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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다 Apr 28. 2022

안식이 찾아왔나요?

한낱 얄팍한 여행자의 감상


잠깐의 숨을 고르고 다시 물속으로,

창밖에 보이는 바다 위 해녀들은 물질로 쉴 틈이 없다.

내가 지금 마시고 있는 당근 주스 색과 같은 테왁(부표)이 파란 바다 위를 부유한다. 큰 멍게가 바다 위를 수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꽤 오랜 시간 동안 테왁은 바다 위를 떠다닌다.


같은 날 아침, 광치기 해변에서도 해녀들의 무리를 만났다.

그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도 보았지만, 내가 그려왔던  것보다 더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테왁과 그물을 가득 들고 바다로 향한다.

어제는 이러다 도로시처럼 오즈로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람이 불었다. 거짓말처럼 날이 갰지만 멀리서 보는 바다는 꽤 심술궂어 보였다. 나 같은 겁쟁이는 허리춤의 깊이도 들어가지 못할 텐데 내가 살아온 시간의 두 배 이상을 사셨을법한 해녀분들은 파도에 밀리면서도 먼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가까이서 물질을 가는 해녀분들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저 그분들에겐 특별할 것 없는 하루, 출근길인데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여행자의 특권으로 특별한 감상을 더한다.


괜스레 뭣같이 힘든 인생이라며, 안식월인데  안식은 정말 찾을  있는 거냐며 징징거린  모습도 돌아본다.  파도에서 나는 계속 자맥질을 이어 나갈  있겠느냐 따위의 질문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제대로 여행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딱 싫어하는 이러한 감상을 늘어놓은 것을 보니  착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 여행중이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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