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하게 태어난 아기

프롤로그

by 히예

나는 예민하게 태어난 아기였다.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도 친적어른들은 예민한 아기였던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며 부모님께 효도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엄마 아빠 말에 따르면 나는 등센서가 초특급 예민한 아기였어서 바닥에 눕히려고만 하면 울어댔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나를 업은 채로 엎드려 잠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걸음마기 때는 이모 삼촌들이 나를 데리고 과자라도 사러 갈라치면 이삼일은 얼굴을 익히고 기다려야 겨우 손을 잡고 슈퍼에 같이 갔단다.


유치원 때 나는 낯가림이 심하고 내성적이라 친구도 한두 명이 다였고, 새로운 곳에 견학이라도 가면 선생님 손을 놓지 못하는 겁이 많은 어린이였다. 초등학교 입학 때는 또 어땠나. 처음 혼자 등교하던 날은 마치 사람들이 파도처럼 나에게 밀려오는 것 같은 장면으로 기억된다. 그 파도 같은 사람들(아마도 등교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나를 덮칠 것만 같은 느낌에 압도되어 8살의 나는 울면서 집에 되돌아갔더랬다.


어른이 다 된 지금도 여전히 남들 앞에 서는 것은 어렵고, 낯선 사람들이 많은 자리는 불편하다. 주말에 하루쯤은 아무런 자극 없이 집에만 있고 싶고, 스트레스라도 받은 날이면 곧바로 몸이 반응한다. 어떤 책에서는 예민함이 능력이고, 축복이라고도 하던데 내가 느끼는 예민함은 기 빨림, 피곤함 같은 단어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오늘도 예민하게 살아가는 중이고, 아마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앞으로의 글은 예민함을 진정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의 기록이다. 예민한 나의 일상과 그 속에서 평안함을 찾기 위해 시도한 것들에 대해 기록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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