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아무도 몰랐었던 '월간 감성 광고 제작 프로젝트' 탄생 스토리
수년간 마음 한구석에 담아놓고 있던 광고인의 꿈.
하지만 꿈이란 건 언제나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또 다른 형태로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이 글은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하였음을 알립니다.
때는 2015년 초, 광고를 전공하고 있던 나는 학교 생활 외 대외 활동과 공모전, 기업 인턴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대학교 4학년 휴학의 시간을 빈 틈 없이 보내고 있었다. 광고인을 꿈꾼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제일기획' 공모전을 아는 동생과 둘이서 하던 도중, 취업 준비로 인해 더는 공모전을 진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동생의 말에 아쉬움을 감춘 채, 공모전을 내려놓고 무료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아무런 기대도 결과도 가져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내 성격은 뭐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함과 초조함 잘 느끼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다른 광고 공모전이 뭐가 있나 이리저리 찾아보게 되었고, 그러던 도중 본죽 브랜드의 UCC 공모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기획 공모전만 참여했던 나에게 UCC 공모전이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당시 관심 가는 기획 공모전이 없기도 했고, 또 일반 UCC가 아닌 '광고' UCC 공모전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은 없었지만 문득 기획이 아닌 제작을 한 번쯤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공모전 형태가 기획서가 아닌 영상일 뿐, 그 본질은 결국 '광고'였으니까. 생각을 마친 나는 바로 UCC 공모전을 할만한 지인에게 연락을 하였다. 그 친구도 UCC 공모전은 처음이었지만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며 흔쾌히 참여를 승낙했다.
UCC 공모전 준비는 생각 이상으로 즐겁고 재미있었다. 해보지 않은 분야를 도전하는 색다름 때문인지 몇 날 며칠 시간 가는지 모르고 회의를 했던 기억이 난다. 여기서 색다름이라 하면 일전에 기획서를 쓸 때는 원하는 논리를 짜기 위해 브랜드 조사, 경쟁사 조사, 시장 조사를 시작으로 근 몇 년간의 자사 콘셉트와 메시지가 무엇인지 등, 객관적이고 정확한 수치와 팩트를 찾기 위해 급급했던 흐름과 달리, 영상물 제작이 주가 되는 UCC 공모전은 조금 달랐다. 소비자가 경험한 혹은 경험할 법한 공감 스토리에 다양한 소구 방법들을 이용해 하나의 최종 아웃풋을 만드는 것. 물론 기획서에도 당연히 공감이 필요하고 스토리텔링이 필요하겠지만 보다 시각적이고 직관적인 하나의 영상물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혹자는 영상 제작에 무슨 의미 부여가 이렇게 많냐 할 수 있겠지만, 모든 처음 해보는 일은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즐거웠고 긍정적인 경험은 그 의미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그렇게 여느 날과 다를 거 없이 즐겁게 본죽 아이디어 회의를 하던 중 옆에 있던 소영이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말을 꺼내게 되었다.
"소영아! 나 한 달에 하나씩 광고 영상 만들어볼까? 가수 윤종신도 '월간 윤종신'이라고 해서 한 달에 한 곡씩 디지털 싱글 곡 내잖아! 나도 프로젝트 개념으로 이름은 '월간 한효민' 어때? 아니다 너무 '월간 윤종신' 느낌인가? 난 감성적인 거 좋아하니까 '간' 대신 '감성'에 '감'(느낄 감 感) 자를 따서 '월감 한효민'으로! 거기에 우리 지금 하는 본죽 공모전 영상을 첫 번째 콘텐츠로 하는 거 어때? 왠지 재밌을 것 같지 않아!?"
