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는 자연스럽게 주 양육자와 부 양육자가 생긴다.
마치 팀장과 팀원처럼 역할이 나뉘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주 양육자는 엄마가 되곤 한다.
아이를 뱃속에서 10개월간 품고, 수유를 통해 늘 가까이에서 돌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엄마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아이가 어릴 때는 이런 역할 분담이 효율적일 수 있다.
아이의 성향을 잘 아는 엄마가 세심하게 고민하고 선택한 물건들로 집 안이 채워진다.
나는 상대적으로 제품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실제 사용하는 것도 아내이니, 그녀의 결정을 믿고 따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아이가 자라면서 양육에 대한 결정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유치원 선택부터 교육 방향까지, 단순한 물건 선택에서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문제로 확장된다.
이때부터는 팀원인 나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기 쉽다.
팀원은 나름대로 참아왔던 결정의 소외로부터 이제야 겨우 목소리를 내는 상황일 수 있다.
팀장은 그동안 내가 주로 결정하여 진행했는데 이제와서 목소리를 내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흑백요리사를 보면 팀 미션을 진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면 모두가 잘난 최고의 셰프들인데 팀 미션을 진행하니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일부 팀에서는 의견 조율이 잘 되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반면 그 미션에서 단연 돋보인 건 에드워드 리 셰프였다.
관자를 손질 하면서 너무 얇게 준비되는 것이 걱정되어 몇 번의 의견을 제시한다.
하지만 당시 팀장이던 최현석이 괜찮다고 하자 자신의 의견을 접고 팀을 위해 그대로 진행한다.
육아도 이와 같다. 중요한 것은 누가 옳고 그르냐가 아니라, 서로를 믿고 협력하는 것이다.
가정은 평생을 함께해야 하는 팀이다. 그리고 나는 아내를 더 믿어보기로 했다.
의견이 다를지라도, 충분히 소통했고 그녀의 생각에도 나름의 타당함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함께하는 팀이 잘 굴러가고, 혹여 실수를 하더라도 다시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더 잘키우기 위한 토론보다는 상대를 향한 믿음이 더 필요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