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같이 시험당한다.
딸의 장장 5일 동안의 시험 기간이 끝났다. 딸의 시험 기간이라고 내가 뭐 특별히 딸을 위해서 뭐 더 한 건 없다. 다만 늦게까지 공부하는 아이가 안쓰럽고 나만 일찍 자는 게 미안해서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티다 늦게 잤다. 그래서 매일 1-2시가 취침시간이 되니 일어나기 힘든 건 당연하고 컨디션이 엉망이니 일상이 흔들린다.
매일 시험을 보고 집에 돌아온 아이의 기분을 살펴 조심스럽게 시험은 어떻게 봤는지 물어본다. 기분 좋게 잘 봤다고 하는 말을 하루도 못 들었다. 자기 딴에는 열심히 하느라 했는데 기대했던 것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으니 얼마나 속상할지 모르지 않는다. 결국 3일째 되는 날, 그간의 공부 방법이나, 시험 공략 방법에 대해서 말을 내뱉고 말았다. 자기도 안다고, 모르지 않는다며 눈물을 흘린다. 참을 걸 그랬다. (언제면 나는 현명한 엄마가 될까.)
이래서 서울 경기에 있는 대학이나 갈 수 있을까. 이름 있는 대학에 가지 못하면 뭐 하고 사나.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들이 할 걱정을 나도 한다. 이 성적으로.. 대학은 갈 수 있을까. 대학. 대학. 대학
정신 차리자. 공부와 성적이 전부가 아니다. 대학을 잘 나온다고 잘 사는 건 아니다. 건강하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알고, 학교 지각하지 않고, 시험 기간에는 좋은 점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딸이 기특하지 않니. 저 정도면 잘 컸다. 어디 나가서도 잘 산다.
4일째 되는 날, 오늘은 어땠니? 못 봤다고. 매몰차게 쏘아붙이는 딸의 말이 날카롭다. 그래. 나는 책상으로 돌아와 책을 보며 내 할 일을 한다. 말을 더 붙이면 나도 어떤 말을 할지 모른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양말만 벗어던지고 거실 바닥에 누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아이는 뭐가 재미있는지 큰소리로 웃는다. 진짜로 배꼽이 빠지게 웃는다. 그래 되었다. 저렇게 웃을 수 있으면 괜찮은 거다. 시험 좀 못 본 게 어때서.
딸은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나나 정신 차리자. 장마철이라고 러닝이니 등산이니 다 쉬고 있다. 컨디션 타령이나 하며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건 나다.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