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으로 불안한 시기에 내 마음의 불안도 찾아왔다. 코로나 블루도 아니고, 개인사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는 여러 이유의 경계선상에 애매하게 걸친 일들. 하지만 그 일들의 크기는 애매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 전에 겪은 일들보다 큰 일들.
모든 것에 의욕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나 자신에게 탓하거나 세상을 탓하는 일. 딴에 할 것들은 다 했다. 거기다 코로나로 재택근무까지 겹치니 내 안에서의 고립, 내 생활에서의 고립, 그리고 사회적인 고립까지 완전히 나 자신을 고립시키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먹고살아야 하니 일은 했지만 모든 의욕을 잃고 먹지도 않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긴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고, 어두 컴컴한 곳에서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다. 재택근무는 끝이 났고 밖으로 나왔지만 고립을 이어갔다. 길게는 3개월이 조금 넘은 시간 이러다 모든 것을 잃겠다는 두려움에 용기를 내었고 미완의 상태로 삐걱거리고는 있으나 빛을 쬘 구석을 마련해두었다.
다행인 것은 감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시답잖은 농담도 내 입에서 나온다는 것, 사람들과 이야기를 한다는 것, 울면서 잠들지 않는다는 것, 운동을 하며 몸을 돌본다는 것.
하나씩 잊고 또는 잃었던 것들을 기억하고 찾아나가고 있다.
'1'상태의 나는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1/2에 만족하고 1에 가까워지는 삶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일은 너무나 큰 일이고 해결을 자신할 수 없는 문제기 때문에 하지만 나에게서 비롯된 일이 아니니 스스로를 탓하거나 몰아세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쩌면 무책임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이렇게 다시 비공개에서 공개로 글을 끄적여 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