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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이파파 Nov 02. 2024

사실 남자도 힘들어

비슷한 처지에서 아이를 키우는 아빠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삶과 육아에 대한 자세에서 공감대가 참 많았고 대화는 무르익어갔다. 그러다 한 아빠가 조심스럽게 오늘 있었던 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멀리 출장을 다녀왔다고 했다. 흔히들 해외 출장을 가면 퇴근 후엔 여행도 하고 좋은 시간을 보낼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답답해하는 모습이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큰 비용을 들여 보낸 것이니 그만큼 성과를 요구했고, 그는 미팅 후 자료 정리와 다음 일정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고 했다. 호텔 방에 틀여박혀 일을 하다보면 여기가 해외인지 회사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감각이 무뎌졌다고 한다.



겨우 일을 마치고 녹초가 되어 돌아오는 길에 설상가상으로 잘못 넘어져 다리까지 다쳤다. 치료도 모르겠고 집에 도착하여 그저 몸을 좀 누이며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아내는 갑자기 그동안의 힘든 일에 대해서 쏴붙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갈등은 거기서 시작됐다. 서로 지치고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상대의 말 속에 담긴 뾰족한 시선이 그저 서운하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억울한 마음, 서운함은 겹겹이 쌓여 의미없는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그 아빠는 씁쓸한 듯 말했다. 그도 아내가 얼마나 고된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는 게 아니라고. 하루 종일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아이를 돌보며 고된 시간을 보내는 아내의 고충을 모르는 게 아니라고.


그런데 그저 첫 인사가 “잘 다녀왔어?” 이 한마디면 됐는데…

다짜고짜 힘든 일부터 짜증을 내버리니 자기도 모르게 나쁜 감정이 튀어나왔다고 했다.


꽤 예전이긴 한데 장영란씨는 남편의 퇴근시간을 강조한 적이 있다. 다른 거는 몰라도 남편의 퇴근만은 꼭 챙겨서 반갑게 맞아준다고 한다. 아파도 달려나가서 최대한 밝은 미소로 맞아준다.


그 이유는 가족이 맞아주는 짧은 순간에 남자는 모든 걸 회복하며 자존감이 높아진다. 오늘 겪은 힘든일, 상사와의 불화, 잘못된 보고서 등 모든게 잊혀진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아내 마음데로 해도 된다. 남자는 알아서 별도 따다 줄 것이다.


장영란 유튜브 중


물론 이건 비단 남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번의 따뜻한 시선과 인사는 남자인 우리도 할 수 있어야 하며 그래야 한다.

서툴고 어색하겠지만 조금씩 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러워진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훈련의 과정을 밟는 동안 조금은 더 성숙한 아내들이 그렇게 반겨주면 얼마나 좋을까?

밖에서 술 한잔에 위로를 얻는 것보다 빨리 나를 반겨주는 집으로 달려가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것이다.


변화는 그렇게 말 한마디로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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