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일기] 고향 내려가지 않는 명절 아침

2024년 2월10일 (토)

by 봄부신 날

[공황장애 일기] 고향 내려가지 않는 명절 아침

2024년 2월10일 (토)

이번 명절에는 양가 부모님이 계시는 부산엘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몸 상태가 11시간씩 운전할 수 있도록 온전하지도 않고, 혹시나 모를 공황 불안에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양가 부모님 모두 이해해주셔서 감사하다.

어제 모처럼 재밌는 프로그램을 만나서 밤 12시까지 시청했다. 쿠팡플레이에 있는 것인데, "대학전쟁"이라는 베틀 리얼 프로그램이다. 아마도 "강철부태"를 본딴 것이 역력해 보이는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다섯 학교의 내노라 하는 수제들이 나와 학교 명예를 걸고 자웅을 겨루는 것이다.

밤 열두 시에 수면제와 안정제를 먹고 잤는데, 세 시 반에 깨었다. 그 뒤로 쉬이 잠들지 못했다.

그냥 일어나서 아침을 시작하는 게 낫겠다 싶어 아내와 딸은 자고 있는데 혼자 일어나 세수하고 아침으로 간단하게 수프를 먹었다.






아내가 아침을 차려주기를 기다릴 수도 있지만, 아침에는 상태가 아직도 조금 좋지 않다. 가슴 답답함과 호흡 불안정이 느껴지고 약을 빨리 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이 있다.

그래서 빈속에 먹기는 그래서 얼른 내가 좋아하는 스프를 1분 데워 먹는 것이다. 나는 스프를 좋아한다. 그래서 여러 개 사놓았다. 물론 이것으로 아침이 되지는 않는다. 10시 정도되면 금방 배가 고파진다. 그래도 약을 먹기 위해서는 뭔가 먹는 게 좋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스프를 먹는다. 모처럼 쉬는 휴일, 곤하게 자는 아내를 깨우기는 싫다.


아침약이다.
항불안제, 항우울제, 신경안정제로 알고 있다. 정신과에서는 약을 병원에서 바로 처방해준다. 약국에서 정신과 약을 타가는 일이 없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이다. 그 부분은 참 좋다. 아직 사람들은 정신과라고 하면 약간 미친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이해한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불편한 시선은 있다.

어제도 "대학전쟁" 프로그름을 보면서 아내에게 얘기를 했다. 내가 요즘 짜증이 많아진 것 같다고.

그랬다. 요즘에는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아, 짜증나"를 많이 말한다. 대학전쟁에서도 저렇게 단번에 한 학교를 탈락시켜버리다니 너무 속이 상했다. 거의 비슷비슷하게 점수를 이어가다가 마지막 한순간에 점수가 벌여졌는데 그것으로 탈락 시켜버리다니, 나는 짜증이 확 올라왔다.

고요한 음악을 튼다.
맑은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


아침에는 늘 성경 시편을 읽는다.
오늘은 50편이다.
마지막 구절에서 감사로 제사를 드리라는 말씀이 나온다.
온갖 비싼 것보다 감사하는 마음이 가장 큰 제사라는 말이다.




짜증이 늘어난 요즘. 다시 내 마음을 정갈하게 만들어본다.
수면제를 먹어도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휴식만 취하고 있는데도 입 안이 헐어 식사가 불편하다.

가족과 함께 명절 3일을 보내야 한다.
가끔씩 불쑥 나를 찾아오는 우울감을 떨쳐내고, 3일 동안 밝고 명량하게, 감사하게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