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낱 얄팍한 여행자의 감상
잠깐의 숨을 고르고 다시 물속으로,
창밖에 보이는 바다 위 해녀들은 물질로 쉴 틈이 없다.
내가 지금 마시고 있는 당근 주스 색과 같은 테왁(부표)이 파란 바다 위를 부유한다. 큰 멍게가 바다 위를 수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꽤 오랜 시간 동안 테왁은 바다 위를 떠다닌다.
같은 날 아침, 광치기 해변에서도 해녀들의 무리를 만났다.
그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도 보았지만, 내가 그려왔던 것보다 더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테왁과 그물을 가득 들고 바다로 향한다.
어제는 이러다 도로시처럼 오즈로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람이 불었다. 거짓말처럼 날이 갰지만 멀리서 보는 바다는 꽤 심술궂어 보였다. 나 같은 겁쟁이는 허리춤의 깊이도 들어가지 못할 텐데 내가 살아온 시간의 두 배 이상을 사셨을법한 해녀분들은 파도에 밀리면서도 먼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가까이서 물질을 가는 해녀분들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저 그분들에겐 특별할 것 없는 하루, 출근길인데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여행자의 특권으로 특별한 감상을 더한다.
괜스레 뭣같이 힘든 인생이라며, 안식월인데 내 안식은 정말 찾을 수 있는 거냐며 징징거린 내 모습도 돌아본다. 저 파도에서 나는 계속 자맥질을 이어 나갈 수 있겠느냐 따위의 질문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제대로 여행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딱 싫어하는 이러한 감상을 늘어놓은 것을 보니 큰 착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 여행중이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