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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Apr 30. 2024

(퇴사 아니고 퇴직) 성인 글쓰기 수업 시작하다

[성인 글쓰기 수업, 첫 장을 열다 ]



퇴직한 지 어느새 4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번 글에서 퇴직 후 공식적인 외출 모임으로 독서모임 한 곳을 나가고 있다고 얘기한 바 있다. 내가 참석할 수 있는 오프라인 모임 첫 도서가 <스토너>였다. 나는 이미 읽은 책이었고 책도 가지고 있던 터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모임에 참가하겠다고 투표에 참석 표시를 했다. 그렇게 하고 나서 밴드 게시글과 채팅방을 통해 모임에 나가기 전에 이미 조금의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 내성적인 나로서는 꽤 반가운 진전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내가 작가라는 사실을 밝히게 되었다. 밝혔다기보다는 작년 12월에 나온 환경동화책 <삐욜라숲의 고양이들>을 소개하려고 내 프로필 사진으로 내 동화책을 들고 책장 앞에 서 있는 사진을 등록해 놓았는데 그걸 보고 내가 쓴 책이냐고 물어보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나는 성인 글쓰기 수업을 평일에 해보려고 구상 중이었다. 홍보할 곳이 네이버 블로그밖에 없는데 그것만으로 사람이 모일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내가 이제 전업작가로서 가족 앞에 선언하고 경제적인 독립을 꽤하는 방법으로는 글쓰기 수업을 하는 것말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독서모임 첫 모임을 나갔는데 내가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 한 분이 개인적으로 글쓰기 수업을 받을 수 있냐고 문의를 해왔다. 나는 너무 놀라고 반가워서 사실 글쓰기 수업을 구상하고 있었다고 말을 했다. 다음 독서토론 때 구체적인 시작 날짜와 수업 시간 등을 정하고 독서토론 밴드 리더님에게 홍보가 가능한지 문의를 했다. 



첫 독서모임 때부터 이사하고 나서 책장에 들어가지 못한 많은 책을 나눔하면서 큰 친밀감과 신뢰를 형성한 탓인지 리더님이 흔쾌히 독서밴드의 공식 홍보로 인정을 해주었고 공지사항 등록까지 함께 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4월부터 성인 글쓰기 수업이 시작되었다. 독서토론하는 첫째 주와 셋째 주와 엇갈리게 해서 둘째 주와 넷째 주에 수업으로 모인다. 다섯 명까지 인원이 모였다가 수업 장소에 대한 거리 등 이런저런 이유로 최종적으로 세 명의 1기생이 모여 수업을 받고 있다.



내가 유명한 작가도 아닌데 이렇게 믿고 수업을 신청해주신 분에게 너무 감사하다. 지난 주 토요일에 자신의 유년시절의 바탕으로 첫 글을 작성하고 합평을 진행했다. 오래 전이지만 내가 강정규 선생님 지도 아래 동화 공부를 하던 때가 많이 떠오른다. 나도 모르게 강정규 선생님이 어떤 식으로 지도했는지 떠올리며 그 방식을 따라 해보려 노력하고 있다. 물론 나만의 글쓰기 수업 커리큘럼을 짜고 진행하고는 있지만 나는 당시 이미 아동문학의 대가이셨던 그분의 신발끈을 따라가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첫 3개월 수업을 잘 마치고 중급반, 상급반까지 계속 이어가서 올해가 끝날 때 즈음이면 장편 작품 하나 정도는 만들어서 책으로 다들 출간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도 열심히 그동안 미워왔던 작품들의 창작을 다시 시작했다. 쓰다가 만 작품들이 얼마나 많은지 참 부끄럽다. 나는 끈기가 부족하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힘이 부족하다. 내 부족함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마무리가 갑자기 급하게 되는 작품들이 많다. 이제는 제자를 두고 가르치는 입장에서 좀더 끈기있게 작품활동을 해야겠다. 가르치는 것이 결국은 배우는 것이다. 금액으로 치면 경제적 활동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내 삶에 활력을 넣어주고 내가 작가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큰 작업이다.



이제 내 삶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작가로 온전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부분이 잘 받쳐주면 좋겠다. 독서토론 모임과 글쓰기 수업, 이제 토요일은 창작하는 날이다. 가르치면서 배우는 날이다. 읽은 책을 이야기하면서 배우는 날이다. 그래서 토요일을 기다리는 일주일이 즐겁고 행복하다. 로또를 사서 기다리는 마음이 이와 같을까. 로또를 직접 사서 기다려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에 버금가는 일주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번 주 독서토론 모임 책은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다. 생각보다 어렵고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이럴 땐 오히려 더 욕심이 난다. 그래 한번 해보자, 하는 오기가 생긴다. 그래서 책은 나와 잘 맞나 보다. 작품 응모에도 신경을 쓰고 올해는 여기저기 많이 활동해보자. 몸이 아프다고, 정신이 힘들다고, 퇴직했다고 아무 할 일 없는 노인네처럼  멍 때리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멍청이는 되지 말자. 할 일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하루하루가 바쁜 인생이다. 나이든 학생님들의 글을 읽고 첨삭 작업을 해주는 것도 새로 늘어난 일이다. 브런치에 글 올리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오늘도 어느새 오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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