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잼
생각해보면 항상 우리 집 냉장고에는 제철 과일로 만들어진 잼이 있었다.
제철 나물과 과일을 잘 알지 못하는 나는, 엄마가 만들어낸 다양한 과일 잼으로 그 계절을 만났고 계절을 보냈다. 딸기의 계절을 지나 금귤의 계절, 복숭아와 자두, 블루베리의 계절과 사과의 계절까지 보내고 나면 딸기의 계절이 돌아오는 식이었다. 냉장고 한편엔 그렇게 계절을 놓치지 말라는 유리병들이 가득했다.
집을 떠나 객지 생활을 하고 난 뒤 나는 그 계절을 잠시 잊고 살았다.
부모님과 살던 때를 생각하며, 과일 잼을 사보았지만 어중간하게 먹고 보관하다 곰팡이가 슬거나 잊혀 냉장고 속은 철을 놓친 병들로 가득해졌다.
엊그제 엄마와 통화를 하다 '금귤'의 계절임을 알게 되었다.
엄마는 한 것 신난 목소리로 금귤로 잼을 만든 과정을 이야기했다. 비록 엄마의 계절은 맛보지 못하지만 오랜만에 과일 잼을 사보았다. 그동안 뭐 대단한 이유로 무수한 계절들을 놓쳤을까 하고.
마켓 컬리에서 수천 개 리뷰가 달린 잼을 샀지만 그래도 엄마가 만든 금귤 잼을 먹고 싶은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