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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 Jun 25. 2017

4박 5일 베트남 다낭, 호이안

1월에 여자 혼자 떠난 두 번째 베트남






    대만에서 귀국을 앞두고 한 달 가까이 비는 시간 동안 어디로 여행을 갈까 하다가 첫 여행지로 베트남을 선택했었다. 나는 이미 8월 중순에 호치민-무이네-달랏으로 이어지는 남부를 여행한 경험이 있었고 그 여행으로 베트남이 충분히 매력적인 여행지라는 걸 깨달은 터였다. 어딜 가든 신투어리스트만 찾으면 여행이 편해지는 데다 저렴한 물가와 맛있는 음식까지. 다시 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베트남은 생각보다 위아래로 긴 나라고 그래서 한 번에 전국을 여행하기는 쉽지 않다. 다음에는 안 가본 곳을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8월에 떠났는데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찾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이유는 늘 간단하다. 항공권이 제일 싸니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호이안은 극 내 취향의 여행지였고 다낭은 그저 그랬다.



흐린 날은 흐린 대로 다니기 좋았다



   또한 베트남은 중간에 거대한 변화가 생기긴 했지만 나처럼 동남아 일주를 계획하는 사람들에게도 괜찮은 출발지다. 대만에서 출발하는 내 경우 대만-베트남-캄보디아-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대만의 루트를 계획했었는데 각 나라에서 방문하게 될 도시들의 위치와 라오스, 미얀마까지는 넣을 수 없는 일정상 제일 예쁘게(?) 그릴 수 있는 경로였다. 아세안 국가들은 국가 간 이동이 굉장히 편한 데다 항공권도 저렴하기 때문에 어디로 in 해도 크게 차이는 없지만 보통 한국에서 떠날 때는 태국 방콕으로 인아웃하는 게 가장 저렴하고 많이 하는 방법이라고 들었다.




1. 항공권

타이페이-다낭 : Jetstar, 28,794원 (수화물 분실 보험 6,000원 포함)
원래 일정 다낭-씨엠립 : 앙코르 항공, US$115 (공항 이용료 별도, 19만 원 정도로 기억한다)
변경 일정 다낭-싱가포르 : Jetstar, SG$83.83 (한화 7만 원 정도)


   다낭에서 사고를 하나 치는 바람에 (무려 암스테르담행 항공권을 끊었다.) 예정대로 캄보디아에 가지 않고 싱가포르로 떠났다. 처음 타이페이에서 다낭으로 갈 때는 제트스타를 이용했다. 8월에 타이페이-호치민 구간도 9만 원 정도에 비엣젯을 끊어 굉장히 저렴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던 셈이다. 다만 그다지 유쾌한 비행은 아니었다. 내가 체크인하기 직전에 진상 손님이라도 만났는지 가자마자 이미 수차례 기내 수화물로 들고 다녔던 내 캐리어를 보고 어떻게 들고 타냐며 윽박지르지를 않나... 암만 싸다고 해도 내 돈 주고 비행기 타는데 혼나는 기분이었다. 베트남+저가항공의 조합에서 종종 발생하곤 하는 한 시간 지연까지.


   베트남-캄보디아 구간을 버스로 이동하는 백패커들도 있다. 호치민-프놈펜-시엠립으로 연결되는 버스 편이 있다고 하는데 내 경우에는 다낭-호치민 구간을 한 번 더 이동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거의 하루를 길바닥에 버리는 셈이라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 사실 여자 혼자 다니는 백패커라면 이 구간을 버스로 이동하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 캄보디아 입국 시 비자 문제로 지연되기 마련인데 덩그러니 국경에 혼자 서있기에는 위험한 구간이기도 하고 사실 이 구간의 베트남 버스는 악명 높다는 이야기를 꽤 들었기 때문이다. 종종 성추행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여자 혼자 여행할 때는 무조건 안전이 제일이다. 일정을 약간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모험은 감수하지 않는 게 좋다.


   다낭-싱가포르 구간은 급하게 끊게 된 대신 한두 시간 기다려서 가격이 약간 내린 항공권을 결제했다. 내리기 전 9만 원 정도였는데 창이공항에서 싱가포르에서 일하시는 한국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원래 이 구간이 비싸다고 한다. 그래도 하루에 한 편씩은 뜨는 것 같은 데다 내가 탔던 비행기는 서른 명도 채 타지 않아서 오히려 쾌적하고 좋았다. 사람이 적어서 그랬는지 두 시간 반 전까지도 카운터 열 생각조차 않길래 아무 안내도 못 받았는데 지연됐나 취소됐나 그러고 있긴 했지만.


   참고로 다낭공항은 정말 작고 할 것도 많지 않다. 충전할 곳도 마땅치 않아서 시간 맞춰 도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한국으로 귀국하는 비행기 대부분이 새벽에 뜬다고 알고 있는데 시내에서 시간을 보내다 오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 나는 호이안에서 택시를 이용해 바로 공항으로 출발했는데 40분 정도 걸렸다.



