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의 관계는 내게 여전히 미스테리다.
그들은 자주 사소한 일로 다투고, 때로는 깊은 말다툼에 갈등까지 겪는다. 누구나 다툼은 할 수 있다지만, 아무리 큰 싸움에도 다음 날이면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서로 웃으며 다시 친밀한 관계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 놀라울 뿐이다.
처음 아내와 장모님 사이의 관계를 보면서 당혹스러웠다. 과연 괜찮은 건지 내가 나서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는데, 장인어른은 멀찍이 거리를 두고 오히려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노련한 모습을 보여주셨다.
그 모습이 굉장히 평화로워 보였기에 오히려 고민하고 걱정하는 내가 지나친 건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모든 모녀 관계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내가 본 많은 모녀들은 서로 끈끈한 사랑과 미움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래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관계 중, 애증을 가장 잘 나타내는 예시를 들어보라면 바로 모녀관계가 아닐까 싶었다.
대부분의 모녀가 그렇다면 자연스레 내 아내와 딸에게 시선이 머문다.
딸이 자라고 자기 주관이 강해지면서 아내와 작은 갈등이 생기기도 하는데, 아직은 어리기에 그녀의 주장은 어설프고 억지스럽다. 이때는 판단이 쉬우나 나중에 아이가 커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 어려워지면 어떻게 해야할지 벌써부터 고민이 되는 것이다.
어느 날, 가족끼리 외출해 점심을 먹었을 때였다. 옆 테이블엔 부모와 중학생 정도 되보이는 딸이 앉아 있었는데, 엄마와 딸이 말다툼을 벌이기 시작했다.
정확히 어떤 배경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종의 기싸움처럼 느껴졌다. 밥을 먹네 마네로 시작하여 아까 너의 태도부터 어제 일까지 장면이 계속 바뀌며 말싸움이 일어나는데 양쪽 다 조금이라도 양보할 생각이 없는 눈치다.
나는 우연히 아빠쪽으로 눈길이 갔는데 그는 최대한 조용히 숨을 죽이고 두 사람을 바라보며 중재할 타이밍을 보고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의 외침은 공허하게 흩어지다가 당사자들이 아닌 내 귀에만 들어왔다.
다툼은 또 다시 이어지고 갈등이 심해졌는지 결국 식사를 마치지 않고 다들 밖으로 나가버렸다. 차가워진 공기를 느낀 우리는 못본채 하며 식사에 집중했지만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멀지 않은 미래에 벌어질 이 상황을 상상하며 나라면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고민이 들었다.
저렇게 다투다가도 곧 원래 상태로 돌아올 것을 믿고 시간을 두면 괜찮을까?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서 상황을 수습하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할까?
완벽한 정답을 찾기는 어렵고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에 우선은 그때 그때 맞는 적절한 역할을 찾아보자며 생각을 덮어두었다.
기본적으로 이 둘은 서로를 너무 아낀다. 그래서 상당히 가깝게 붙어있는데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이 쉽게 나가기도 하고 또 돌아오면서 반복되는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적당한 거리가 도움이 된다. 아내도 장모님과 잠시 시간을 두고 바라봤을 때 자신의 감정도 정리되고 조금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행동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다보면 서로가 틀린게 아니라 다름을 이해할 수 있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평소와는 다른 배려와 신경을 담아 전하게 된다. 그렇게 보다 건강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 아내는 원래 엄마와 딸은 다 그런거라며 지금의 관계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관계가 괜찮을리 있겠는가
그냥 너무 사랑하니까 잠시 잊거나 덮은 것이지 열어보면 깊게 패인 상처의 깊이가 정말 클지 모를일이다.
상황이 더 심각해지지 않게 아내와 딸의 관계에 있어서도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지속적으로 상기시키고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갈등이 생겼을 때 해결하는게 아니라 평소의 건강한 관계가 형성되도록 돕는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해야 할 나의 역할인 것 같다.
여전히 모녀는 미스테리하다.
이 관계처럼 서로를 사랑 그 이상의 것으로 연결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너무 가까운 그래서 너무 아픈 굴레에서 떨어져 서로가 조금은 자유로워 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