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질과 칭찬
제목 그대로다.
오전엔 미뤄두었던 가위질들을 몰아했다.
기껏해야 종이 몇 장이고 그래 봤자 가위질인데
그걸 미뤄뒀었다.
사각사각.
기억으론 초등학교 때 미술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가위와 칼을 이용해 스텐실을 만드는 거였는데, 내가 해놓은 걸 보고선 선생님이든 아이들이든 모두가 혀를 내둘렀었다. 그 이후로 나는 가위질 잘하는 아이가 되었고, 그 때문에 종종 '가위질 부탁'을 받았었다.
어렸을 때 받은 칭찬들은 생각보다 거대하게 내게 남아있는 듯했다. 밀린 가위질을 하며 떠올린, 그 '가위질'이라는 게 그중 하나고.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아 글을 쓰는 것도 있던 것 같다. 그림도 있고.
지금까지 내게 남아 있는 것들 대부분이 그랬던 것 같다. 이른바 '칭찬'을 받은 것들.
가만 보니 그 이후엔 칭찬받을 일이 딱히 없었던 것 같다. 인생에서 칭찬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영유아, 학창 시절 까지에만 머물러 있는 걸까.
사실 칭찬이라는 건 내가 존경하거나 우러러보는 사람이 해주는 나에 대한 좋은 말일 건데... 그 필요충분조건이 맞는 법이 그리 많은 편은 아녔다. 그래서 점점 줄었나.
가위질을 하다 칭찬까지 왔다.
커피를 마시고 나가봐야 한다.
집안에서도 바깥바람이 제법 알싸한 걸 느낄 수 있다. 춥다 춥다 하면서도 기분 좋게 생각하면 추위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봄이란 계절은 쉽게 오는 법이 없으니까. 그래도 결국 온다. 늘 그래 왔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