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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봄날 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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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Apr 24. 2024

(시를쓰다) 자목련 앞에서

봄꽃시

<자목련 앞에서>     


꽃잎은

밟히기 위해

진다     


까치, 비둘기, 강아지, 고양이들의 

배설물 뒤섞인 땅 위에

차곡차곡 

한 번의 바람에도 저항 없이

순결한 몸을 떨어뜨린다     


오고가는 무심한 발걸음에

밟히고 찢기고 짓물러지고

세상을 향한 카악카악 침뱉음에 고스란히

맨 몸으로 조롱당하기 위해     


더러는

고향 같은 나무 아래 떨어져

행복한 부활을 꿈꾸기도 하지만  

   

마지막 꽃잎까지 순순이

영광의 화관 내려놓눈다     


하늘 붉게 물들인 영광의 자목련이

하얀 속살 우주 깊이 감추고 있는 자목련이

왜 밟히기만 하는지

아무도 알려 하지 않는다     


나는 안쓰러운 표정을 짓지만

그저 봄 한철 꽃 구경하며 지나가는 사람일 뿐

네 붉은 사랑은 내 앞에서도 무심하다     


모든 꽃잎 붉게 땅을 물들이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모조리 지상으로 낙하하는 그 사랑을 

나는 모른다     


2015.04.22. 요나단 이태훈 쓰다.

2024년 4월24일 고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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