당시 난 무슨 생각에서 저런 말을 했을까, 원래부터 영상을 해오던 사람도 아니고 영상 포폴이 필요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만약 그 친구가 내 이야기를 듣고 "굳이 그런 걸 왜 해.. 취업 안 할 거야?"라고 말했다면, 난 분명 "아 그래.. 무슨 시간이 남아돈다고 한 달에 하나씩 광고 영상을 만드냐.."란 말과 함께 '취준'이라는 현실을 거스르지 못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지금의 '월감 한효민'은 결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위와 같은 이야기를 꺼냈을 때 재밌겠다며 자기도 껴달라고 관심을 가져준 소영이와 위 글에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고민이 있을 때마다 언제나 극 현실적 피드백을 주는 종택이형(비즈니스 클럽 '인사이터' 대표) 또한 "야 괜찮은데? 프로젝트 재밌겠다 효민아!"라며 동기를 불어넣어준 덕분에 영상 비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감과 용기를 갖게 되었다.
이제 내 의지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하던 안 하던 나의 선택이고 내 문제였다. 근데 막상 프로젝트를 하려니 생각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 이유는 '월간 윤종신'이 수년간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한 달에 한 곡씩 만들어 왔던 것처럼, '월감 한효민'도 단발적으로 한 두 달 만들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라면 최소 일 년 열두 달은 해야 하지 않을까란 시간적 문제가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사실 휴학을 했던 이유는 취업을 조금이라도 미루기 위한 학생 신분 유지란 목적도 있었지만, 내막은 본격적인 취업 준비 전, 딱 일 년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더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왜냐면 졸업을 했을 시 대외활동도 공모전도 신분 조건 제한이 컸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끝내 '월감 한효민'이란 프로젝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물론 당시 스물여덟 나이에 취업 준비를 안 하고 쓸데없는 거 하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내심 들었지만, 이미 공모전 준비를 하며 영상이란 매력에 푹 빠진 나는 "취업 전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일 년의 시간을 새로운 분야에 투자해보자, 하다가 정 안되면 뭐 그때 가서 생각하자"란 반신반의한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구체화시키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 보면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김OO 병원, 이OO 헤어, 박OO 식당 등. 이 곳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이름을 상호로 내세운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름을 내걸고 하는 만큼 전문적 책임감 및 사명감을 부여하고 나아가 강한 프라이드를 고취시킨다. 못하면 자신의 이름에 먹칠하는 것이 될 터고, 잘하면 자신의 퍼스널 브랜드를 높이는 것이 될 터이다. 일전에 공모전 회의 때 소영이에게 우스갯소리로 꺼냈던 '월감 한효민'은 어찌 보면 유치한 프로젝트 이름일 수도 있지만 '월 감성'이라는 '월감'의 의미가 좋았고, 중간에 프로젝트 진행이 버겁고 힘들어 포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종의 '책임감 장치'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더 고민할 것 없이 프로젝트명을 '월감 한효민'으로 확정했다.
프로젝트명에 대한 고민이 끝나자 다음은 일 년간 어떤 영상을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월감 한효민'의 첫 콘텐츠를 본죽 UCC 공모전 출품 영상으로 하기로 했으니 이처럼 계속 광고를 만들면 될지 아니면 광고가 아닌 짧은 단편 영화나 드라마 류의 영상을 만들어야 할지. 의외로 이 고민은 빠르게 해결되었다. 28년이란 시간을 살며 가장 많이 공부한 것도 또 경험한 것도 광고다. 그러다 보니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잘하고 싶은 것에 접목하면, 일 년이란 시간을 보다 즐겁고 재밌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과 "광고를 전공했다면 최소 본인이 생각한 아이디어 하나쯤은 실제로 만들어 봐야 하는 게 아닐까?"란 의문에서 '월감 한효민' 프로젝트 안에 '월간 감성 광고 제작 프로젝트'라고 '광고'를 못 박았다.
문득 하루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 년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취업을 해야 할 텐데", 이 과정에서 "혹시라도 '월감 한효민'의 아웃풋이 광고 제작 경험에 좋은 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당시 영상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광고인의 꿈을 져버린 것은 아니었기에 광고 대행사로 취업하고자 한 갈망은 마음 한 켠에 간직하고 있었다. 이후 페이스북 페이지도 '월감 한효민'이라고 만들었다. 페이지를 만든 주된 이유는 만천하에 이 프로젝트 알리고 싶었다. 난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겁이 나고 망설여진다면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 먼저 꺼내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나 스스로에게 반강제적 사명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것은 위에서 언급한 듯 프로젝트명에 내 이름을 넣은 이유와 동일한 부분이다.
