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어려운 일요일 밤

예민이의 일상(1)월요병과 수면장애

by 히예

내가 어렸을 때는 <개그콘서트>가 아주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일요일이면 저녁을 먹고 가족들과 둘러앉아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 엔딩을 알리는 밴드음악이 나오면, 활기찬 음악과는 다르게 내 마음은 그렇게 아쉽고 울적해졌던 기억이 난다. 밴드음악이 나온다는 건 이제 쉬는 날은 다 끝났고, 월요일을 위해 그만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개그콘서트> 밴드음악 대신에 일요일 저녁노을이 '일요일은 끝났어. 월요일을 준비해야지'라고 이야기해 준다. 그때부터는 설명할 수 없는 작은 긴장감이 느껴진다. 어쩐지 조금 불안해지고 마음 한편이 무거워진다.


일요일 밤은 잠이 오지 않는다. 평소보다 더 일찍 샤워를 하고 따뜻하게 데워놓은 이불속에 몸을 누여도 잠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밤은 깊어지는데 정신은 갈수록 말똥해진다. 갈수록 말똥한 정신은 '왜 잠이 안 오지, 이러다 내일 늦잠이라도 자면 어쩌지'와 같은 새로운 걱정을 낳는다.


내일 새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지난주에 이어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이번주 일정이 얼마나 바쁜지 또는 한가한지 그런 것들을 생각한다. 주말에 봤던 시사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생각하다가, 여름휴가에 대해 고민해봤다가 대출상환계획도 세워본다. 생각은 이렇게 이리 튀고 저리 튀면서 머릿속을 시끄럽게 한다. 이때는 내가 생각한다기보다 그냥 생각해진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옅은 불빛이 싫어 안대를 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린다. 화장실 환풍기가 돌아가는 소리,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 같은 것들이다. 늘 자던 침대인데도 불편해서 이리 누웠다 저리 누웠다 몇 번이나 뒤척인다. 이런 과정을 지나다가 결국은 나도 모르게 지쳐서 잠이 든다.


월요일 아침, 알람이 울리기 이삼 분 전에 눈을 뜬다. 아침 알람을 듣기 싫어하는 것을 몸이 기억하는지 꼭 그렇게 눈이 떠진다. 곧 울릴 알람을 끄고 일어나 부은 눈으로 출근 준비를 한다. 잠 못 들었던 밤이 지나면 그렇게 또 한 주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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