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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꽃장작 Aug 20. 2024

구운 달걀이 뭐길래

2023.9.5.

2호가 태어나고 1호의 아침메뉴가 많이 바뀌었다.

혼자 두 아이를 챙기는 것이 많이 버거워서 선택된 변화였다.

1호 혼자 일 때는 어떻게든 아침밥을 챙겨 먹이기 위해 매일 국과 반찬을 해서 줬었는데, 지금은 베이글, 누룽지, 식빵, 삶은 달걀, 시리얼, 스크램블드에그 등등.. 많이 간소해졌다.

어제 냉장고를 열어보니 마침 달걀이 떨어져서 주문을 하려다가 1호에게 물었다.

"1호야~ 구운 달걀도 주문할까?"

달걀을 워낙 좋아하는 1호인지라 물었는데 이번에는 즉각적인 대답대신 망설임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주문 안 할게~ 그냥 삶아서 먹자."

"아니야~ 아니야~ 주문해! 삶은 달걀이랑 구운 달걀이랑 같이 먹을래! 맛있겠다!!"

"아니야~ 그냥 이번에는 삶은 달걀만 먹자! 알았지?"

"응~ 엄마, 알겠어~"

그래서 이번에는 구운 달걀은 주문하지 않고 넘어갔다.

다음날 아침, 눈 뜨자마자 택배를 확인한 1호.

구운 달걀을 주문하지 않겠다고 미리 확답을 받아놓아서인지 칭얼대며 찾진 않았다. 얼른 달걀 4개를 삶았다.

2개는 1호, 1개는 2호, 1개는 예비용.

그런데...!! 중간불에 정확히 20분을 삶은 달걀이... 찬물에도 푹~ 담갔다가 뺀 달걀이.. 껍질을 벗기는데.. 뭔가 이상하다. 잘 안 벗겨진다.

"어? 달걀이 다 안 익었나? 왜 잘 안 벗겨지지?"

제멋대로 벗겨진 달걀을 2호에게 주니 (다행히 노른자까지 예쁘게 익긴 했다!) 2호는 허겁지겁 단숨에 먹어버렸다. (2호에게 겉모습은 중요한 조건이 아니다.)

1호는 "내 거는 잘 벗겨지는데? 봐봐~" 

"그러네? 다행이다~ 어서 먹어~"

그러다 이내 "엄마! 이거 잘 안 삶았네! 구운 달걀도 주문하지~ 내가 구운 달걀 주문하라고 했지!"

어제 주문하지 않기로 합의 본 거 아니었나? 1호의 언변이 날로 발전한다. 반박할 말이 없다.

"그래~ 미안해~ 내일은 엄마가 더 잘 삶아볼게~"

하고 마무리를 지었으나, 뭔가 씁쓸하다. 이제 1호한테 말로 밀릴 것 같은 기분?

이래서 딸은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했나? 

2호는 어떤 성향일까? 하고 열심히 달걀을 흡입하고 있는 2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래, 넌 열심히! 잘~ 먹어주는 게 엄마를 도와주는 거다! ^^

그래도 예쁜 내 딸들, 내 보물들, 내 천사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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