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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때로는 쉼이 필요하다

by 여백 Feb 25. 2025

지루함이란 지루하기만 한 게 아니에요.

끔찍할 수도 있죠. 뭔가의 의미와 목적이라는 더 큰 문제 앞에 우리를 떠밀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루함은 발견과 발명의 기회가 되기도 해요.

새로운 생각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공간을 만들죠. 그게 없으면 우리는 주변 자극에만 끊임없이 반응하게 될 거예요.


  p.58  <도파민네이션> 애나 렘케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두드려 맞은 것 같았다.

잠시 멈춰있다가 자연스레 책을 쫙쫙 펴고 휴대폰을 들어 바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이 여운을 잊지 않고 오래 간직하고 싶어 얼마 전까지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해 놨었다.



지루함과는 조금 다른 의미일 수 있지만,

위 구절을 읽자마자 여백의 미라는 말이 떠올랐다.

덜어내고 비워내는 것, 이것이 현대인에게 특히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바쁜 삶 속에서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지루한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포인트다.






그래서 난,

산책할 때도 그렇게 좋아하는 음악을 잘 듣지 않는다.

최대한 뇌를 쉬게 하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무 생각 없이 걷는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내일을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는 것 같다.

가끔은 자연스레 고민이 해결되기도 한다.


2024년 4월 24일 오늘.

갑자기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몰렸다. 특히 내가 제일 싫어하는 오늘 주고 내일까지 하라는 교육청의 공문이 한몫했다. 하기 싫은 일을 해서 인지 자잘한 실수까지 계속 터져 일을 번복하게 되었다.



정신없이 바쁘고 짜증으로 가득했던 오늘 하루,

어제 기타 연습을 오래 해서인지 허리 통증도 점점 심해졌다. 급격한 스트레스로 머리가 아파왔다.

교직원 회의를 하는데 몸이 아팠고 길어지는 연수에 정신까지 혼미해졌다. 회식이고 나발이고 나에게는 쉼이 필요했다. 지금은 내 몸이 제일 소중하다.



갑자기 회식을 가지 않는다는 나의 말에 부장님이 꽤 놀라셨지만 나는 가야 했다. 후다닥 교문을 나와 1시간 뒤 정형외과에 도착했다. 엑스레이를 찍고 충격파 치료도  받고 나왔다.


집에 와서 피부과 약과 정형외과 약을 함께 먹으니 몽롱함의 정도가 심각했다.


몽롱한 상태였지만, 영화관에서 보고 싶었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쉬었다. 오늘따라 <나는 솔로>도 역대급으로 재밌었다.


방에 들어오니 휴대폰 배터리가 없어서 전원이 꺼져있는 걸 발견했다. 요즘 시대에 폰이 꺼지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그만큼 휴대폰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니. 남자친구의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지만 메시지가 따로 없어서 콜백 하지는 않았다. 쉬고 있는 줄 알겠지..



오늘 하루,

뇌를 편히 쉬게 해 준 건 아니지만 퇴근 후 몸을 편하게 해 주었으니 내일은 좀 더 나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목요일이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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