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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일하는 사람은 루틴이 시스템이다

by 단단


이 글은 뉴스레터 <함께하는 독학클럽> 10월 22일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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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회사 밖에서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루틴' 이야기를 해볼게요. 무슨 일이든 잘 굴러가게 하려면 제대로 된 시스템부터 만들어야 하잖아요. 혼자 일하는 사람들에겐 나 자신이 곧 시스템이고요.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나'라는 시스템을 굴리기 위해 저는 회사 다닐 때보다 더욱 루틴에 집중하고 있어요.


계속 미세 조정하면서 루틴을 손보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변치 않는 루틴 대원칙 세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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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루틴

: 맑은 머리로 고요하게


평생 저녁형 인간이라고 믿고 살았어요. 퇴사 후, 스스로를 잘못 파악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죠. 아침 일찍 못 일어나니까 저녁형인 줄 알았거든요. 그러나 아침형 vs 저녁형을 구분하는 기준은 기상 시간이 아니더라고요. '언제 집중력이 더 좋은지' 였어요. 저는 저녁보다 아침에 훨씬 집중이 잘 되는 성향이더라고요. 밤 11시에 자고 오전 7시 반에 일어나니까 절대 아침형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반전이었죠.


회사 다닐 때는 자정에 프로모션 오픈 체크를 하느라 늦게 자다 보니 항상 잠이 부족했고, 그래서 오전을 멍하게 보낼 때가 많았어요. 오전에 집중을 못 하니까 오후에 급한 마음으로 후다닥 일하는 게 습관이 되었고요. 마감 효과로 억지로 밀어붙였던 건데, 오전보다 오후에 집중이 더 잘 된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퇴사하고 잠을 충분히 자니까, 원래 패턴으로 몸이 돌아왔어요.


요즘 제게 아침 시간이란, 하루 중 가장 집중이 잘 되는 황금 시간이에요. 이 귀한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오전에는 카톡이나 메일 확인을 하지 않습니다. 맑은 머리로 고요하게 집중할 수 있는 일을 해요. 주로 영어 번역 작업을 하거나 글을 씁니다.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매일 아침 루틴 역시, 맑은 머리로 고요하게 오전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설정하는 활동들이에요.


매일 아침 루틴
[15분] 양치 → 세수 → 물 한 잔 & 유산균

[15분] 집 정리

[15분] 스트레칭

[10분] 아침 일기

[30분] 구몬 일본어

[20분] 플랭 영어 공부

[15분] 가벼운 아침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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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집에서 일하다 보니 집이 어지러우면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아침/점심/저녁에 10~20분씩 집 정리를 합니다.


아침 루틴이 꽤 길죠? 프리워커의 특권이 바로 이 아침 시간이더라고요. 내가 원하는 활동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꾸릴 수 있게 되니까 하루가 온전히 제 것이라는 감각이 생겼어요. 거의 2시간에 이르는 아침 루틴은 휴일도 예외 없이 매일 똑같이 합니다. 물론 오전에 외부 일정이 있거나 여행가는 날은 빼먹기도 하고요.


저는 주말에도 평일과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심리 상담사들이 마음이 불안할 때 첫 번째로 권하는 게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더라고요. 회사 밖에서 혼자 일하면 불안해지기 쉽잖아요. 마음이 흔들릴 때 무너지지 않으려면 일상의 베이스라인이 있어야 합니다. 저의 베이스라인은 늘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리듬이에요. 통제할 수 없는 일들에 시달릴 때도, 일어나는 시간 하나만큼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죠.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일정한 시간에 잠드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웬만하면 저녁 약속은 잡지 않고, 한 달에 2~3번 정도로 조절합니다.




요일 루틴

: 몰입과 확장의 리듬으로


이렇게 평일에는 눈 떠서 낮 12시까지 매일 같은 활동을 반복하고, 오후에는 요일 별로 다른 일을 합니다. 점심먹고 산책하고 집안일을 마친 후, 서재로 돌아와 메일과 문자를 확인하고 답장하면 대략 2시쯤 되더라고요.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동안 몰입해서 오후 업무를 합니다.


