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이륙
22/4/20 오후 1:35
몇 주간 차곡차곡 쌓아둔 피로가 가시지 않은 상태로 비행기에 올랐다. 이렇게 말하니 모든 것을 두고 훌쩍 떠나버리는 것 같지만 내가 향하는 곳은 한 시간이면 닿는 제주도.
제주만으로도 그간의 누적치는 눈 녹듯 사라질 것이라는 최면을 걸어본다. 여전히 두 눈은 뻑뻑하고 몸은 천근만근이다. 눈에 띌 정도는 아니지만 요즘 부쩍 체중이 줄고 있다. 그렇게 원할 땐 줄지 않더니 요즘은 힘에 조금 부치면 어디서든 티가 난다.
나는 앓는 소리를 자주 하는 편이다. 묵묵히 지내보니 알아주는 이 없고 결국 나를 갉아먹는 일이 많았던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리 길 지는 않았지만 그 터널에 있던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이다. 그때의 일기는 쳐다보기도 싫다. 그래서인지 앓는 소리가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 구나하며 아이고 나는 이래서~를 이리저리 조금씩 소문낸다.
지금의 나는 힘듦에 즉각 반응하고 해결하기 위해 욕심을 낼 줄도 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사소하지만 다정한 말들을 건네는 사람이 많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한다. 시간이라는 것이 그저 그렇게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만큼 나도 조금은 자라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많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완전한 멈춤은 없었다. 생각을 멈추는 것을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어찌 보면 이 다짐도 나에겐 하나의 폭력이 될 것만 같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이런저런 시도를 통해 이 전보다는 나에게 많은 것을 내어주고 귀 기울여 주고 있으리라. 나에겐 다방면으로 지구력이 부족하지만 나를 돌보기 위한 노력의 지구력은 희미하게라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으면 좋겠다.
이번 짧은 제주행도 썩 나쁘지 않았던 노력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