2. 숙소

다낭 Memory hostel 여성 도미토리 1박 8,159원
호이안 Vinh Hung Library Hotel 슈퍼리어 더블룸 1박 39,538원



다낭에서 스탭이 추천해준 쌀국수! 진짜 맛있었다



   다낭과 호이안은 그 특색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여행지들이다. 다낭을 찾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리조트를 잡고 휴양 목적으로 즐기러 온다. 머물면서도 느꼈지만 다낭은 백패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여행지는 아니다. 보러 다닐 수 있는 여행 스팟이 한정되어 있는 데다 서로 간의 거리가 꽤 있어서 나누면 별 것 아닌 택시비도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낭에서 호스텔을 잡았던 것은 어차피 별로 휴양할 생각은 없었던 나로서는 호스텔 스탭들과 친해져서 알게 되는 로컬 맛집들이 더 쏠쏠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머물면서 친구가 된 덕분에 다낭뿐 아니라 호이안, 후에까지 맛집을 추천받을 수 있었다.



낮의 호이안과 밤의 호이안



   반면 호이안은 백패커들에게 매력 만점인 여행지다. 특히 나처럼 많이 걷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여행자에게는 굉장히 좋은 곳이다. 다낭에서는 돌아다니며 한국인, 중국인들을 주로 봤던 것에 비해 호이안에서는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니며 구시가지를 즐기는 서양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여행 목적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셈이다.



기꺼이 포즈를 취해주시던 유쾌한 아주머니였다 (:



   한 친구가 저 사진을 보고 본인이 상상한 베트남의 모습이라고 댓글을 남겼는데 내 생각에도 베트남스러우면서도 여행하기 편리한 곳이다. 한 달 정도 장기 숙박을 잡고 구석구석을 탐방하는 백패커들도 많다고 들었다. 많이 걸어서 잘 쉬어야겠다 싶었는데 베트남은 호텔 가격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에 호이안에서는 호텔을 잡았고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호이안 호텔은 자세하게 촬영을 해두긴 했는데 리뷰가 올라갈지는 잘 모르겠다. 작가의 서랍에 쌓여있는 글들부터 업로드하고 싶어서.




3. 총 경비

환전 US$120 > 270만 베트남 동
주요 경비 -4G 유심 11만 동
-다낭-호이안 셔틀 11만 동
-호이안 구시가지 입장료 12만 동
-미선투어 99,000동 (유적 입장료 15만 동 별도)
-호이안-다낭공항 택시 259,000동


   사실 혼자서 다닌 게 아니었다면 택시비를 아껴서 경비를 좀 더 절약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래도 120불로 4박 5일간 여행 다닐 수 있었던 건 베트남이라 가능한 일이다. 쇼핑을 할 만큼 특별한 것들을 못 찾기도 했고. 다낭 금은방에서 환전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나는 공항에서 한 번 환전했고 애매하게 모자라서 호이안 신투어리스트에서 미선투어를 예약하며 20불 더 환전했다. 크게 차이는 없는 듯싶다. 베트남 돈 단위가 워낙 커서 처음 여행해보면 헷갈릴 수 있는데 0을 하나 떼고 반으로 나누면 된다. 즉 10만 동은 5천 원 정도!


   유심 카드 역시 공항에서 구매했는데 호이안에서는 잘 터지지 않았다. 마지막 날 다낭으로 다시 돌아오자마자 빵빵 잘 터졌던 걸로 봐서 호이안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 같은데 밖에서야 지도 찾는 것 외에는 (그나마도 조금 돌아다녀보면 쉽게 지리를 파악할 수 있다. 길치가 되려야 될 수 없음.) 크게 쓸 일이 없어서 괜찮았다. 4박 5일 동안 인스타며 스냅챗까지 펑펑 써도 결국 다 못 쓰고 왔다. 여행 가서 한 번도 데이터를 다 써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맥주가 진짜 싸서 원없이 마실 수 있음!



   주로 로컬 식당을 찾아다녔지만 하루는 3만 원 정도 하는 파인 다이닝도 갔었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자 주의였어서 그다지 아껴 다니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0불 환전해서 모자라지 않게 잘 놀다가 왔으니 베트남이 정말 싸긴 싸다. 혼자 다니는 백패커라면 흥정해서 오토바이를 타는 것도 괜찮다. 미케비치에서 호스텔로 돌아올 때 4만 동이라는 걸 나는 가난한 백패커라는 걸 수십 번 강조해 흥정한 끝에 25,000동에 탔으니 가까운 거리라면 돈을 아낄 수 있다.



    여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지출이나 다름없었던 미선투어는 정말 정말 정말 추천하고 싶다. 가이드에 따라 복불복일 수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영어 듣기가 되는 사람이라면 신투어리스트에서 버스 투어를 신청해볼 만하다. 1월에 갔음에도 무더운 날씨에 땀 뻘뻘 흘리면서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투어비에 비해 과분할 정도로 베트남의 역사와 유적을 알차게 돌아볼 수 있는 좋은 투어였다. 다만 앙코르와트와 비슷하다고 하니 캄보디아를 먼저 여행한 사람이라면 감흥이 덜할 수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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