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7 [,]

비워야 채우지

by 여백


모든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가 왜 그렇게 밝은 척을 하며 사는지,

왜 그렇게까지 아등바등하며 살고 있는지,

멀쩡한 집을 내버려두고 왜 오피스텔에서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지 않게 되었다던 그 형이 왜 자꾸 그 사람에게 찾아오는지도.


당시 나는 퇴근 후 줌(zoom) 모임을 앞두고 있었고,

잠시 시간이 되어 그와 짧게 영상통화를 했다.

그는 조금 있다가 그 형이 또 찾아온다고 했다.

말로는 너무 귀찮다고 했지만 힘든 사람 내치는 거 아니라며 그를 만나러 갈 준비를 했다.


모임을 마치고 다시 통화를 했다.

그 형은 잠시 들러서 넋두리를 하다 집에 간 것 같았다.

그리고 분명 내 이야기도 했을 것 같아 물었다.


"형이랑 무슨 얘기했어? 혹시 내 얘기도 했어?"

"응. 썸녀한테 과거 얘기 했냐고 묻더라"

"말했다고 했어? 그래서 뭐래?"

"응 썸녀 반응이 어떠냐고 하길래 괜찮아하는 것 같던데?라고 했지 뭐"

"그랬구나"


그리고 그는 나에게 물었다.


"근데 혹시 결혼식을 하면 어떤 식으로 하고 싶어?

교회 다니는 사람은 교회식으로 많이 한다고 하던데"


"딱히 정한 건 없는데 보통 예배식으로 하기도 하고~

사실 형식 안 갖추는 경우도 있고 다양하지~ 그건 왜?"


"아까 형이 물어보라 하더라고.

교회 다니니까 그런 부분이 중요할 수도 있다고"


그 말을 듣자마자 내 머릿속엔 세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 결혼을 한 번 해본 사람이라 뭐든 척척 진행될 수 있겠구나~

둘, 내가 파혼(이라고 쓰고 이혼이라 읽는다)을 이해해 주니 바로 결혼을 생각하는구나~

셋, 남자 쪽 하객이 수군거려서 우리 쪽 손님들이 알게 되면 어떻게 하지?


지금 생각하면 그 사람도 나도 김칫국 한 사발 마시긴 했지만, 니이가 있다 보니 결혼 이야기가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떠오른 생각 중 세 번째 생각에 대해 물었다.

그는 본인 지인 중에 그럴 만한 사람은 절대 없다고 했고,

아무래도 사람들을 두 번씩 부르기는 어려우니 본인 쪽은 하객이 적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는 이미 머릿속으로 서로가 바라는 결혼식을 그리고 있었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강하니 파혼쯤이야 가볍게 넘길 수 있다는 듯이..





쉼표,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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