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담아내다
난 공복감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어떤 사람들은 아침 식사가 부담스럽다고 하지만,
나는 아침을 거르면 속이 메슥거려 하루를 시작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학창 시절부터 아무리 바빠도 빈속을 채우기 위해 꼭 아침을 챙겨 먹었다.
요즘은 몸이 무거워지기도 하고, 출근 준비로 정신이 없어 식탁에 앉아 여유롭게 밥을 먹는 건 쉽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준비해 주시는 대로 먹어야 하기에, 자연스럽게 밥 대신 과일을 먹게 되었다.
매일 새벽 기도를 다녀오신 엄마는 나를 위해 몸에 좋다는 다섯 가지 과일과 떡을 준비해 두신다.
나이가 들어서까지 이렇게 챙김을 받다니 죄송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잘 먹겠습니다~ 뭐부터 먹을까? 사과부터 먹으면 혈당이 쫙 올라간다는데... 토마토부터 먹어야 하나?
그런데 토마토는 빈속에 안 좋다던데~”
매일 과일을 먹는 순서를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보면, 정말 나이가 들었구나 싶어 스스로 웃음이 나기도 한다.
빈속에는 과일보다는 가벼운 채소부터 먹는 게 좋다고 해서, 요즘 피망, 사과, 복숭아, 토마토 순으로 먹는다. 원래는 샤인머스캣과 바나나도 있었는데, 그날그날 메뉴는 조금씩 달라진다.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아침부터 형형색색의 과일을 보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
그리고 어쩌면 늘 당연하게 여겼던 이 아침 과일이 요즘 따라 더 감사하게 느껴진다.
부모님께서는 언제나 나를 위해 정성을 다하고 계셨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고 철이 들어가는 걸까.
가끔 장난처럼 이야기하곤 했다.
“결혼하면 아침식사는 따로 없고, 그냥 시리얼만 먹을 거야”
그런데, 만약 내가 자식을 낳게 된다면 엄마에게 받았던 이 사랑을 똑같이 전해주고 싶다.
물론, 빨리 좋은 짝을 만나 결혼해야 아이도 낳겠지만, 아직은 엄마의 사랑을 더 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엄마, 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