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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앤 Sep 06. 2024

1. (일상) 딸을 독립을 앞둔 엄마의 홀로서기 준비

나의 새로운 시작을 시작하며,  일단 도전.

딸이 고등학생이 되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학원 픽업, 간식이나 식사 준비 등 딸의 스케줄에 따라 내 시간은 쪼개질 수밖에 없었다. 책을 들었다가도 몇 장 읽지 못하고 책장을 닫아야 했고, 넷플릭스 영화를 보려고 켰다가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꺼야 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고 나니 뭔가 다르다. 일단 학원 수업 시간이 길다. 학원 수업이 끝나면 대체로 스터디 카페에 가서 공부나 숙제를 더 하다가 집에 온다. 학기 중 평소 귀가 시간은 10시 이후, 시험 기간이라도 되면 1시 넘어서 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딸을 학원 보내고 책상에 앉는다.

고요하다. 

온전히 나에게로 흐르는 시간.

뭔가 이상하다. 시간이 남는다. 시간이 남. 는. 다. 

나. 혼. 자. 다.


딸을 키우면서 딸과 나는 항상 함께였다. 친구인 듯, 연인인 듯. 같이 먹고, 같이 놀고, 같이 이야기하고. 그러니 딸이 빠져나간 그 시간에는 나만 남았다. 하지만 나 혼자만의 시간이라니. 처음엔 뭐가 이상한지 눈치채지 못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간절히 바랐던 건 다름 아닌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오롯한 시간이었다. 아마도 그때의 내가 원했던 것은  잠깐의 여유, 나를 돌볼 시간이었을 것이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런 잠깐의 여유가 아니다. 앞으로 오래도록 '나' 혼자 남을 시간이다. 처음에 이 시간은 나를 압도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고,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불안했다.   


아이는 몇 년 안에 내 품을 떠난다. 자신의 길을 찾아서 갈 것이다. 독립을 한다. 하지만 딸만 독립을 하는 건 아니다. 나도 엄마로 보냈던 시간들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야 딸이 날아갈 수 있도록 놔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그 준비를 할 시간이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많은 엄마들은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면 같이 수험생 모드로 들어갈 것이다. 학원 정보, 입시 정보를 모으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하고,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해야만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일까. 아이가 떠나갈 날을 대비해서 아이가 곁에 없는 나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아직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뭉텅이로 주어진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버리기만 할까 봐 마음이 급해지고 두렵기만 하다. 그래서 우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것이다. 우선, 책 읽기와 글쓰기. 취미로 하던 것을 조금 더 깊이 있게 해보고 싶다. 독립을 준비하는 엄마의 이야기도 글로 쓰고 싶다. 평소 나의 관심 밖이었던 책, 좀 더 전문적인 영역의 책들을 읽고 싶다. 나의 앎의 지평을 넓히면 내가 뭘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더 잘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다음은 운동. 나이가 들수록 의욕이 나의 체력을 앞서나간다는 것을 느낀다.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려면 몸이 건강해야 한다. 직장을 다니면서 체력적으로 힘들 때 정신이 같이 무너지는 경험을 많이 했다. 젊었을 때는 어찌어찌 버티고 조금만 쉬면 바로 회복되지만 이젠 더 이상 그렇게 젊지 않다. 


세 번째는 좀 더 세상 밖으로 나가 보는 것. 나는 정말 집 밖을 나서지 않는 집순이다. 나는 코로나 격리 상황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그전에는 의무적으로라도 남들처럼 주말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다들 그러니까 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코로나로 인해 강제 집콕을 하게 되니 그렇게 몸과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그 뒤로는 남들이 어딜 놀러 다니건 상관없었다. 나는 집이 가장 좋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더 탐험해 보고 눈에 담아보고 싶은 욕심이 든다. 


현재로서는 이 세 가지가 나의 계획이다. 하지만 이건 시작을 위한 워밍업임을 분명히 한다. 이것들은 나의 목표는 아니다. 좀 더 큰 목표는 나의 직업, 커리어 그리고 삶을 돌아보고 완전히 내 것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아직 40대 초반이다. 어리둥절함과 두려움, 막막함의 상황을 조금 벗어나고 보니 지금 내가 서 있는 곳, 내가 겪어내고 있는 상황이 보인다. 나는 인생의 변곡점에 서 있다. 


몇 달간 머릿속으로 고민만 하던 내가 일단은 마음을 잡고 출발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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