프로젝트명도 정하고 페이지도 개설하고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도 결정했지만, 제일 중요한 그리고 가장 큰 문제가 남아있다. 그 문제는 바로 프로젝트를 매달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하냐이다. 단발적으로 1~2개 만들고 끝나는 프로젝트라면 이런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일 년 간 열두 개의 광고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동해 번쩍 서해 번쩍 하는 것이 아닌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포맷이 필요했다. 일단 "한 달에 한 편씩 어떤 브랜드의 광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임의로 내가 하나의 브랜드를 선정해 만들지 아니면 공모전에서 요구하는 주제를 가지고 만들지". "이 중 한 가지 방법을 택해 만든다면, 어떤 스타일로 어떻게 만들지". "또 본 편 영상 한 개만 만들지 그 외 기타 영상들을 만들지". 끝으로 "일 년 동안 혼자 할 것인지 함께할 멤버를 찾아 같이 할 것인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 했는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하지만 이 고민들을 하는 것이 귀찮거나 피곤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설레었고 즐거웠다. 복잡한 실타래를 차근차근 하나씩 풀기 위해 노력했다. 왜냐면 이왕 하는 거 대충하고 싶진 않았으니까.
먼저 브랜드 선정 기준이다. 공익 광고가 아닌 이상은 영상 속의 '주인공' 즉, 브랜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기준에서 브랜드를 고를 건지는 꽤나 어려운 고민이다. 어찌어찌 브랜드를 선정했다 하더라도 이후 메시지도 고민해야 한다. 메시지가 없는 광고는 광고가 아니다. 매달 공모전을 한다면 주제와 메시지는 고민할 게 없었다. 왜냐면 해당 공모전에 어느 정도는 다 적혀있으니 말이다. 그럼 난 그걸 토대로 만들면 되고, 매달 무슨 브랜드로 무슨 메시지를 할지 골머리 썩지 않아도 되니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더불어 출품 뒤 결과가 좋으면 상금이란 덤도 수상경력이란 명예도 따라오니 금상첨화였다. 하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 안 되는 법. 공모전에서 하고 싶은 브랜드가 없다면, 한 달에 하나씩 무조건 제작물을 완성해야 하는 프로젝트 성격상 아무거나 한 개를 택해 억지로 만들어야 할 테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재미와 즐거움의 자의적 프로젝트가 아닌 의무와 반강제성을 띠는 타의적 프로젝트가 될 우려가 있었다. 그리고 공모전이라 하면 수상 여부를 떠나 제출만 하더라도 대부분 저작권이 당사에 100% 귀속되는데 나는 그게 싫었다. 주최 측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그냥 싫었다. 뭔가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것 같은 느낌이라 할까. 게다가 내 마음대로 활용도 2차 가공도 하기 어려우니까. 그래서 결국 쉬운 길을 내려놓고 어려운 길을 택했다. 내가 직접 원하는 브랜드를 선정하고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그것만이 진정 나만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 확신했다.
