 캐스팅 라인업이 40대 이상 여성들에게 친근한 경우가 많다. 올해 초 나왔던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의 윤상현, 한혜진, <내 뒤의 테리우스>의 소지섭, <병원선>의 하지원, <배드 파파>의 장혁 등 화려한 스타 배우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4050 세대에게 더 친근한 것은 사실이다. 20대의 뉴미디어로의 이탈이 심해지고 4,50대가 드라마의 주 시청층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각 연령층에 끌리는 정도가 다르므로 내게도 친근하고 매력적인 배우를 많이 볼 수 있길 바라본다.
물론 MBC도 최근 20대 배우들을 주연으로 세운 드라마를 방영했다. <로봇이 아니야>, <위대한 유혹자>, <이리 와 안아줘> 등이 있었다. 하지만 <로봇이 아니야>에 대해 "로봇이 등장한다는 것 빼고 다른 로코와 차별점이 없다", "예상 가능한 전개" 등의 시청자 평처럼 세세한 스토리들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처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위대한 유혹자>의 경우 "스무 살의 사랑인데 위험하면 얼마나 위험하겠나"라는 시청자 의견에 공감하는 바이다. 좀 더 20대의 풋풋한 사랑 또는 20대의 아픔을 집중하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주인공은 20대를 내세웠지만 스토리에서 공감대를 찾기 어려웠다.
최근 방송 콘텐츠들은 '리얼'이 대세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리얼'한 일상을 들여다보고 싶어 한다. 추리, 판타지도 좋지만 내 또래의 고민들을 담은 얘기를 듣고 싶다. 개인적으로 <치즈 인 더 트랩>(tvN) 같은 대학생들의 삶을 '하이퍼 리얼리즘'적으로 푼 이야기가 듣고 싶다.
최근 <내 ID는 강남미인>(JTBC)가 1020세대에서 인기를 끈 이유도 '성형'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대학교에서 일어나는 사실적인 이야기를 에피소드로 풀어 공감대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회당 평균 조회수가 약 140만 건을 기록했던 웹드라마 <에이틴>은 10대가 정말 학교에서 경험할 만한 이야기를 드라마로 풀어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20대의 고민을 현실적으로 그린 스토리에 섬세한 연출을 더한다면 20대를 TV로 또는 드라마로 다시 끌어올 수 있지 않을까.
MBC는 역량 있는 드라마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MBC 드라마 극본 공모'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 기회를 통해 다양한 극본을 수집하고, 새로운 작가를 육성하여 MBC 드라마에 새 바람이 불길 바란다. '새로움을 탐험하다'라는MBC의 새 슬로건답게 드라마국에서도 새로움을 드라마화 할 수 있길! 내년 MBC 드라마의 도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