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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꽃장작 Apr 08. 2024

청개구리를 닮은 진짜 사람

"리 1호는 왜 이렇게 엄마 말을 안 들을까? 청개구리네~ 청개구리!"

"나 청개구리 아니야! 사람이야!!"

"아.. 그래~ 그럼 청개구리 같은 사람이네~"

"아니야!! 나 진짜 사람이야!!!"

"그래그래~ 청개구리를 닮은 진짜 사람이네~"

"아니라고! 나 진짜 사람이라고!! 청개구리 아니야!! 으앙..."

요즘 부쩍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엄마 아빠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따져대는 1호.

청개구리처럼 말을 안 들어서 넌 청개구리야 하면 사람이라고 악을 쓰며 대든다.

어르고 달래도 안 듣고, 본인이 하고자 하는 건 울고 떼쓰며 꼭 다해야 하는 청개구리 5살.

이거 하자 하면, 싫어. 이렇게 해하면 아닌데. 아니야 아니라고!

두 손 두발 다 들고, 엄마 속을 태워버리다 못해 녹여버리는 미운 5살, 1호.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내 인내심을 더 키우는 것 같은 요즘 일상.

모든 5살이 다 이럴까? 우리 1호보다 더한 아이도 있겠지?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달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남의 편은 내가 다 받아줘서 애 버릇이 더 없어진다고 하는데... 그게 말이야? 방귀야? 하면서도..

내가 정말 애를 버릇없이 키우나... 하는 고뇌에 또 빠져 허우적거린다.

육아에는 정답이 없지 않나? 나도 내가 하는 방식이 잘 된 건지, 잘못된 건지도 모르고 육아서만 파고 있는데..

열심히 오 박사님의 조언을 따라 해보려 노력하는데...

그래도 아이가 내 맘 같지 않은 걸 어찌하리.

요즘 부쩍 2호도 엄마만 찾는다. 거의 두 달째 이어진 감기에, 본인 몸이 힘들고 컨디션이 안 좋으니 계속 안아줄 엄마만 찾아다닌다. 아빠도 싫단다.

엄마품에 있어야 울음도 그치고, 잠도 잔다 한다.

그러면 또 1호의 시샘이 폭발한다.

어떻게든 2호와 엄마를 떼어내고, 엄마의 품을 차지하고선 안정된 표정을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빨아댄다. 휴.

그럼 2호는? 옆에서 울다가 다시 엄마 품으로 비집고 들어오려다가 1호의 발길질에 고꾸라지고, 또 울고.

그럼 난 1호를 또 혼내고. 그럼 또 1호도 울고. 하.. 내가 울고 싶다 정말.

이 끝없는 굴레는 언제 끝날까.

그런데 아이들이 크면 이제 더 이상 엄마 품을 찾지 않을 때가 오면. 그러면 난 또 얼마나 허전하고 힘들까.

육아 선배이자 친한 언니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 고등학생을 거쳐 대학생이 되고 심지어 결혼을 해도 항상 새로운 색깔로 변신한 육아의 고통이 찾아온다고 한다.

아.. 죽어야 끝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면 내 새끼뿐만 아니라, 남의 새끼도, 내 새끼의 새끼까지 육아해야 한다니... 놓을 수도 끊을 수도 끝낼 수도 없구나,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냥 웃으며 즐겁게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는 어렵겠지?

매일 떨어지는 체력을 붙잡기 위해 잘 먹고 영양제 털어 넣으며 버티는 수밖에 없지.

어쩌겠는가. 내 사랑하는 아이들인걸. 내가 책임져야 할 내 보물들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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