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가게 앞을 스쳐 지나가는데 아이와 엄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는 무슨일인지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고 엄마는 그런 아이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안되자나 안된다고”
“천천히 해봐 괜찮아”
아이는 유모차에 올라가고 싶었다. 몇 번 시도해보긴 했지만 힘이 부족한지 금방 포기해버리고 만다.
3살 남짓 되 보이는 아이에게도 인생의 장애물이란게 존재한다. 우리에게야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는 유모차 오르기가 아이에겐 거대한 산보다도 높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오르기를 포기하고 싶기도 하고 이 상황 자체가 힘들고 짜증도 났을거다. 아직 감정 표현이 어려운 아이는 그걸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화로 전달하고 있었다.
반면, 엄마는 느긋해보였다.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던 엄마는 유모차에 몸을 살짝 기대며 옅은 미소를 띄운다.
“괜찮아 다시 해봐 할수있으니까 엄마는 기다려줄게”
그 몸짓과 표현에 엄마가 바로 도와주지는 않을거라는 것을 직감한 아이는 떼를 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엄마 주는 메시지를 이해한 것 같았다. 바로 자신을 믿어주며 기다려 준다는 것
사람은 자신을 믿어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 비로서 성장하게 된다. 그 믿음에 응답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는 한 번더 유모차에 오르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발까지 버둥거리며 힘을 더 쓰기 시작했는데 의도였는지 우연이었는지 발의 위치가 도움받기 적절한 곳에 안착했다. 발로 한발 크게 오르며 의자까지 닿게되자 얼른 몸을 옮겨 유모차에 탑승했다. 상기된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 엄마는 그런 아이를 무한한 칭찬으로 맞아준다.
아이는 오늘 큰 장애물 하나를 넘었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게 된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그래서 아이가 자라면서 이 경험을 잘하게 만드는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건 역시나 인내심이었다. 아이의 장애물은 사소하고 별 것 아닌 경우가 많아서 어른인 우리의 시선에서는 답답하고 이해가 안될 때가 많다.
하지만 잠시만 시선을 아이에 돌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를 헤아려보자. 그때는 짜증과 재촉보다 아이 입장에서 어려울 수 있음에 대한 공감과 그럼에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격려해줘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랜 시간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는 그 시간을 통해 부모에 대해 믿음을 느끼고 스스로 이겨내보려 버둥거린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분명한 배움과 성장이 있을것이다.
우리는 믿고 기다려주면 된다.
아이는 그에 응답하듯 멋지게 잘 이겨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