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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

by 히예

그런 날이 있지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날

인간 존재의 외로움이 사무치게 느껴지는 날 말이야


그런 날에는

내 옆에 누가 있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

인간은 원래 외롭다는 문장도 차갑게만 읽히거든


길 잃은 어린애처럼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리고 싶은

그런 기분이 되어버린다니까


그럴 때는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자

엉킨 머리를 빗어내자


좋은 향기를 맡고

깨끗하게 씻긴 몸에

부드러운 이불을 덮어주자


그리고 말해주는 거야

그런 날이 있지

그런 날도 있지




사진: UnsplashMichael Hen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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