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여자 혼자 떠난 두 번째 베트남
대만에서 귀국을 앞두고 한 달 가까이 비는 시간 동안 어디로 여행을 갈까 하다가 첫 여행지로 베트남을 선택했었다. 나는 이미 8월 중순에 호치민-무이네-달랏으로 이어지는 남부를 여행한 경험이 있었고 그 여행으로 베트남이 충분히 매력적인 여행지라는 걸 깨달은 터였다. 어딜 가든 신투어리스트만 찾으면 여행이 편해지는 데다 저렴한 물가와 맛있는 음식까지. 다시 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베트남은 생각보다 위아래로 긴 나라고 그래서 한 번에 전국을 여행하기는 쉽지 않다. 다음에는 안 가본 곳을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8월에 떠났는데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찾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이유는 늘 간단하다. 항공권이 제일 싸니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호이안은 극 내 취향의 여행지였고 다낭은 그저 그랬다.
또한 베트남은 중간에 거대한 변화가 생기긴 했지만 나처럼 동남아 일주를 계획하는 사람들에게도 괜찮은 출발지다. 대만에서 출발하는 내 경우 대만-베트남-캄보디아-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대만의 루트를 계획했었는데 각 나라에서 방문하게 될 도시들의 위치와 라오스, 미얀마까지는 넣을 수 없는 일정상 제일 예쁘게(?) 그릴 수 있는 경로였다. 아세안 국가들은 국가 간 이동이 굉장히 편한 데다 항공권도 저렴하기 때문에 어디로 in 해도 크게 차이는 없지만 보통 한국에서 떠날 때는 태국 방콕으로 인아웃하는 게 가장 저렴하고 많이 하는 방법이라고 들었다.
타이페이-다낭 : Jetstar, 28,794원 (수화물 분실 보험 6,000원 포함)
원래 일정 다낭-씨엠립 : 앙코르 항공, US$115 (공항 이용료 별도, 19만 원 정도로 기억한다)
변경 일정 다낭-싱가포르 : Jetstar, SG$83.83 (한화 7만 원 정도)
다낭에서 사고를 하나 치는 바람에 (무려 암스테르담행 항공권을 끊었다.) 예정대로 캄보디아에 가지 않고 싱가포르로 떠났다. 처음 타이페이에서 다낭으로 갈 때는 제트스타를 이용했다. 8월에 타이페이-호치민 구간도 9만 원 정도에 비엣젯을 끊어 굉장히 저렴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던 셈이다. 다만 그다지 유쾌한 비행은 아니었다. 내가 체크인하기 직전에 진상 손님이라도 만났는지 가자마자 이미 수차례 기내 수화물로 들고 다녔던 내 캐리어를 보고 어떻게 들고 타냐며 윽박지르지를 않나... 암만 싸다고 해도 내 돈 주고 비행기 타는데 혼나는 기분이었다. 베트남+저가항공의 조합에서 종종 발생하곤 하는 한 시간 지연까지.
베트남-캄보디아 구간을 버스로 이동하는 백패커들도 있다. 호치민-프놈펜-시엠립으로 연결되는 버스 편이 있다고 하는데 내 경우에는 다낭-호치민 구간을 한 번 더 이동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거의 하루를 길바닥에 버리는 셈이라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 사실 여자 혼자 다니는 백패커라면 이 구간을 버스로 이동하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 캄보디아 입국 시 비자 문제로 지연되기 마련인데 덩그러니 국경에 혼자 서있기에는 위험한 구간이기도 하고 사실 이 구간의 베트남 버스는 악명 높다는 이야기를 꽤 들었기 때문이다. 종종 성추행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여자 혼자 여행할 때는 무조건 안전이 제일이다. 일정을 약간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모험은 감수하지 않는 게 좋다.
다낭-싱가포르 구간은 급하게 끊게 된 대신 한두 시간 기다려서 가격이 약간 내린 항공권을 결제했다. 내리기 전 9만 원 정도였는데 창이공항에서 싱가포르에서 일하시는 한국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원래 이 구간이 비싸다고 한다. 그래도 하루에 한 편씩은 뜨는 것 같은 데다 내가 탔던 비행기는 서른 명도 채 타지 않아서 오히려 쾌적하고 좋았다. 사람이 적어서 그랬는지 두 시간 반 전까지도 카운터 열 생각조차 않길래 아무 안내도 못 받았는데 지연됐나 취소됐나 그러고 있긴 했지만.
참고로 다낭공항은 정말 작고 할 것도 많지 않다. 충전할 곳도 마땅치 않아서 시간 맞춰 도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한국으로 귀국하는 비행기 대부분이 새벽에 뜬다고 알고 있는데 시내에서 시간을 보내다 오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 나는 호이안에서 택시를 이용해 바로 공항으로 출발했는데 40분 정도 걸렸다.