요일 루틴 - 오후 업무
[월] 뉴스레터 초안

[화] 뉴스레터 완성

[수] SNS 업로드

[목] 강의 자료 준비

[금] 유튜브 대본 작성 + 이번주 못 한 일


월~화요일은 최대한 에너지를 비축하면서 집에서 조용히 지내요. 퇴근하고 요가원에 가는 것 빼고는 집 밖에도 거의 나가지 않고요. 그래서 업무 미팅은 주로 수~목요일 오후 3시에 잡습니다. 수~목요일에는 카페에 가서 유튜브 영상 촬영을 하기도 해요.


오후 5시가 되면 커뮤니티 운영 업무를 합니다. 저는 밑미라는 플랫폼에서 기록 리추얼 메이커로 활동하고 있는데, 참여자 분들의 기록을 읽고 댓글을 달고 단톡방에 이번주 미션을 드리고 하다보면 대략 1시간 정도 걸리더라고요.


오후 업무는 컨디션에 맞춰서 왔다갔다 자주 바꿉니다. 집중이 잘 안 되는 날은 점심 먹고 바로 카페에 가서 밑미 댓글부터 달기도 하고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책을 읽기도 합니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오후 업무 3시간을 채우지 못하는 날도 있죠. 그럴 땐 과감히 다음주로 미루고 일찍 휴식합니다. 안 될 때 꾸역꾸역하다가는 컨디션 회복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다음날 루틴까지 영향을 주니까요.




저녁 & 주말 루틴

: 비워야 채울 수 있으니까


제가 업무 루틴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게 휴식 루틴이에요. 잘 쉬어주지 않으면 제대로 일할 수가 없더라고요. 일단 수면 패턴부터 여지없이 무너지고요.


저의 휴식 원칙은 '평일 18시 이후와 주말에는 업무를 안 한다' 입니다. 물론 원칙을 어기고 늦게까지 일하는 날도 있고 업무 아이디어가 쉴 새 없이 떠올라서 결국 서재로 돌아가는 날도 많아요. 그래도 원칙을 항상 기억하면서 다시 원칙으로 돌아가자고 다독입니다.


18시에 업무를 중단하려면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18시 50분에 시작하는 요가 수업을 등록해 둬요. 월요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고, 화~목요일 중에서 하루 더 가서 주 2회를 맞춰요. 금요일 18시부터는 주말로 칩니다. 운동을 가지 않는 평일 저녁에는 집 근처 청계천에 달리기를 하러 가거나 집에서 유튜브를 보며 요가를 합니다.


주말에는 남편이랑 산책도 가야하고 이런 저런 외부 일정도 있어서 2시간짜리 오전 루틴만으로도 벅차더라고요. 다른 일은 최대한 하지 않도록 일정을 조정합니다. 시간이 남으면 빌려둔 책을 읽어요.


이렇게 아침 루틴, 요일 루틴, 저녁&주말 루틴을 세우고 나서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어요. 회사 그만둔다고 절대 시간이 많이 남지 않는다는 거예요. 회사 다닐 때처럼 몸을 갈아넣듯이 일을 하지 않기도 하고, 프리워커로서 하는 일이 모두 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보니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해서 금세 지치더라고요. 내 콘텐츠가 상품이라 안 그래도 조심스러운데, 무슨 일이 생기면 책임질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까요. 혼자 일하는 사람은 정신없이 일하면 큰일 나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루틴을 지킬 수 있는 만큼만 일을 합니다. 당장 성과를 내는 것보다 꾸준히 오래 일하는 게 목표거든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은 후, 저는 더욱 일과 삶을 정돈하게 되었어요. 꼭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 꼭 필요한 물건만 사고, 꼭 읽을 책만 읽고, 음식도 과하게 먹지 않아요. 혼자서 벌 수 있는 돈에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모든 일에서 욕심을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지난 주말에는 1년 이상 안 입은 옷을 모두 버렸어요. 휑한 옷장을 보니 마음이 아주 개운하더라고요. 이제 이 빈 공간에 꼭 입고 싶은 옷, 두고두고 입을 수 있는 좋은 옷만 천천히 채우려고요. 혼자이기에 느리지만, 혼자이기에 삶의 조종키를 온전히 내 손으로 꽉 움켜쥔 채, 그렇게 계속해서 나아가고 싶습니다.


※ 아래는 프리랜서 루틴을 주제로 만든 유튜브 영상이에요. 5개월 전 영상인데, 다시 보니까 거의 똑같더라고요. 지속 가능한 루틴의 원리도 담았으니 영상도 함께 봐주세요 :)


https://youtu.be/BQu9crm9a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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