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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단상) 발전한다는 것

비밀의 요리책

by 봄부신 날

[발전한다는 것]



"루치아노,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면, 우리가 발전하고 있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겠니?"


페레로 주방장이 인내심 깃든 음성으로 대답했다.

마로네! 그게 그렇게 당연한 것일 줄이야.

"전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엘르 뉴마크, 비밀의 요리책, 112쪽)



6월 22일 입원하고 23일 갑상선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애초에는 오른쪽만 제거한다고 했는데,

CT 검사 결과 갑상선의 가장 일반적인 유두암이 아닐 가능성이 보이고,

왼쪽 작은 결절도 암일 가능성이 높아 양쪽 갑상선을 다 제거하는 쪽으로

급하게 수술이 바뀌었습니다.


25일 퇴원을 하고 평생 먹어야 하는 씬지 약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먹는 일상을 시작했습니다. 진통제도 5일 동안 매끼 식사하고 나서 하루 세 번씩 먹었습니다. 그런데 두통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진통제를 하루에 세 알이나 먹는데 수술 당일부터 하루도 빼먹지 않고 아침부터 찾아와 하루종일 내 머리에서 머무는 두통이 사람을 지치게 합니다.


오늘 밑줄 그은 문장에서는, 과거의 모습과 비교해야 오늘의 모습이 발전했는지 알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축소해서 역사적 관점이 아니라 개인적 관점으로 돌려 해석해보면, 오늘의 내가 성장했는지 알려면 어제의 나와 비교해보면 된다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육체적으로 본다면, 단시간적인 상황만 본다면 저는 어제보다 발전하고 있지 않습니다. 몸에 힘이 없고 어지럽고 두통으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단순하게 상황만 비교할 게 아니라, 어제의 나는 암세포를 가진 갑상선을 가지고 있었다면, 오늘의 나는 내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암세포를 제거해 버림으로써 사실 더 건강한 상태가 된 것입니다. 나는 발전하고 있습니다.


지금 겪고 있는 일시적인 부작용들은 곧 차차 사라질 것입니다.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부분절제가 아니라 전절제를 한 상황이고, CT상으로 일반적인 갑상선 유두암이 아닌 것으로 판독되었기에, 오는 목요일에 정확한 조직검사 결과와 함께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를 받을지 말지 결정한다고 합니다. 아무쪼록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려보기로 합니다.


겉사람은 비록 뒤로 더 후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람은 여전히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믿습니다.


https://youtu.be/f3jNkUAP0Y4?si=WuPiy8-C4nAjCD2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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