다낭 Memory hostel 여성 도미토리 1박 8,159원
호이안 Vinh Hung Library Hotel 슈퍼리어 더블룸 1박 39,538원
다낭과 호이안은 그 특색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여행지들이다. 다낭을 찾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리조트를 잡고 휴양 목적으로 즐기러 온다. 머물면서도 느꼈지만 다낭은 백패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여행지는 아니다. 보러 다닐 수 있는 여행 스팟이 한정되어 있는 데다 서로 간의 거리가 꽤 있어서 나누면 별 것 아닌 택시비도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낭에서 호스텔을 잡았던 것은 어차피 별로 휴양할 생각은 없었던 나로서는 호스텔 스탭들과 친해져서 알게 되는 로컬 맛집들이 더 쏠쏠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머물면서 친구가 된 덕분에 다낭뿐 아니라 호이안, 후에까지 맛집을 추천받을 수 있었다.
반면 호이안은 백패커들에게 매력 만점인 여행지다. 특히 나처럼 많이 걷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여행자에게는 굉장히 좋은 곳이다. 다낭에서는 돌아다니며 한국인, 중국인들을 주로 봤던 것에 비해 호이안에서는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니며 구시가지를 즐기는 서양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여행 목적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셈이다.
한 친구가 저 사진을 보고 본인이 상상한 베트남의 모습이라고 댓글을 남겼는데 내 생각에도 베트남스러우면서도 여행하기 편리한 곳이다. 한 달 정도 장기 숙박을 잡고 구석구석을 탐방하는 백패커들도 많다고 들었다. 많이 걸어서 잘 쉬어야겠다 싶었는데 베트남은 호텔 가격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에 호이안에서는 호텔을 잡았고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호이안 호텔은 자세하게 촬영을 해두긴 했는데 리뷰가 올라갈지는 잘 모르겠다. 작가의 서랍에 쌓여있는 글들부터 업로드하고 싶어서.
환전 US$120 > 270만 베트남 동
주요 경비 -4G 유심 11만 동
-다낭-호이안 셔틀 11만 동
-호이안 구시가지 입장료 12만 동
-미선투어 99,000동 (유적 입장료 15만 동 별도)
-호이안-다낭공항 택시 259,000동
사실 혼자서 다닌 게 아니었다면 택시비를 아껴서 경비를 좀 더 절약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래도 120불로 4박 5일간 여행 다닐 수 있었던 건 베트남이라 가능한 일이다. 쇼핑을 할 만큼 특별한 것들을 못 찾기도 했고. 다낭 금은방에서 환전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나는 공항에서 한 번 환전했고 애매하게 모자라서 호이안 신투어리스트에서 미선투어를 예약하며 20불 더 환전했다. 크게 차이는 없는 듯싶다. 베트남 돈 단위가 워낙 커서 처음 여행해보면 헷갈릴 수 있는데 0을 하나 떼고 반으로 나누면 된다. 즉 10만 동은 5천 원 정도!
유심 카드 역시 공항에서 구매했는데 호이안에서는 잘 터지지 않았다. 마지막 날 다낭으로 다시 돌아오자마자 빵빵 잘 터졌던 걸로 봐서 호이안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 같은데 밖에서야 지도 찾는 것 외에는 (그나마도 조금 돌아다녀보면 쉽게 지리를 파악할 수 있다. 길치가 되려야 될 수 없음.) 크게 쓸 일이 없어서 괜찮았다. 4박 5일 동안 인스타며 스냅챗까지 펑펑 써도 결국 다 못 쓰고 왔다. 여행 가서 한 번도 데이터를 다 써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주로 로컬 식당을 찾아다녔지만 하루는 3만 원 정도 하는 파인 다이닝도 갔었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자 주의였어서 그다지 아껴 다니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0불 환전해서 모자라지 않게 잘 놀다가 왔으니 베트남이 정말 싸긴 싸다. 혼자 다니는 백패커라면 흥정해서 오토바이를 타는 것도 괜찮다. 미케비치에서 호스텔로 돌아올 때 4만 동이라는 걸 나는 가난한 백패커라는 걸 수십 번 강조해 흥정한 끝에 25,000동에 탔으니 가까운 거리라면 돈을 아낄 수 있다.
여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지출이나 다름없었던 미선투어는 정말 정말 정말 추천하고 싶다. 가이드에 따라 복불복일 수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영어 듣기가 되는 사람이라면 신투어리스트에서 버스 투어를 신청해볼 만하다. 1월에 갔음에도 무더운 날씨에 땀 뻘뻘 흘리면서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투어비에 비해 과분할 정도로 베트남의 역사와 유적을 알차게 돌아볼 수 있는 좋은 투어였다. 다만 앙코르와트와 비슷하다고 하니 캄보디아를 먼저 여행한 사람이라면 감흥이 덜할 수는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