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방법은 엄마가 읽는 책?

공부잘하는 비법서는 많은데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책은 없다.

by 최진영

수업시간에 종종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얘들아~ 세상에 공부잘하는 비법은 얼마든지 있는데 왜 공부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걸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째는 시키는 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의 얘기처럼 듣고 실제로 해보지 않는다. 모든 비법서가 그러하듯 실제 해보면 나한테 맞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알게되고 그 과정에서 반드시 개선점이 생긴다. 다이어트 비법서가 많지만 날씬한 사람은 드문 이유와 같다. 그렇게 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게으름'이라 부른다. 자발적으로 잘 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한 것!


둘째는 비법서를 주로 엄마들이 읽기 때문이다.

각종 설명회는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다. 물론 엄마들이 잘 알아야 아이들에게 좋은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기도 하지만 주요이유는 아마도 학원의 고객이 학부모님들이기 때문일거다. 사실 학교에 대한 이야기나 진로에 대한 설명회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공부를 해야하는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학생이니까.


공부를 잘하는 방법은 엄마들이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방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기가 너무 어렵기도 하고, 내 아이의 방법이 책속에 있는 내용과 괴리가 심할때 비교하게 되고 잔소리하게 되니까 말이다. 차라리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면 아이한테 직접 읽어보게 하는 것이 좋겠다.


우리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남의 머리에 뭔가를 집어넣는 일이다.


생각해 볼수록 명언이다. 내가 직접 하는게 낫지 공부하게 만드는 일은 아주 속이 터지는 일이다. 학원강사를 대략 20년간 하다보니 이 직업은 인내심 훈련이구나 싶다. 수업을 하다보면 어려운 문제가 나올 때 직감적으로 아이들이 멍때리고 있는 것을 느낀다. 아~ 안따라오는 구나. 그럼 다시 설명하면서 아이들을 다 끈으로 엮어서 끌고가는 거 같은 느낌이든다. 아주 무겁고 힘든 작업이다. 잘 참고 기다려주는 일은 내 아이라면 더 어려울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직접 알려주기보다 책을 그냥 줘라.


내가 글을 써야지 생각했던 것 중에 한 주제가 바로 "공부못하는 이유"이다.

누가 사서 읽겠냐 싶긴 하지만, 성공사례도 좋지만 일단은 못하게 되는 이유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수많은 아이들을 보다보면 노력하고 있는데도 성적이 안나오는 건 이유가 있다. 전에 수학의 비결에서 언급한 '프로필기러'도 그 이유들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공부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서 개선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고 한다. 나는 그 드문 인간들 중 하나라고 뿌듯해했던 기억이 난다. 공부를 잘하고 싶어서 그 방법을 찾기 위해 밤새 끙끙대는 시간이 있어야 성장이 있다. 그러려면 일단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자기 믿음과 절실함이 필요하다. 주변에서 하라고 하라고 잔소리하면 더 안한다. 사춘기에 막 접어드는 중학생이라면 고집은 더더더 쎄다. 엄마의 충고는 그게 어떤 것이라고 해도 잘 안먹힌다. 정말 안타깝지만 이 시기에 아이들은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스스로 규정하기 때문에 엄마는 전문가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크다. 엄마가 아무리 똑똑하고 잘나간다 해도 엄마가 하는 말에는 일단 반기부터 들고 본다. 그리고 자기가 믿을만한 롤모델을 찾는다. 그래서 맘에 드는 선생님을 만나면 그 과목을 잘하게 되기도 하는 거다.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기다리자. 교육의 절반 이상이 기다림이다.

엄마 스스로 본인의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큰 교육이 된다. 공부는 아이의 일이다. 대신해줄 수 없음을 인정하고, 공부방법에 대한 책은 접어두자. 잔소리도 접어두고, 내 의견도 왠만하면 접어두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를 할 때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내 아이의 이야기들 속에서 발견된다.

이전 07화숙제할 시간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