긴 시간 광고를 공부하고 또 수많은 광고들을 보며 늘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소주 광고에는 반드시 소주가 나와야 할까?", "의류 광고에는 꼭 옷이 나와야 할까?". 사실 나도 왜 그래야만 하는지 알고 있다. 큰 거액을 주고 광고를 만드는데, 자사 제품 및 서비스가 안 나오게 찍자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내가 광고주라도 그럴 것이다. 대행사나 제작사는 당연히 두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월감 한효민'의 매체는 브라운관이 아닌 소셜이다. 더군다나 이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내가 선정한 회사가 내게 돈을 주는 것도, 제품을 제공하는 것도, 셀럽을 출연시켜주는 게 아니다. 물론 그런 걸 모두 바라고 시작한 게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광고 한 편을 만드는 과정에 들어가는 물리적, 시간적 비용을 나 스스로 해결해야 하다 보니. 어떻게 보면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내가 광고주이자 대행사였고 제작사였다. 그래서 난 제품 노출을 최소화하는 광고를 '월감 한효민'에서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지키고자 했던 한 가지 규율이 있었다. 그건 실제 광고에서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콘셉트, 이미지 등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광고를 만들자는 것이다. 내가 만든 '월감 한효민' 광고가 기존 브랜드에게 누가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나의 관점에서 광고의 기능은 크게 세 가지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정보를 각인시키는 인지 기능과 실제 제품을 사게 만드는 구매 기능 그리고 브랜드의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거나 개선시키는 이미지 제고 기능이다. 요즘같이 제품의 차별성이 크지 않은 시장에선 위의 세 가지 기능 중 직관적이고 기능적 소구보다는 간접적이고 감성적 소구를 통해 브랜드의 긍정적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땐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그래서 '월감 한효민'은 '월간 감성 광고 제작 프로젝트'라고는 의미를 내포한 만큼, 감성 소구를 극대화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드라마 타이징 포맷을 선택했다. 러닝타임도 기존 15~30초의 TVCF 형태가 아니라 스토리를 담기 위해 60초 내외를 고려했다. 그리고 일반적인 스토리는 지양하고 임팩트가 있는 반전 스토리를 지향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페이스북 내 영상 콘텐츠 시장이 지금처럼 레드오션은 아니었다. 우리가 알법한 페이지들인 딩고, 피키캐스트 등 페이스북 내 영향력 큰 회사들도 당시에는 미약했었다. 더불어 '웹드라마'란 분야도 대중적으로 활개 치기 전이었다. 그러던 회사들이 서서히 몸짓을 불려 나가며 사람들 뇌리에 꽂힐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모바일 시장 크기가 점점 커졌던 것도 분명 주 된 이유이긴 하겠지만 내 생각에는 방대한 콘텐츠, 즉 콘텐츠의 양이 콘텐츠 회사들의 성장에 중요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또 빠르게 확산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는 소셜 유저들의 성격을 고려한다면, 끊임없는 노출만이 사람들 뇌리에 남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노출 부분에서 '월감 한효민'의 콘텐츠 양이 걱정됐다. 그렇다고 기획부터 제작까지 A to Z의 많은 공수가 들어가는 광고 콘텐츠를 한 달에 여러 개 만들 수 있는 시간도 여력도 없었다. 그럼 "본 편 영상물이 아닌 다른 추가 콘텐츠는 뭐가 있을까?". 고민 끝에 대체 콘텐츠를 이렇게 구상해봤다. 한 달을 초, 중, 말기로 나눈다고 가정하면, 초기는 소개 인사 영상을 통해 매달 함께하는 새로운 기획자를 소개하고, 이후 함께한 기획자와 만든 본 편 영상을 공개한 뒤, 마지막 후기에 본 편 영상의 비하인드 스토리(NG 컷 및 배우들과의 촬영 소감 인터뷰)를 올리면 이전 한 개 콘텐츠보다는 그래도 노출에 효과적일 것이라 여겼다. 물론 타 페이지들과 콘텐츠 양을 비교한다면 한없이 적은 양이었지만, 그것이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대 한계치였다.
아무리 오랜 시간 광고를 해왔어도 늘 새롭고 어렵게 다가오는 일이 바로 아이데이션인 것 같다. 아이디어를 내는 건 마치 연애에 있어 밀당 같다고 할까.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듯 말 듯 사람을 참 미치게 만든다. 아이디어도 결국 사람이 내기에 혼자보단 둘, 둘보단 셋이 아무래도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작은 아이디어들이 모이고 모이면 분명 결합 가능한 하나의 큰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마치 '티끌 모아 태산'인 것처럼. 아무튼 이런 이유에서 '월감 한효민'이란 프로젝트를 전적으로 나 혼자 하는 것보단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란 마음으로 한 달에 한 번씩 기획자를 새롭게 구하기로 결정했다. 기획자를 한 명으로 제한을 둔 건 아무래도 사람이 많을수록 회의 스케줄 잡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매달 동일한 사람이 아닌 새로운 기획자를 구하기로 한 이유가 있다. 사실 한번 합을 맞춰본 사람과 일을 계속하는 건 여러모로 굉장히 편한 일일 수 있지만, 어찌 보면 비슷한 아이디어들만 나올 수 있는 리스크가 생긴다. 근데 만약 일 년을 열두 달로 볼 때, 열두 명의 사람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개개인의 감성들이 내 감성과 어우러져 매달 조금씩 다른 감성 아웃풋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매달 기획자를 구한다는 건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아이디어 걱정보다 "아 이번 달은 누구랑 하지.."란 걱정이 더 컸으니까 말이다. 일단 첫 기획자는 본죽 공모전 영상을 첫 콘텐츠로 결정한 만큼 공모전을 함께했던 소영이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가 문제였다. 일단은 내 주변에 광고 제작에 관심을 가질 법 한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월감 한효민'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설명했다. 근데 생각 외로 몇몇 친구들이 '월감 한효민' 프로젝트에 흥미를 가져 걱정했던 것보단 수월하게 기획자를 모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달 한 달 새로운 사람과 만든 결과물들이 쌓여갈수록 '월감 한효민'을 먼저 해보고 싶다는 친구들이 생겨나 매달 조금의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월감 한효민'이 광고 제작 프로젝트가 아니라 광고 기획 프로젝트였다면, 배우 모집에 대한 고민은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영상물을 만들어야 하는 제작 프로젝트다 보니, 기획자와 함께 기획한 아이디어를 직접 시각적으로 표현해줄 연기자들이 필요했다. 앞서 이야기했듯 나는 광고를 전공했지 연영과를 전공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주변에 아는 배우라고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든 제작비를 사비로 해결하는 상황 속에 일 년 열두 달의 영상에 배우를 구하는 건 휴학생인 내 신분에서 사실 불가능했다. 그래서 '이가 없으면 잇몸'이란 말처럼, 기획자를 주변에서 구했듯이 연기자 또한 주변 지인으로 대체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래서 연기에 관심이 있는 광고 영상에 주인공이 되고 싶은 친구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 있어 일전에 다양한 대외활동 인맥이 큰 도움이 됐다. 출연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에게 매달 일일이 연락해 "이번 달 아이디어는 이런 건데, 네가 주인공 캐릭터에 딱인 것 같아!"라는 말로 친구들을 설득했다. 아마도 난생 연기를 해본 적 없는 친구들에게 연기를 무리하게 부탁했던 거니, 돌이켜보면 내 상황도 꽤나 급박했던 것 같다. 실제로 자신 없다 말했던 친구들이 현장에서는 너무 연기를 잘해줘서 깜짝깜짝 놀랄 때도 많았었다.
* 이 글을 통해 '월감 한효민' 시즌 1에 도움을 주었던 기획자(12명) 및 출연자(22명) 모두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시작 전 고민의 흔적이 많긴 했지만, 100% 모든 것을 준비하고 시작한 건 아니다. 한 달 두 달 나조차도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월감 한효민'을 진행했다. 하다 보니 나름의 규칙들이 생겼고, 또 나름의 노하우들을 축적시켰다. 또 영상을 업으로 삼는 주된 계기가 되었고, 나아가 현재는 영상 제작 일 을 하고 있다. 나에게 있어 '월감 한효민'은 이제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만약 프로젝트 시작이 겁이 나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면, '월감 한효민'을 통한 새로운 일들을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시즌 1을 거쳐 시즌 2를 끝낸 현 상황에서도 '월감 한효민'은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 그렇기에 앞으로 개선해야 되는 문제도 또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크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현재 어떤 일의 시작에 있어 망설이고 있다면, 일단은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세상에 '하면 된다'란 말은 있어도 '안 하면 된다'란 말은 없으니까 말이다.
2015년 3월에 시작한 '월감 한효민' 프로젝트는 시즌 1을 거쳐 현재 시즌 2까지 완료하였습니다. 앞으로 이 글을 시작으로 매달 제작했던 '월감 한효민'의 시즌 1, 2의 광고 콘텐츠가 어떻게 제작되었는지 아이디어 배경과 더불어 소개 인사, 본 편 영상, 메이킹필름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그럼 계속 지켜봐 주세요. 그럼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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